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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우리 집 유리창은 등록일 : 2015-04-05 21:57

비 오는 날 우리 집 유리창은

                       권 오 삼 (1943~)


어, 어

유리창에 부딪혔네!


그럼 미끄럼 타야지

조르르 조르르

주르르 주르르


어, 어

저 빗방울들 좀 봐!


미끄럼 타면서

빗방울이 빗방울을 업고 가네

빗방울이 빗방울을 안고 가네

빗방울이 빗방울한테 매달려 가네


비 오는 날

우리 집 유리창은

빗방울들의 놀이터


겨울에 유리창에 성에가 끼면 눈 모양의 별로 만든 마법의 성처럼

신비롭다.  그 신비한 성에를 입으로 호오 불어 녹이고 아이는 손가락으로

'봄' 이라고 쓰며 봄을 기다렸을 것이다. 그런 유리창은 봄에 빗방울들이

미끄럼을 타고 노는 놀이터다.  빗방울들에겐 어디 유리창뿐이랴.

꽃밭이며 풀밭이며 논밭이며 모두 미끄럼 타고 뒹굴고 뛰어노는 놀이터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빗방울들이 서로 정답게 업고 안고 매달려 간다.

아마 밖에 나가 봄풀을 밟으며 놀고 싶은 아이의 마음도 빗방울에 매달려

가리라. 빗방울들이 미끄럼을 타면서 서로 업고 안고 매달려 간 자리엔

빗방울만 한 꽃망울이 맺히고,떡잎이 돋고, 낟알이 맺힐 것이다.

                                                          이준관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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