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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필요한 게 아니다 - 엄원태 등록일 : 2009-04-27 23:51

말이 필요한 게 아니다 - 엄원태

염낭게나 집게, 아무르 불가사리나 바지락은 갯벌의 모래를 씹어서 유기물을 빨아 먹고 깨끗해진 모래만 다시 뱉어낸다. 그들은 갯벌의 청소부들이다. 가령 누군가의 말을 씹어서, 오물거리면서, 맛을 보고, 자양분을 섭취한 후, 다시 뱉어낼 수는 없을까.

민물도요나 알락꼬리마도요는 갯벌에 미동도 없이 서 있다가, 염낭게나 두토막눈썹참갯지렁이가 구멍 밖으로 나올 때 날쌔게 잡아채 먹는다. 도요새들에겐 말이 필요한 게 아니다. 다만 마음의 어떤 집중이 필요하리라, 마음에도 정신적인 측면이란 게 있다면. 아마도 마음의 육체적 측면, 즉 말이 미처 되지 못한 생각은 거기도 고요와 침묵의 뒤범벅으로 붐빌 테지만.

주꾸미의 모성은 눈물겹다. 오십여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제 새끼들 곁을 지킨다. 다시 말하지만, 주꾸미는 말이 필요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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