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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세다 1.5평 청춘기 등록일 : 2007-09-18 00:33

유쾌하다. 재미있다. 책에 대해 간단이 평을 한다면 이 말로 충분하지 않을까 한다. 띠지에 나오는 제1회 사케노미 서점인 대상 수상작이라는 문구보다 간단하고 명확하게 이 소설을 표할 수 있는 단어가 없지 않나 한다. 근데 이 책이 소설인 것은 맞는지 모르겠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나 구성 등을 보면 소설이다. 하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가끔 자신의 책을 이야기하는 부분으로 들어가면 기나긴 노노무라 탐험기 같기 때문이다.

이 책에 혹한 것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혹한 것은 역시 미야베 미유키가 ‘환상의 괴수 무벤베를 쫓아서’라는 책에 해설을 쓴 것 때문이다. 그의 모험심을 높이 샀다니 다다미 3장 1.5평의 방에서 보낸 청춘도 높이 사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약간의 생각이 있었다. 그 좁은 방에서 8년, 옆에 있는 2평방에서 3년을 보낸 노노무라 이야기는 평범한 사람들이 보기엔 너무 비상식적이고 기이한 모습을 띄고 있다. 그래서 잡지나 방송국 등에서 취재를 하고 간 것인지도 모른다.

2층집에 많은 사람이 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 명 한 명이 특이하다. 화자인 다카노를 제외하고도 그와 같은 탐험부의 후배들이나 노노무라의 터줏대감들인 10년 고시생 겐조씨, 소리에 예민하고 너무나도 알뜰한 수전노 마쓰무라씨 그리고 이 모든 사람들을 조용히 품고 사시는 주인아줌마가 있다. 이 특이한 사람들과 11년을 살았으니 수많은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이 재미난 사건들을 재미나게 풀어내고 엮어내는 것은 작가의 역량이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대단히 성공적이다. 읽기에 부담 없고 술술 넘어간다. 읽다보면 이런 이상한 사람들이 있나 하기보다 웃고 즐거워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에피소드의 총합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에서 당혹스러운 장면도 공감하는 장면도 많이 나온다. 당혹스러운 것은 역시 다카노의 현실에 대한 무지다. 세상에 그 유명한 기무타쿠를 모르다니. 기무타쿠를 놓고 후배와 사람인지 그룹인지 논쟁을 하는 대목과 드림컴트루를 노래라고 태국사람에게 말해 웃음을 산 대목은 그가 얼마나 일반적 주류에서 벗어난 삶을 살았는지 알게 한다.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시간이 나면 외국으로 나가 몇 개월씩 집을 비우고, 집에서는 뒹굴거리고, TV조차 없는 생활을 하였으니까!

가장 공감 가는 것은 2평방으로 옮기고 난 후 벌어진 일들이다. 이전에 좁아 생각도 못한 물건을 사들이는 것이다. TV, 컴퓨터, CD플레이어 등등. 내가 집을 옮기고 난 후 괜히 넓어진 방을 보고 다읽지도 못할 책이나 다른 것들을 사들인 것과 같은 맥락이기에 그렇다. 사람들은 빈 공간의 여유를 즐기기에는 너무 그 여백이 불안한 모양이다. 덕분에 다시 좁아진 공간과 수많은 책 등으로 머리가 아파오기는 하지만.

앞에서 노노무라 탐험기라고 한 것은 그 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주인아줌마와 그곳을 다녀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수많은 이야기들 때문이다. 11년을 살았지만 몇 번이나 몇 개월씩 방을 비웠으니 어쩌면 그곳에 살던 시기도 하나의 모험이자 탐험이 아니었을까 한다. 틀에 박힌 삶이 싫고, 일반적인 사람들의 삶을 쫓아가기보다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그이기에 곳곳에 그런 분위기가 가득하다. 물론 이런 삶을 살아가는데 자신이 가장 중요하지만 노노무라에서 사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역시 주인아줌마다. 그가 몇 개월씩 방을 비워도 다른 탐험부 사람들이 와서 살아도 다시 그가 돌아올 수 있게 만들어 놓고, 그 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끼리 충돌이 있어도 원만하게 그 사건을 처리하는 지혜를 가진 분도 역시 주인아줌마다. 11년 거주하는 동안 단 한 번도 방세를 올리지 않았다는 사실이나 정 가득한 행동이나 모두 주인아줌마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보통의 삶을 살지 않고 집에서 빈둥거리는 듯 글을 쓴 것 같지만 그가 그 사이에 낸 책들과 여러 외국 체험은 사실 굉장히 열정적으로 살았음을 보여준다. 모험과 도전 정신이 곳곳에 보이는데 가끔은 너무 무식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때도 많다. 특히 신종마약도전기에서 보여준 모습은 황당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 또한 하나의 에피소드에 불과하다. 끝으로 옥의 티 하나. 책속에 자신의 책을 말하고 그 제목을 ‘환상의 괴수 무벤베를 찾아서’라고 하는데 작가에 대한 설명에서는 ‘쫓아서’로 다르게 표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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