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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주머니 등록일 : 2015-07-24 09:17

이야기 주머니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바람이
자꾸만 따라 온다
금낭화 주머니에서
옛 이야기 흘러나오면
바람도 풀잎도
조용히 귀를 기울이고
한 자루씩 한 자루씩
금낭화 주머니에서
솔솔 굴러 나오는
아침 햇살 같은 이야기
말 많은 참새들도
그때만은
조용히 입을 다물고
귀를 기울인다
옛날에....
옛날에....
그때마다
금낭화 주머니가
하나씩 벌어지고

ㅡ정재분(1954~)

가슴으로 읽는 동시 일러스트

금낭화는 이름 그대로 비단주머니처럼 생긴 아름다운 꽃이다. 어린 시절 설날에 할머니가 만들어 주어 허리에 차던 복주머니처럼 생기기도 했다. 그런 금낭화를 시인은 '이야기 주머니'라고 했다. 옛날이야기가 차랑차랑 가득 들어 있는 이야기 주머니! 상상만 해도 금낭화를 보면 '옛날에… 옛날에…' 할머니가 들려주던 이야기가 들려올 것 같다.

시인이 금낭화 핀 꽃밭으로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바람도 자꾸만 따라온다. 아침 햇살처럼 쏟아지는 옛날이야기를 듣고 싶어서다. 수다쟁이 참새도 조용히 귀를 기울이며 듣는 이야기 주머니. 할머니가 만들어주던 복주머니처럼 옛날이야기가 가득한 금낭화가 하나씩 벌어지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아름답다.

                                                                                                        이준관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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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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