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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운 페미니즘 등록일 : 2018-07-20 12:00
한국은 바야흐로 ‘페미니즘’의 시대?
코트니 서머스, 애슐리 호프 페레스, 정세랑, 이랑 등 44인 지음
켈리 젠슨 엮음
박다솜 옮김
창비
2O18-O6-22
2O16년 5월 강남역 살인사건으로 촉발된 여성혐오에 대한 문제 제기는 우리 사회의 페미니즘 논의를 활성화시켰다. 이어 미투(#Me Too·나는 고발한다·나도 당했다)운동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뒤흔들며 여성이 처한 현실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책 「더 나은 논쟁을 할 권리」와 「나다운 페미니즘」은 페미니즘이 모두를 위한 것이며, 더 나은 공동체를 위해 필요한 것이라는 메세지를 전한다.
‘더 나은 논쟁을 할 권리’는 여성이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이슈를 통해 한국 여성문제의 현주소를 들여다본다. 서구의 이론이 아닌 우리만의 언어와 문제의식으로 성폭력 폭로 이후 , 여성의 병역, 저출산 담론, 이주 여성의 이름 등 한국 여성이 현실에서 부딪히는 다양한 문제들을 살펴보면서, 젠더에 관한 기존의 문제 제기와 사유 방식을 깨뜨린다.
이 책의 저자들은 계몽의 다음 순간, 페미니즘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한 다음 날 떠올리는 질문과 고민을 살펴본다. 이들은 한국 사회의 다양한 젠더 이슈들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에 대한 비판적 개입, ‘페미니스트 크리틱 ’을 시도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가부장적 사유와 규범에 대한 비판만이 아니라, 기존 페미니즘의 틀과 논리의 한계까지 파고들어 새로운 문제 제기와 논쟁을 선보인다.
‘나다운 페미니즘’에서는 부드럽지만 단단한 페미니스트들이 자신다운 방식으로 페미니즘을 이해하고 실천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작가 노바 렌 수마는 “그럴 가치가 있는 여자가 없어서” 수업에서 여성 예술가를 다루지 않는다는 고등학교 선생님의 말을 반박하기 위해, 5년 동안 여성 작가가 쓴 책만 읽는 독서 투쟁을 벌였다. 선생님이 틀렸다는 건 아주 쉽게 증명됐다. 수마는 독자로서 무엇을 읽을지 선택하는 것이 소외된 목소리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믿는다. 보수적인 동네에서 성장한 애슐리 호프 페레스는 은연중에 강요받았던 ‘착한 여자’의 규칙을 깨기 위해 노력해 왔다. 차별의 말에는 용감하게 말대꾸하고, 다른 사람이 처한 부당한 상황에 참견하고 나섰다. 페레스는 자신의 말대꾸와 참견이 ‘연대의 행위이자, 순수하게 인간다운 친절을 베푸는 행위’임을 자신한다.
이 책에는 국내 작가 두 사람도 참여했다. 소설가 정세랑은 목소리를 내겠다고 결단하며, 유년 시절부터 지금까지 겪어 온 차별과 폭력들을 증언한다. 지난 일들에 대해 말함으로써 “다음 세대는 우리가 한 경험을 하지 않을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정세랑은 오래 살아남아 말하기 위해 우리 자신을 좀 더 아끼자고 다독인다. 가수이자 영화감독인 이랑은 만화와 에세이를 통해 자신의 경험을 나눈다. 젠더 이슈에 무지하고, 미숙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한편, 어른이 되어 뒤늦게 찾아온 혼란과 그 과정에서 겪게 된 내면의 성장을 진솔하게 털어 놓는다. 다정하고도 사려 깊은 이 페미니스트들은 인종, 젠더, 직업 등과 상관없이 페미니즘이 저마다의 삶에 용기를 줄 수 있음을 말한다.
- 대전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