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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무릎이 닿는다면 등록일 : 2013-04-01 11:08

서로의 무릎이 닿는다면

 

 

우리는 없는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없는 위자와 같이 마주 앉아 있다.

의자는 없고

서로 의자가 되었으므로

당신과 나 사이에는 테이블이 놓여야 하지요

테이블 아래로 밤이 자꾸와서

당신과 나 사이가 깊어지지요

글썽이는 것들은 모두 그곳에 묻히지요

모서리가 네 개 다섯 개

여섯 개

일곱개로 늘어나지요

어긋나는 중이어서 반짝거려요

당신의 어깨에서 단풍잎

당신의 오른팔에서 불가사리가 따올라

테이블이 자꾸 출렁거려요

당신의 가슴 한복판에서 솟아오르는 새

뚫린 당신의 가슴과 등 사이에서 의자가 사라지고

살은 짓무르고

오도독 거리는 것들을 지나

서로의 무릎이 닿는다면

그 순간 당신과 나는

무릎 뼈와 조약돌은 같은 안을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될까요

모든 방향이 사라지고 그러나 바람은

방향이 사라지는 곳에서 불어온다면

울면서 지워지면서

우리는 우리가 먼 미래에서

이제 막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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