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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사랑 등록일 : 2015-06-02 12:58

10월 말, 가을이 끝자락을 향하던 어느 날, 부산에 살고 있는 친구 집에서 하룻밤 묵었습니다. 다음날 서울에 볼일이 있어 아침 일찍 기차를 타야 했습니다. 부산에서 서울, 장거리 여행에 피곤함이 밀려와 자리에 앉자마자 잠을 청했습니다. 얼마나 흘렀을까요? 어찌나 피곤했는지 청도역까지 잠을 자며 왔는데도, 피곤함이 풀리긴커녕 더 쌓이는 듯 했습니다. 그때, 청도 역에 잠시 정차해 있던 기차가 움직이며, 비어 있던 제 뒷자리에서 이야기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와! 벌써 겨울인가 봐? 낙엽이 다 떨어졌네 근데 낙엽 덮인 길이 정말 예쁘다. 알록달록 마치 비단을 깔아 놓은 것 같아! 푹신하겠지? 밟아 봤으면 좋겠다!" "저거 봐! 은행나무 정말 크다! 몇 십 년, 아니 몇 백 년은 족히 된 것 같은데? 은행잎 떨어지는 게 무슨 노란 비가 내리는 것 같아." "이 길은 포도나무가 참 많네 포도밭 정말 크다! 저 포도들 따려면 고생 좀 하겠는걸?" "저기 저 강물은 정말 파래 꼭 파란 물감을 풀어놓은 것처럼 강가 바위에서 낚시하는 아저씨 빨간 모자가 참 예쁘네!" "어? 저기 엄청 작은 흰 자동차가 있어. 너무 작아서 내 힘으로도 밀겠어. 운전하는 사람은 20대 초반 같은데, 뿔테 안경이 정말 잘 어울려! 에이. 벌써 지나쳤어!" 겨우 잠들기 시작한 저는 짜증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뭔 말이 저렇게 많아? 그것도 자기 혼자 떠들고 있잖아 뭔 설명을 저렇게 해? 눈이 없어? 뭐가 없어?" 잠자긴 틀렸다고 생각한 저는 화장실로 향했습니다. 볼일을 보고 자리로 돌아오며 흘끔 대체 어떤 사람들이 그렇게 떠드나 쳐다봤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을 쳐다본 순간 미안함과 놀라움으로 고개를 돌리고 말았습니다. 앞을 보지 못하는 40대 중반 아주머니와 남편으로 보이는 아저씨 한 분이 서로 손을 꼭 잡고 있는 거였습니다. 자상한 아저씨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며 응수하시고 계셨습니다. 마치, 같이 보기라도 하는 것처럼.. 입가엔 엷은 미소까지 지으며... ========================================== 부족한 부분은 채워주고, 넘치는 것은 나눠 갖고, 힘들면 서로 기대고, 기쁘면 같이 웃어주고, 그렇게 살아갑니다. 그래서, 불편한 점 몇 가지쯤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부부는 그렇게 서로의 반쪽이 돼주면서 평생을 함께 걸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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