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는 어떻게 날아가는가 / 김태형

달리 어쩌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이에게 그래도 말을 한다
천천히 잘 알아듣게 말을 하려 해도

말이 되어 나오지를 않는다

말을 하려니 말을 하려고 한다

아니라면 나에게 말하듯이
묻는다 묻고는 또 묻기만 하려고 한다

가지는 못하고 물때 마른 조약돌만 하나 남아서

나도 모르게 손짓을 하고 표정을 짓고
풍선을 달아올린다

내가 말할 줄 모른다는 것을 미처 잊고서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을

그럴 수밖에 없어서

그럴 수밖에 그럴 수밖에

받아들이면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잊히게 된다 잊고야 만다

구름은 떠다니는 게 아니고

비는 내리는 게 아니었지

빛은 비추지 않을 때만 빛이었으니까

달리 어쩌지 못하고

들을 수 없는 이에게 그래도 말을 한다

가려진 벽을 바라본다

허공이 하나 가파르게 생겨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