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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작고 하찮은 것들 등록일 : 2009-09-10 13:27

버스를 기다려 본 사람은 주변의 아주
보잘 것 없는 것들을 기억한다.
그런 사람들은 시골 차부의 유리창에 붙어 있는
세월의 빗물에 젖어 누렇게 빛이 바랜

버스 운행 시간표를 안다.
때가 꼬질꼬질한 버스 좌석 덮개에다 자기의 호출번호를
적어놓고 애인을 구하고 싶어하는

소년들의 풋내나는 마음도 안다.

그런 사람은 저물 무렵 주변의 나무들이
밤을 맞기 위해 어떤 빛깔의 옷으로 갈아 입는지도
낮은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밥 짓는 저녁 연기가
어떻게 마을을 감싸는지도 안다.

그리고 기다리면 기다릴수록
버스는 천천히 오거나 늦는다는 것도 안다.

작고 하찮은 것을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은

분명 가슴이 따뜻한 사람일 것이다.

- 안도현 <그 작고 하찮은 것들> -


자질구레해 보이는 것들에 의미를 두고
회상하며 미소를 머금는 사람을 어떤 이는
실없고 한가한 사람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어떤 화려한 것에 대한 기억보다
털면 뽀얗게 먼지가 일듯한 낡고 오래된
정감 있었던 것들을 소중히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은
따뜻한 모닥불처럼 훈훈한 사람이지 싶다.
세심한 관찰력과 작은 것까지도 헤아리고자 하는
그 마음씀씀이가 얼마나 귀하고 좋은 것인지
그런 이를 곁에 두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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