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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는 안경이다 등록일 : 2012-12-28 15:37

재미는 안경이다

"
출발합시다. 오늘은 50킬로미터 코스예요."
교장 선생님이 자전거에 올라타며 말했다.
다른 남자 회원이 선두에 섰다. 나는 뒤쪽에 붙었다.
열 명이 넘는 사람 뒤에서 따라가니까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페달을 천천히 밟으면서 주변을 돌아볼 수 있었다.
강에서 낚시하는 사람들이 실루엣으로 보였다.
한 사람이 낚싯줄을 던졌다.
낚싯줄이 커다란 포물선을 그리며 햇빛에 반짝였다.
연인들이 꽃밭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체육공원에선 아이들이 축구를 하며 소리를 질렀다.
흔히 볼 수 있는 휴일 모습이었다.
평범한 일상. 전에는 빨리 달리는 데 급급해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풍경들이기도 했다.
새로울 것이 없으니까.
강변 풍경이 그런 건 당연하니까.
그런데 오늘은 다르고 새롭게 보였다.
햇살도 구름도 환했고,
그 밑에서 움직이는 사람들 표정은 더 밝았다.
바람이 불었고, 꽃들과 나뭇가지들이 흔들리는 게 보였다.
살아 있는 것들.
"선두 교대합니다."
앞서 가던 아주머니가 돌아보면서 말했다.
아뿔싸.
계속 선두가 바뀌다 보니
어느덧 내가 두 번째로 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선두로 나서자, 기다렸다는 듯 바람이 달려들었다.
페달이 무거워졌다.
"어때요? 재미있죠?"
휴식 시간. 교장 선생님이 선글라스를 벗으면서 물었다.
나는 배낭에서 초코바를 꺼내 내밀었다.
"교장 선생님 말씀이 맞네요. 정말 세상이 다르게 보여요.
저번에 죽어라 달릴 때는 그냥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교장 선생님이 초코바 포장을 뜯으며 말했다.
"재발견이죠. 다시 찾아낸 것이니까요."
누구에게나 그런 시절이 있었다.
'저건 뭐야?' ' 왜 그런 건데?'
재미있었다. 걱정 따위가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일어나지도 않을 일들에 대한 온갖 걱정 따위도.
이제 알 것 같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는 온몸에서 힘을 빼고 회전력만으로 페달을 밟았다.
가벼워진 나의 영혼이 바람을 가르며 앞으로 질주하고 있었다.
길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처럼 펼쳐졌다. 자유의 느낌.
다르게 보면 발견할 수 있다.
새로운 것들을. 그래서 재미있다.
재미는 다르게 보고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것이다.
성공한 사람들은, 행복한 사람들은
남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로부터
당연하지 않은 것을 찾아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재미는 그들의 안경이다.

재미
(
한상복 |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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