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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등록일 : 2015-01-05 10:29

아직

          유자효(1947~)

 

너에게 내 사랑을 함빡 주지 못했으니

너는 아직 내 곁을 떠나서는 안 된다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내 사랑을 너에게 함빡 주는 것이다

보라

새 한 마리, 꽃 한 송이도

그들의 사랑을 함빡 주고 가지 않느냐

이 세상의 모든 생명은

그들의 사랑이 소진됐을 때

재처럼 사그라져 사라지는 것이다

아직은 아니다

너는 내 사랑을 함빡 받지 못했으니


'함빡'이라는 말 참 좋다.  차고도 남도록 넉넉하다는 뜻이다.

물이 겉으로까지 스며 나와 젖는다는 뜻이다. 넘쳐 흐르도록 가득가득한

상태를 뜻하니, 정을 이처럼 준다는 것에는 성심으로 혼신을 다한다는

뜻이 있다.  시인은 사랑을 할 때에도 함빡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뭔가 미진한 게 남아 있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가슴에

저장되어 있는 사랑의 총량을 다 소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사랑의 불의 다 써서 없애기 전까지는 재처럼 사늘하게 사그라질 수도

없다는 것이다.

한 마리의 새, 한 송이의 꽃도 사랑을 함빡 주고 간다는데  우리는 과연 무슨 일에

밤낮없이 땀을 쏟는 것일까.  새처럼 이 세상에 미성을 보태지도 않고, 꽃처럼 이

세상에 미색을 보태지도 않고... --  문태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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