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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정원일의 즐거움

"헤세의 정원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헤세의 시와 소설, 산문 중에서 정원에 관한 것들을 가려 뽑고 그가 직접 그린 수채화와 친필 원고, 흑백사진을 수록했다. 헤세는 거주지를 옮길 때마다 새 정원을 꾸밀 만큼 정력적인 정원 애호가였다. 그러나 '정원 가꾸기'를 단순히 취미로만 볼 수 없는 것은 정원이 헤세를 위한 특별한 장소였기 때문이다.

그는 혼란스럽고 부조리한 세상으로부터 벗어나 가만히 자신을 들여다 볼 공간을 필요로 했다. 다행히도 어릴 적 아버지에게서 배운 조경술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던 것. 이렇게 정원을 자신만의 독자적인 생활공간으로 선택한 데에는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역사적 배경이 한 몫했다. (그는 1차 세계대전이 진행되는 동안 줄곧 전쟁의 비인간성을 고발했으며, 전쟁이 끝난 후에는 스위스 작은 시골 마을 테신에 은둔하면서 수채화 작업에 몰두했다. * 참조)

그는 정원에서 나무들과 함께 글을 쓰고, 사색하고 삶을 관조했다. 그가 얼마나 정원에 애착을 가졌는지는 그가 남긴 정물 그림(정원에 피어있는 꽃, 나무들)과 시만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정원의 한 순간을 노래한 시 한 쪽에는 그가 그렸을 법한 꽃그림이 수놓아져 있다. 아마도 그는 이 꽃과 나비를 그리면서 전쟁이 인간에게 남긴 상처를 치유했으리라.

사실, 정원 가꾸기는 풍경화를 그리는 것처럼 낭만적은 일은 아니다. 고된 육체노동과 부지런한 일상을 견디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헤세는 자연의 혜택에 감사하며 평생동안 정원의 충성스런 일꾼이 되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스스로 정원이라는 부자유를 선택하고, 그 세계에서 부지런히 일하는 헤세의 모습이다. 헐렁한 면바지에 밀짚모자를 쓴 그가 소설가에서 한 사람의 생활인, 너무도 일상적인 한 사람으로 새롭게 다가온 순간도 바로 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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