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ＡＮＣ▶

2017년 명성교회 사태를 기억하십니까.



서울 대형교회 목사가, 교단이 정한 세습금지법을 어기고

아들에게 목회직을 세습해 논란이 됐는데요,

똑같은 일이 여수에서도 불거졌습니다.



교단 내에서 세습금지법을 위반한 두 번째 사례인데요,

이번에도 눈감아 준다면 교단 헌법은 유명무실해지고,

교회는 점점 더 사유화될 거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조희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ＶＣＲ▶

등록신도 3천여 명, 연간 재정이 60억 원에 이르는,

여수에서 가장 큰 대형 교회인 여수은파교회.



이 교회 간부들은 지난달 26일 공동의회를 열어

현직 담임 목사인 A 목사의 아들을 '청빙'해,

후임 목사로 임명하기로 했습니다.



공동의회는 아버지인 A 목사가 직접 주관했습니다.



◀ＳＹＮ▶ A 목사

"교회의 안정과 성장을 위하여 합병 교회의 위임 목사로

*** 목사를 청빙하자는 건입니다."



비밀투표도 아니었습니다.



다 같이 모인 회당에서,

목사와 눈을 마주치며 찬반을 결정했습니다.



◀ＳＹＮ▶ A 목사

"가부를 부치겠습니다. '가' 하면 '예'하십시오."

"예."

"아니면 아니라고 하십시오."

"..."



그런데 이 교회가 속한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교단은

지난 2013년부터 교회 헌법으로

직계가족 간의 세습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



그러자 고 모 목사는 지난해 6월,

아들 목사에게 2km 떨어진 곳에

여천은파교회라는

작은 개척 교회를 세우도록 했습니다.



그런 다음, 6개월 후인 지난해 12월,

두 교회를 통합시킨 뒤

아들을 담임 목사로 추대하는 변칙을 썼습니다.



교회 헌법에 교회를 통합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한다는 규정이 아직 없기 때문입니다.



현직 목회자들은

지난 2017년 명성교회 사태 때부터

우려했던 일이 결국 불거진 거라고 지적합니다.



◀ＩＮＴ▶ 현직 목사

"큰 교회라고 하는, 누가 우리한테 이것을 딴죽을 걸어.

이런 자신감이 아마 있는 것 같습니다. 명성교회가 특히

그렇게 하는 것을 보면서 '명성교회도 하는데

우리라고 못 해'라며 하는 것 같습니다"



은파교회는 아들 목사를 청빙하는 건

교인들이 원했던 것이고,

교회 안정을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개혁 기독교 단체는

목사 개인과 교회 간부들의

욕심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합니다.



◀ＩＮＴ▶ 방인성/교회개혁실천연대

"교회가 무작정 성장 일변도로 가게 되면 목회를

세습해야 하지 않을까,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제3의 인물이 들어와도 될까라고 하는 질문이 생기는 거예요.

(대형교회여야) 축복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교회의

본질에서부터 너무나도 많이 벗어났다."



한국 교회개혁실천연대에 따르면,

세습방지법이 제정되기 이전에는

교단 소속 교회의 80~90%가 직계가족에게

세습을 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MBC NEWS 조희원입니다.

◀ＥＮ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