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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나이 등록일 : 2019-06-03 09:17
아버지의 나이
나는 이제 나무에 기댈 줄 알게 되었다.
나무에 기대어 흐느켜 울 줄 알게 되었다.
나무의 그림자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
나무의 그림자가 될 줄 알게 되었다.
아버지가 왜 나무 그늘을 찾아
지게를 내려놓고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셨는지 알게 되었다.
나는 이제 강물을 따라 흐를 줄도 알게 되었다.
강물을 따라 흘러가다가
절벽을 휘감아 돌 때가
가장 찬란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해질 무렵
아버지가 왜 갈가에 지게를 내려놓고
종아리를 씻고 돌아와
내 이를믕 ㄹ한 번씩 불러보셨는지 알게 되었다.
-정호승 '아버지의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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