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포드 저

이창희 역

세종서적

2o16년 3월 23일

얼마 전 인간과 인공지능 간의 세기의 대결이 펼쳐졌다.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알파고와 한국의 이세돌이 벌인 바둑 대결은 전 세계의 관심을 끌었다.

알파고의 승리로 끝난 결과는 개운치 않은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인간과 인공지능의 최초의 대결은 1997년 체스를 두고 벌어졌다. IBM의 슈퍼컴퓨터 딥블루는 당시 대결에서 세계 체스 챔피언을 제압했다. 마찬가지로 2011년 퀴즈쇼에서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이겼다.

우주의 원자만큼 변수가 많다는 바둑에서 인공지능이 인간 두뇌를 꺾은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일찍이 천재 수학자 앨런 투링이 머잖아 진정한 사고력을 갖춘 기계가 나올 거라던 예견은 기정사실이 되었다.

작금의 인공지능의 진화는 눈부시다. 아마존이 드론을 이용한 배송 업무를 이야기하고, 자동차 업계는 무인자동차의 실현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과연 인간처럼 사고하는 인공지능의 등장은 향후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실리콘밸리 성공한 사업가이자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마틴 포드가 펴낸 ‘로봇의 부상’은 인공지능의 현주소와 경제 활동에 미칠 영향을 상세히 그려낸다. 책은 포브스 선정 2015년 최고의 경영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랭크될 만큼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로봇이 당신의 일자리를 빼앗기 전에 어서 이 책을 읽어라”는 책표지 경고문이 예사로 보이지 않는다. 저자는 인공지능은 모두에게 번영을 안겨주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노무직이건 사무직이건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고 예상한다. 더 암울한 것은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아도 계층의 사다리를 타고 나은 일자리를 갖게 된다는 전망도 없다.

제조업이나 단순 직종만 타격을 입는 것은 아니다. 인공지능이 기계 학습, 클라우드 컴퓨팅을 기반으로 인간보다 더 뛰어난 사고력을 갖추면 ‘인간만이 가능하다’고 여겼던 일자리도 뺏앗는다.

지금까지 글을 쓰는 일은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저자는 기사 작성 소프트웨어가 데이터를 토대로 스포츠, 비즈니스, 정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미 자동화된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이러한 기술은 일반 기업의 데이터를 정교하게 분석해 보고서를 작성하는 역할까지 넘볼 거라고 내다봤다.

일례로 IBM의 왓슨과 같은 로봇은 방대한 데이터를 짧은 순간 읽어내고 답을 추론할 줄 안다. 이러한 기술은 수많은 임상시험이나 연구 판독을 바탕으로 의료산업이나 금융업, 콜센터 등의 일자리를 빼앗을 가능성이 있다.

불과 10∼15년 전만 해도 인터넷 시대가 열리며 프로페셔널로 대접받던 IT업계 전문가들도 설 자리가 불안해진다. 다수 기업들이 중앙집중화된 허브를 이용해 수만 개의 서버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급속도로 진화하고 있는 인공지능에 맞설 대안은 없는가. 저자는 기본소득 보장제도를 제안한다. 일자리를 잃어도 일정한 선 이하로 생활수준이 떨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 전제조건이 있다. 안락한 생활을 누리지는 못하지만 먹고살기에는 충분해야 한다. 한마디로 근로 의욕을 꺾어서는 안 되며 생산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출처=광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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