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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등록일 : 2009-07-20 21:04

도가니

작가 공지영, 거짓과 맞서 희망을 쓰다!
“진실을 결코 개들에게 던져줄 순 없습니다”


작가가 이 소설을 처음 구상하게 된 것은 어떤 신문기사 한 줄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것은 마지막 선고공판이 있던 날의 법정 풍경을 그린 젊은 인턴기자의 스케치기사였다. 그 마지막 구절은 아마도 "집행유예로 석방되는 그들의 가벼운 형량이 수화로 통역되는 순간 법정은 청각장애인들이 내는 알 수 없는 울부짖음으로 가득 찼다"였던 것 같다. 그 순간 나는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그들의 비명소리를 들은 듯했고 가시에 찔린 듯 아파오기 시작했다. 나는 그동안 준비해오던 다른 소설을 더 써나갈 수가 없었다. 그 한 줄의 글이 내 생의 1년, 혹은 그 이상을 그때 이미 점령했던 것이다.
--- 작가의 말 중에서

거짓과 폭력 앞에서 분노하기는 쉽지만, 그에 맞서 싸우고, 죽어가는 진실을 구해내는 일은 어렵다. 작가 공지영이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 광주의 모 장애인학교에서 자행된 성폭력 사건 실화를 다룬 이 소설은, 귀먹은 세상이 차갑게 외면한 '진실'에 대한 이야기이자 거짓과 폭력의 도가니 속에서 한줄기 빛처럼 쏘아 올린 용기와 희망에 대한 감동적 기록이다.

강인호는 아내의 주선으로 남쪽 도시 무진시(霧津市)에 있는 청각장애인학교 ‘자애학원’의 기간제교사 자리를 얻어 내려가게 된다. 한때 민주화운동의 메카였던 이 도시는 ‘무진’이라는 이름이 암시하듯 늘 지독한 안개에 뒤덮이는 곳이다. 첫날부터 마주친 짙은 안개 속에서, 그리고 청각장애를 가진 아이들과 교사들이 다수인 무섭도록 고요한 학교 분위기에서 그는 불길한 예감을 느낀다. 한 청각장애아(전영수)가 기차에 치여죽는 사고가 나도 이를 쉬쉬하는 교장, 행정실장, 교사들, 그리고 무진경찰서 형사 사이에서 강인호는 모종의 침묵의 카르텔이 작동하고 있음을 감지한다. 부임한 첫날부터 우연히 듣게 된 여자화장실의 비명소리를 신호탄으로 강인호는 점차 거대한 폭력의 실체를 알아가게 되는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성실한 취재와 진지한 문제의식, 공지영 작가 특유의 힘있는 필치와 감수성은 소설의 마지막 순간까지 손을 뗄 수 없게 한다. 약자 중에서도 약자인 장애아들의 편에 서서 거짓과 맞서 싸우는 보통 사람들의 분투와 고민이 뜨거운 감동을 안겨주는 작품. 그리고 다 읽고 난 뒤에는 이 현실에 대해서,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 우리사회의 극단적인 이면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작가는 우리사회에 잠재되거나 우리가 부끄러워하고 애써 외면하려는 거짓과 폭력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파헤치고 진실을 똑바로 보게끔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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