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좋은생각
봄이 아프다 등록일 : 2014-03-17 08:50
꽃들이 파고들어와 내 상처를 물감 삼아 색(色)을 다투니
반도의 바닷바람은 생체기에 소금이라
만나지 못한 연인들은 내 갈비뼈를 퉁기며 울고
벚꽃잎 후르륵 떨어지면 고공의 난간에서 스르륵 가벼
운 목숨들도 떨어져내리고
아비가 아이를 꺽고 아이가 할매를 꺽고 남자가 여자를
여자가 남자를 꺾고 꺾고 꺽고......
몇십년 전 끝난 4· 19도 묘지 앞 피눈물로 나를 따라오고
또다시 오고
내 머릿속에 제 숟가락을 들이미는 상처의 허기(虛飢)로
인해 나는 나날이 아름답고
내 아름다움의 눈부신 빛 속에서 그대들은 살고 혹은 살
수 없어서 죽어간다
♧ 이선영 시집 《 포도알이 남기는 미래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