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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도 자식의 한이 되더라 등록일 : 2012-09-13 11:03

부모도 자식의 한이 되더라


내 어머니는 순하디 순한 분이셨다.
그 순함이 정도를 지나쳐
아마도 모르는 사람이 그녀를 봤다면
조금 모자란다 하였을 것이다.
그녀는 젊어서는 자식들 잡기를 쥐 잡듯 하여,
제 성질을 못 이기더니,
오십 줄에 접어들면서부터는
희한하게도 갑작스레 흰머리가 늘고
주름이 지는 상늙은이가 되더니,
싫고 좋고도 없는 마냥 무골인(無骨人)이 되었다.

그런 그녀의 변화를 두고
자식들은 저마다 의견이 분분했지만,
결론은 극악한 삶의 고통이
그녀를 지치게 하지 않았겠느냐 그리 맺었다.

나는 지금도 임종 때의 그녀를 기억한다.
그녀는 편하게 웃지도, 고통스럽게 보채지도 않고
아주 건조하게 돌아가셨다.
그녀가 저 세상으로 간 지 이제 5년.
나는 어머니를 사랑했다.
지금도, 나는 어머니를 사랑한다.

참 묘하다.
살아서는 어머니가 그냥 어머니더니,
그 이상은 아니더니,
돌아가시고 나니 그녀가
내 인생의 전부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그녀 없이 세상이 살아지니 참 묘하다.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
노희경 | 헤르메스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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