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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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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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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끓여준 미역국*^^*

작년 부터인가 50대 초반인 남편이 제 생일날 미역국을 끓여주네요ㅎㅎㅎ

몸은 21C기를 사는 사람인데 세상이 바뀌어도 남자가 할일과 여자가 할 일은 따로 있다며 사고 방식은

아직도 16세기에 머무르는 남편입니다ㅠㅠㅠ

좀 고지식한 남편이 작년에 제 생일이라며 끓여준 미역국에 고마움과 감사한 마음이 들었지만

한편으로 "당신도 이제 늙어 가는 구나"라는 생각을 들더라구요.

 

오늘이 제 생일인데 미역국을 또 끓여 준다기에 큰애는 고3이라 기숙사 생활하고 작은 애도 고1이라

야자와 학원을 다녀오면 12시라 딱히 먹을 사람도 없어 안 끓일려고 소고기도 안사왔다고 했더니

그래도 미역국을 끓여준다며 냉장고의 재료들을 찾기에 늦은 시간이라 정육점은 문 닫았을것 같아서

조금만 끓이라고 마른 새우를 냉동실에서 꺼내 놨어요.

 

아침에 6시에 일어난 남편이 속옷차림으로 미역을 담가 불려서 마른 새우를 넣고 출근하기 전에 생일 밥을차려

준다며 부엌에서 분주히 움직이더니 밥 먹으라며 차려준 미역국이 제 고등학교 국어책에 나왔던 김소운의

가난한 날의 행복이란 책속의  "왕후의 밥 걸인의 찬 " 글처럼 소박한 아침 식탁에 그 어느 맛집보다 애정이

듬뿍 담긴 미역국이 놓여 있었네요. 저는 맛있다며 남편의 노력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남편은 제 칭찬에 신이 났는지 설거지도 해준다며 출근준비나 하라고 하더라구요.

 

올 해는 남편과 결혼한지 어느덧 만 20년이 되어갑니다.

늘 생일날이나 결혼 기념일에는 남편에게 받기만 했는데 남편 모르게 제 월급에서 조금씩 조금씩 모아서

이번 결혼 기념일에 남편과 여행을 준비중입니다. 

과묵하고 무뚝뚝하지만 속 깊은 정을 알기에 오늘 남편이 끓여준 든든한 미역국을 먹고 직장에서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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