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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초등학생이 자전거를 타고 가다 버스에 부딪혀 결국 숨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학생, 교통사고 가해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현행법상 자전거는 차에 해당한다는 이유 때문인데요. 유가족들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조희원 기자입니다.
◀VCR▶
광양의 한 주택가 인근 횡단보도.
지난 5월 이곳에서
12살 A 군이 탄 자전거와
시내버스 한 대가 충돌하는 사고가 났습니다.
[(S/U) 사고가 난 현장입니다.
사고 당시 자전거는 갓길에서
주행하고 있었는데요,
보시는 것처럼 갓길이 끊기자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방향을 틀었습니다.]
하지만 2차로를 달리던 버스는
점멸신호등이 있는 횡단보도 앞에서도
속도를 줄이지 않았고,
좌측을 살피는 사이,
우측에서 오는 자전거를 보지 못해
그대로 A 군을 들이받고 말았습니다.
크게 다친 A 군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6시간 뒤 결국 숨졌습니다.
사고가 난 뒤
점멸신호등은 삼색신호로 바뀌었고,
횡단보도에는 신호등이 새로 설치됐습니다.
하지만 바뀐 신호등을 볼 때마다
숨진 A 군이 떠올라 견딜 수 없었던 가족들은
장례가 끝나자마자 쫓기듯 동네를 떠났습니다.
◀INT▶ *A 군 누나*
"어머니가 잠깐 웃으셨을 때 '아이고, 저 집은 아들을 잃고 저렇게 웃고 다니네' 이런 소리가 너무 견디기 힘드신 거예요.."
그런데 6개월이 지난 얼마 전,
사고 조사 결과를 받아든
가족들은 숨진 A 군이
교통사고 가해자가 되었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억장이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INT▶ *A 군 누나*
"그냥 무조건 버스와 자전거는 같은 차이고, 차가 진로변경을 해서 사고가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가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씀하셨어요."
똑같은 상황에서 A 군이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 횡단보도를 건넜더라면,
보행자로 분류되어
피해자가 될 수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실제로 자전거 이용 인구가 많은 선진국들은
횡단보도를 보행자와 자전거용으로 분류해
사고를 예방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더라도
보행자로 인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가족들은
A 군과 같은 사례가 또다시 발생하지 않으려면
법 개정과 교육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하는 글을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렸습니다.
◀INT▶ *A 군 누나*
"노약자, 어린이는 인도로 자전거를 탈 수 있다고, 보도로 탈 수 있다고. 그런데 왜 횡단보도에서는 내려야하냐.. 이런 것들이 아이들이 받아들이기에는 조금 괴리감이 있는 것 같아요."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A군처럼
자전거를 탄 채로 횡단보도를 건너다
교통사고 가해자가 되는 사례는
매년 수백 건에 이르고 있습니다.
MBC NEWS 조희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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