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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등록일 : 2011-09-29 09:31

소와 함께 떠나서 소와 함께 돌아오는 여행, 그는 동자도 아니었고, 수행을 마친 스님도 아니었고, 시인도 아니었다. 그냥 최선호였다. 어깨가 늘어지고, 턱수염이 웃자란 단벌 청년. 여행을 다녀왔다고는 하나 큰 깨달음을 얻은 것도 아니요, 생기를 충전한 것도 아니요, 시심을 얻고 돌아온 것도 아니다. 변한 게 있다면 남편이 죽은 옛애인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와 소를 끌고 다시 밭을 갈러 나간다는 것 뿐이다.

"인간 세상에는 시라는 게 있어. 시가 뭐냐고? 상처받고 외로운 사람들이 부르는 노래지."

술에 취한 선호가 길에서 눈이 마주친 개와 나누는 대화다. 그리고 기욤 아폴리네르의 시 한편을 읊으면서 고꾸라진다.

건물들이 정면의 등불로

온통 신음하는 거리

핏빛 안개의 상처가

불타는 듯한 거리

어느 모퉁이 선술집에서

그녀를 닮은 여자가 나왔지

아 그녀의 무정한 시선

목의 맨살에 나 있는 상처

순간 나는 확인했어

사랑마저도 다 거짓임을

'사랑받지 못한 사내의 노래'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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