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무너지고

    긑이 뻔하게 보이고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알면서

    너를 사랑할 수 없다

    너에게 덜컥 덜미를 잡혔지만

    내 삶의 둘레를 벗어나

    죄악이 목 조르게 만드는 것은

    두려움뿐이다

    모든 것이 제자리를 떠나면

    무너져 내리듯

    사랑도 제자리를 떠나면

    늘 서성거리다 끝날 뿐이니

    내 마음을 흩뜨려놓지 마라

    건져낼 수 없는 수렁에 빠져

    끝없는 자책과 후회 속에

    원망과 독기가 뻗어오기 전에

    가 닿을 수 없는 허기진 사랑이라면

    무모한 근심에 피눈물 고이기 전에 떠나야 한다

    너를 만나 사랑을 새롭게 알았지만

    너를 사랑할 수 없다

    손 놓고 헤어진 사람들은

    또 다른 사랑을 시작한다

                ♤ 용혜원 시집 『 내사랑을

                                                   찾아가는 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