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 커 ▶
일제강점기 강제동원돼 고역을 치른
아흔여섯의 할머니가 80년 만에
노역의 현장을 다시 밟습니다.
청춘을, 또 친구를 잃은
참혹한 기억의 그곳이지만,
죽기 전에 꼭 한 번 다시 밟아 보고 싶다는
마음 한구석에 묻어둔 결심을 꺼내 들었습니다.
출국을 앞둔 정신영 할머니를
주현정 기자가 만나고 왔습니다.
◀ 리포트 ▶
◀ SYNC ▶
"일본 잘 다녀오시고. 건강한 모습으로 봬요."
학교도 보내주고
돈도 벌게 해주겠다는 말에 속아,
아니 강압과 회유에 못 이겨
내디뎠던 일본 나고야 땅.
하지만 14살 정신영 할머니를 기다린 건
고된 노동과 굶주림이었습니다.
그나마 위로가 됐던
고향에서 함께 온 친구들마저
그해 12월 일어난 대지진에
여섯이나 떠나보냈습니다.
마침내 광복이었지만,
구사일생으로 고향에 돌아온
정 할머니의 강제징용 꼬리표는
평생을 따라다녔습니다.
강제노역 가해자인 일본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지난한 소송이
1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지만
할머니는 아직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 INT ▶
정신영 할머니
"밉기는 하지만 이것이 인력으로 한 것도 아니고. 그 사람들이 마음이 있으면, 자기도 인간이니까."
정 할머니는 평생 마음에 묻어둔
결심을 꺼내 들었습니다.
이번 주말 80년만에 일본 나고야로 향합니다.
굽은 허리로라도,
더 늦기전에 꼭 가보고 싶었던 곳입니다.
◀ INT ▶
정신영 할머니
"허리는 꼬부라져도 꼬부라진 대로 걸어. 근데 이제 더 늦기 전에는 이제 못 가니까. 한번 가보게."
강제동원 피해자 소송을 돕는
현지 시민단체 관계자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동지를 떠나보낸
도난카이 지진 희생자 추도식에도
가 볼 참입니다.
무엇보다 일본 정부에,
강제노역 가해 기업에
꼭 하고 싶은 말을 전할 생각입니다.
◀ INT ▶
정신영 할머니
"사과해 주시고. 보조해 주시고. 하라고."
정 할머니의 이번 발걸음이
흐릿해진 역사를 다시 밝히는
또 하나의 증언이 될 전망입니다.
MBC 뉴스 주현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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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MBC 취재기자
보도본부 뉴스팀 사회 담당
"정반합, 그 징검다리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