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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말하다(스물두번째이야기) 등록일 : 2009-05-13 16:34



왜 여자들은 신기하게 다 알잖아

아 왜 그런거 있잖아

내가 6살 때 였는데 밥을 안 먹겠다고 막 버티는데

엄마가 갑자기 매를 들고 오시더라구

그래서 갑자기 배 아픈 척 하면서 울기로 했지

원래 막 아프다 그러면서 그러면 엄마들 안 때리잖아

진짜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울었는데 엄마가 딱 오더니

아픈 거 좋아하시네 눈물도 안나는데 그만 울어

니가 가짜로 우는 거 엄마가 모를 줄 알어?

한방에 다 알더라구

아 물론 엄마니까 그럴 수 있지

그럼 이건

나 중학교 때 만화책 진짜 디게 좋아했었다?

그래서 음악시간마다

교과서 앞에다가 만화책 끼워서 맨날 읽고 그랬어

그 음악 선생님이 약간 공주과라가지구

스스로 연주에 자주 도취되고 그랬거든

완전 마음 놓고 만화책을 읽었찌

한번씩 걸렸나 싶을 때도 있었는데 별 말도 없구 그래서 그냥 넘어갔다?

근데 기말에 실기 점수가 완전 바닥인거야

그래서 내가 교무실 가서 여쭤봤지

선생님 점수가 좀 이상한데요?

그랬더니 날 벼르고 있었다는 듯이 이렇게 쳐다보면서

넌 맨날 만화책 읽었잖니 몇번이고 경고했는데 말이지

수업 태도가 빵점이라 실기 점수가 그런 거니까 이상할 거 없어

야 난 그때 정말 여자가 무섭더라

다 알고 있으면서 어떻게 말을 안 하냐

아니야 남자선생님들은 안그래 체육선생님 같았어봐 그때 죽도록 맞았지

그리구 내가 20살 때 햄버거 가게에서 일한 적 있거든?

하루는 일 끝나고 버스 타고 가는데 제일 앞자리에 앉아서 졸고 있다가

버스 앞문이 열리는 바람에 내가 벌떡 일어나서 자동으로 인사를 했다?

어서오세요

그랬더니 버스에 타던 여학생 두명이 막 깔깔거리면서

어머 저 남자 뭔도날드에서 알바하나봐 그러는 거야

야 신기하지 않냐? 그걸 어떻게 알았을까?

아니지 모를 수도 있지 아 그냥 미친 남자구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잖아

하여튼 여자들은 대단해 무서워 귀신이야 귀신

아까부터 연속성도 없고 테마도 없는 이야기들을

길게 길게 늘여서 말하는 남자

듣고 있던 여자가 지겨움을 참지 못하고 마침내 이마를 찡그리면서 묻습니다

그래서 ? 니가 말하고 싶은 게 뭔데

그 당연한 질문에 남자는 지금 장난하냐는 눈빛으로 씩 웃더니

손바닥으로 여자의 어깨를 툭툭 때리면서

아 왜 이래 알면서 너 여자잖아

그 말에 어이가 없는 여자

아니 알긴 내가 뭘 안다고 그래

그래서 니가 하고 싶은 말이 뭔데 응? 말해봐 뭐야 돈 빌려줘?

아니면 기말고사 노트 빌려달라구?

그것도 아니면

너 지금 내가 좋다는 말이라도 할려고 그래? 아 답답해 빨리 말해

여자의 말에 남자는 갑자기 저만큼 와다다다 달려가면서 외칩니다

그것봐 다 알면서 ! 난 몰라!

엄마처럼 선생님처럼 내가 말하지 않아도 다 알아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무리 준비해도 아무리 길게 말해도

고백이란 항상 어설프고 그 끝은 항상 얼굴이 빨개집니다

그래도 어쨌든 마음을 알렸으니 이 남자의 고백은 성공한 셈이겠죠

사랑을말하다

-사랑을말하다 푸른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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