오정희의 40년 문학 내공이 빚어낸 일상의 순간들!

우리 시대 여성들에게 전하는 오정희의 우화소설『돼지꿈』. 데뷔 40년을 맞은 작가 오정희가 그동안 여러 사보와 대중매체에 발표했던 스물다섯 편의 짧은 소설들을 모았다. 작품의 수가 많지 않은 탓에 뚜렷한 문학적 족적을 찾기는 힘들지만, 국어의 미학적 지평을 넓힌 문장으로 이루어진 오정희의 소설들은 문학인들과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이 소설집 속 주인공들은 대부분 중년 여성이다. 조금씩 늙어가는 육체와 진부해져가는 시간 속에서 주인공들은 인생이 자신에게 약속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자각에 힘들어한다.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기도, 그렇다고 포기하기도 힘든 내면의 혼돈 속에서 그녀들은 한없이 자기 안으로 파고든다. 이러한 여성적 자아의 모습은 존재의 근원에 도달하고자 하는 인간의 철학적 사유를 대변한다.

또한 오정희의 작품들은 소소한 일상에 한 발 다가서 있어 더욱 친근하게 느껴진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누구든 그 애환이나 일렁이는 마음은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공감을 선사하고 있다. 주인공들이 겪는 에피소드나 내뱉는 넋두리들은 우리가 걸어가고 있는 길에서 벌어지는 바로 우리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보다 깊은 삶의 순간들을 포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