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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우물 등록일 : 2018-08-20 13:37

깊은 우물

그 우물은 깊었다.
찬물이 고여 있었다.
우물 안쪽으로 쌓아올린 돌 틈에선
검푸른 이끼가 자라고,

이끼에 서린 물방울이 툭 떨어져
투명한 소리로 울리곤 하였다.
한나절 우물에 귀를 대고 있으면
떨어진 물방울 소리들이
소리끼리 어우러져
한 편의 시로 울리는 걸 들을 수 있었다.
우물은 우물가에
닭의장풀이며 여뀌, 질경이풀들도 기르면서
자잘하고 여린 꽃들로
박새나 노랑턱멧새들을 불러
지저귀게 하였다.
그 우물은 깊었다.
하늘을 향해
까마득한 바닥까지 열어놓고 있었다.

―이건청 (1942~ )

 

[장석남의 시로 가꾸는 정원] [25] 깊은 우물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8/19/201808190264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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