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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은 설레임과 고통으로 온다 등록일 : 2014-12-03 11:55

12월은 설레임과 고통으로 온다

                                                    도 종 환 (시인)

 


 

 

한해의 마지막달 12월은 설레임과 고통으로 온다.
한해를 보내면서 가슴 아팠던 많은 기억으로부터 자신을 정리하고픈 마음과 함께, 다가오는 한해에 대한 새로운 시작을 동시에 꿈꾸게 하는 달이 12월이다. 12월은 그런 많은 기억들 앞에서 한번 더 자신을 담담하게 돌아보게 하는 달이기도 하다. 자신의 나이앞에 담담하게 겸허하게 서 있게 하는 달이기도 하다. 삶의 무게랄까 인생 그 자체랄까, 그런 것에 대해서도 한번 더 머물러 생각하게 하는 달이다.

특히나 20대에서 30대, 또는 30대에서 40대...이처럼 한세대가 바뀌어지는 해 12월은 자신의 삶에 대해 옷깃을 여미며 걸음을 멈추게 하는 달이기도 하다.
어떤 나이이든 나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느냐 하는 것일텐데도 12월의 하루하루는 그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내 어릴적 우리 아버지의 나이가 된다는 것...그것은 내가 책임져야 할 내 얼굴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12월의 복판에 서면 꼭 한가지 생각하는 것이 있다.
부디 내가 공연히 초초하지 않아야 겠다는 것.
제 나이에 스스로 주눅이 들어 몸을 움추리거나 제 자신의 행동과 생각을 미리 선언적인 나이의 중량에 묶어 버리지 않는 것, 그런 생각 말이다.

제 나이에 미리 겁먹지 말고 차라리 다가오는 시간 앞에 조용히 깊어져 가는 모습을 가져야 할 것이다.

저무는 들녘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 억세풀처럼 늙어갈 순 없을까.
그렇게 시에서 말했던 것처럼 세월앞에 은은한 모습으로 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럴때 12월은 우리를 조용한 모습으로 돌아오게 한다. 어리석은 욕심들을 버리고 가난한 마음으로 돌아오게 한다.

눈을 씻고 다시한번 세월을 정갈하게 바라보게 한다.
한해동안 제대로 보이지 않았던것...탐욕과 어리석음과 성냄에 쌓여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하나씩 다시 눈에 보이게 하는 달이기도 하다.

나뭇잎을 다 버린 나무들이 비로소 뿌리에 대해 생각하게 되듯 밖으로 향했던 마음들이 자신의 내부 깊은 곳으로 천천히 다시 모이는 시간이기도 하다.

한해동안 우리는 우리의 작은 이파리 하나때문에 얼마나 마음을 졸이고 애를 태웠던가. 바람에 대하여 햇빛에 대하여 또는 빗줄기와 번개에 대하여 하루하루를 얼마나 조바심 속에 살아 왔던가.

그러나 12월은 그런 것들을 남김없이 버리게 한다.
서슴없이 버리고 나야 비로소 일상과 욕망의 수천개 나뭇잎이 매달렸던 가지끝에서, 나무둥지로 나이테가 또하나 늘어나는 나무둥지 가운데로 돌아오게 된다. 본래의 제 생명, 제 자아의 물관부로 돌아오게 된다.

거기서 들이쉬는 한모금의 겨울 바람... 12월은 그속에서 한해를 마무리 하고 새롭게 살아가야 할 남은 날들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인생은 그렇게 성급하게 그렇게 조바심을 내며 달려가기만 할 것이 아니라고 12월에 부는 바람은 옷자락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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