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 커 ▶
한 아이의 등굣길 뒤에는
말없이 걸어온 부모의 시간이 있습니다.
섬마을에서 아이를 학교에 보내기 위해
뱃길을 노저어 나르던 엄마,
갯벌 길을 하나하나 메우며
아이 손을 잡아주던 아빠..
그 소중한 기억들을 담은 전시회에
안준호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 리포트 ▶
모두에게 아련한 등교길 추억
그 뒤에는 늘 엄마가 있었습니다.
여수의 작은 섬, 가장도에 살던 엄마
고 박승이 씨는 딸을 육지 학교에 보내기 위해
직접 나룻배에 올랐습니다.
6년 간 매일 2시간 씩 노를 저어
3만 4천리의 바닷길을 헤친 어머니는
딸을 공부시키고 싶었습니다.
◀ INT ▶ 김웅,정숙현/고 박승이 씨 손자와 딸
"항상 평안한 것 만은 아니잖아요, 파도가 치고
눈보라가 치고..큰 태풍을 만났을 때 배가
뒤집혀져서 옆 섬으로 표류된 적도 있어요,
그래서 목숨을 담보로 공부를 시켰는데.."
섬을 건너 학교에 가기 위해 썰물 때만 열리는 노둣길을 걸어야 했던 그 시절.
신안 증도 기점에서 아이를 키웠던
범석 씨 부부는 직접 팔을 걷어
징검다리 빈틈을 메꿨습니다.
◀ INT ▶ 박성자, 조범석
"애들이 다니면서 막 발도 다치고 물에 떠밀려
다니고 이래서 이렇게 하고는 도저히 학교를
못 보낼 것 같아서..엄마 아빠들 오시라고
해서 머리에 이고, 남자들은 지고 이런 식으로 해서 징검다리 돌 하나씩 있는 데를
메꿔 나가다가.."
학원도 도서관도 하나 없던
신안군 도초도 섬마을.
최선 씨의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매일 밤 교육방송을 녹화해 들려주었고
어머니는 마을회관을 책방으로 꾸몄습니다.
값진 가르침을 받은 아들은 교사가 되어,
다시 그 섬으로 돌아왔습니다.
◀ INT ▶ 최선/신안 도초초등학교 교감
"다들 섬에서 초중고를 나왔거든요, 그래서
집에서 부모님들이 최대한 섬에서 공부를
대학을 진학시키기 위해서 아버지는 교육방송을
녹음하시고.."
세월이 흘러,
그 자식들은 이제 또 다른 부모가 되어
녹색 옷을 입고 오늘도 아이들의 등굣길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교육을 위해
헌신해온 부모들의 이야기를 담은
특별한 전시회.
엄마들의 헌신은 이달까지
전남교육청에서 전시되고,
7월에는 순천만생태문화교육원,
8월에는 신안군청으로 이어질 예정입니다.
MBC뉴스 안준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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