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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술상 위의 자산어보 등록일 : 2015-09-12 12:00
한창훈
문학동네
전작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에서 바다가 차려주는 먹을거리 묘사로 독자들의 침샘을 터뜨렸던 한창훈.
섬과 바다의 작가인 그가 이번엔 자산어보 2탄을 들고 나타났다.
“사람이 밥만 먹고 살 순 없다”는 그가 책 속에서 푸짐하게 차려낸 것은 오직 바다에서만 맛볼 수 있는 술상이다.
그의 바다에선 보리멸, 숭어, 참치, 쥐치, 고래들이 뛰논다. 그리고 사람이 있다.
망연히 바다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외롭고 힘들다.
그들은 바다를 바라보며 잔을 기울인다.
“‘바다는 무엇인가요?’ 라는 질문은 ‘눈물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과 같다”
바다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여수 출신) 소설가 한창훈 씨의 말입니다.
지난 2014년 12월 오룡호 침몰 당시에 앵커브리핑에서 소개한 말이기도 하지요.
이 말을 다시 꺼내 든 이유. 또다시 바다에서 전해진 참담한 소식 때문입니다.
호랑이마냥 사납다 하여 이름 붙여진 맹골수도에서의 그 배. '바다무덤'이라 불리는 베링해에서 운명을 다한 오룡호.
그리고 악천후에도 출항을 강행한 낚싯배 돌고래호까지.
굳이 바다 앞에서 인간은 보잘것없음을 이야기한 헤밍웨이를 논하지 않더라도 바다는 그 푸름과 넉넉함과는 반대로 두렵고도 거대한 존재라는 사실.
그러나 우리는 그 두려움을 늘 잊고야 마는 것 같습니다.
이번 사고를 보면서 많은 이들은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그 순간을 떠올렸습니다.
구멍난 선박검사. 이번에도 허점을 드러낸 초동신고 시스템. 그저 ‘추정치’만 반복되었던 승선인원과 허술한 구조활동.
그렇게 놓쳐버린… 이제는 아프게 친숙해져 버린 단어.
‘골든타임’
여기에다 무리한 출항을 요구한 일부 낚시객들의 안전불감증까지 더해져 참사는 되풀이됐습니다.
그리하여 바다는 우리에게 언제부턴가 돌아보기에도 끔찍한, 두려운 존재가 되어버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 두려움을 극복하려 만들었다는 안전처의 약속은 이랬습니다.
“육상에서는 30분, 바다에서는 1시간 이내에 현장에 도착할 수 있는 대응체계 만들겠다” - 2015.1.21 국민안전처
이 다짐은 또다시 허공으로 흩어졌습니다.
그날 이후 510일이란 세월이 지났지만 침몰한 안전은 여전히 인양되지 못한 채 차가운 밑바닥에서 그날을 기억할 뿐입니다.
바다를 눈물이라 칭했던 작가는 눈물 나게 푸르른 저 바다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것은… 혹독하다. 나는 오늘도 바닷가에서 술잔을 든다”
- 한창훈 「내 술상 위의 자산어보」-
[출처] 9월 7일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