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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순간 등록일 : 2014-09-19 09:26
회색 화면으로 보이는
잔뜩 찌푸린 창밖
얼이 하늘에 붙들린 가로수는
묵직한 침묵 한 덩어리 들고
비를 기다리는데,
건널목에서 한 무리가
건너편 장승의 눈짓 살핀다.
콘크리트 도시에서
뚝심 좋게 선 그 키다리는
자기는 색맹이 아니라는 듯,
권력을 행사하는 듯,
파란 눈 부릅뜨니
하얀 징검다리 건너가는 착한 사람들
습기 찬 그 걸음 사이에서
한 소녀가 우산 펼친다.
회색 화면에 노란 물감이 팍, 튀며
드디어 쏟아지는 비,
소나기다 !
갈증 났던 표정들이 빗물에 씻기면서
창문 크기 흑백 영상에
금이 쩍쩍 가기
시작한다.
글 : 한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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