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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좋은생각

아침 밥상 등록일 : 2014-12-18 20:21

아침 밥상

          김유진(1977~)


 새벽녘 몰래 온 눈이

 아침상을 차렸어요


 나뭇가지마다

 탐스러운 솜사탕이 달렸고

 담벼락 위에는

 세상에서 제일 긴

 가래떡이 놓여 있네요.

 수북이 담긴

 아이스크림 통이 여럿,

 돌멩이만큼 많은 호빵에서는

 따끈한 김이 올라요

 어, 저기 뻥튀기도

 잔뜩 쌓여 있네요


 그릇은 필요 없어요

 숟가락 젓가락도 두고 오세요

 얼굴을 파묻고 와구왁

 벌렁 누워 구르며 먹고

 친구끼리 던지고 묻히며

 온몸으로 먹어요


어른들은 눈이 와도 시큰둥하다. 도시에서는 빙판길을 걱정하고 농촌에서는

폭설에 비닐하우스가 무너질 것을 걱정한다.  그러나 아이들은 다르다.

새벽녘에 몰래 온 눈이 푸짐한 '아침 밥상'이다. 아니 어쩌면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가지고 온 선물 보따리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새벽에 몰래 온 눈이 차린 아침상을 보라!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하다.

솜사탕에 가래떡에 아이스크림 통도 여러개다. 호빵에서는 따끈한 김도 모락모락

피어 오른다.  뻥튀기도 잔뜩 쌓여 있다.  그릇도 숟가락도 필요없다. 얼굴을

파묻고 벌렁 누워 구르며 '와구와구' 먹으면 된다.  친구들과 눈을 뭉쳐 던지고 묻히며

'온몸'으로 먹으면 된다.  아이들에게 눈온 날은 즐거운 생일 같은 날이다.

                                                                  이준관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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