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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북 : 젊은 독서가의 초상 등록일 : 2007-10-17 20:18
시간을 내어서 꽤 많은 책을 읽지만, 그 글들이 내 안에서 얼마나 의미를 찾고, 실현되고 있는가 생각해보면 자신이 없을 때가 많다. 혹시나 읽고 있다는 것만으로, 지식을 흡수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자족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여러 방법을 찾아봤었다.
그 중 가장 많이 들은 얘기가 독서노트를 쓰라는 것. 읽은 것을 머리속에서 되새김질 하면서 나만의 언어로 정리하라는 것!
귀찮기도 하고, 다시 정리하는데 처음엔 시간이 많이 걸려서 계속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마이클 더다의 ‘오픈북’을 보면서 그런 시간을 갖지 못했던 것이 많이 아쉬워졌다.
이 책은 축구를 사랑했던 아이의 이야기 닉혼비의 ‘피버피치’와 같은 맥락의 책이라고 보인다. ‘피버피치’속에서는 한 소년이 축구를 통해 인생의 의미를 알게 되었듯이, 마이클 더다의 삶 속에서 책은 많은 생애 이벤트들을 이어주고 기억되게 하는 의미를 가진다.
활자를 읽는 행위뿐만 아니라, 성장기에서 겪게되는 다양한 체험이 마치 내가 직접 겪는듯펼쳐지는 점이 굉장히 재미있었다.
특히, 인상깊었던 구절은 작가의 생애를 바꾸어놓은 순간으로,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을 읽은 것, 조지셀이 지휘하는 시벨리우스 교향곡을 들은 것, 그리고 첫사랑을 처음 겪은 것을 꼽았던것을 생각해보면, 내 인생의 딱 한권의 책이라고 꼽을 수 있는 것은 김홍신의 ‘인간시장’이었고, 가장 기억에 남는 음악은 처음 라디오에서 녹음했던 올리비아 뉴튼 존의 노래였다.
어른들 몰래 읽었던 ‘인간시장’에서 ‘정의’라는 걸 어렴풋이 알게 되었고, 바르게 산다는 의미에 대해서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매우 유치하지만, 그래도 그런 나만의 오픈 북들이 모여서 지금의 나를 형성하고 있지 않나 싶다.
문화의 차이가 있겠지만, 마이클더다가 읽었던 책들 중에 내가 읽었던 책이 그리 많지 않음을 반성하면, 나만의 오픈북을 찾아 계속 정진코자 한다. 책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다른 건 다 빌려줘도 책은 빌려주기 어려운 분들에게 강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