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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저녁 등록일 : 2017-05-14 07:34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저녁




요즘 일교차로 인해 감기에 걸려 식욕마저 잃었습니다.
아내는 내가 이런 줄은 아는지 모르는지 평상시처럼 대해주기에
조금은 섭섭하게 생각되었습니다.

친구 약속 때문에 나가려는데, 미소를 지으며 아내가 말했습니다.
"현금이 없으니 만 원만 주고 가세요.
그리고 방울토마토가 먹고 싶으니 들어오실 때
방울토마토 좀 사다 줘요."

그동안 살아오면서 투정도 애교도 부릴 줄 모르던
아내가 내민 거칠어진 손에 만 원짜리 한 장을 쥐여주고
집을 나서며 생각에 잠겼습니다.
'늙으면 애가 된다더니..'

애써 잊어보려 했지만, 가족을 위해 희생하며 살아온 아내가
만원을 달라며 내민 손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외출에서 돌아오는 길에 방울토마토 한 상자를 샀습니다.
집에 도착하니 내가 좋아하는 생태찌개 냄새가 코끝에 스밉니다.
웃고는 있지만, 평소와 달리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고깃국보다 당신이 좋아하는 생태찌개가 좋을 것 같아서.."

순간 나도 모르게 벽에 걸려있는 달력에 눈이 갔습니다.
50주년이란 까만 글씨가 오늘 날짜에
선명하게 찍혀 있습니다.

그래서 아침에 아내는 만원이 필요했었나 봅니다.
내가 좋아하는 생태찌개를 끓이려고..

다행히 방울토마토를 준비한 나는
단출하지만, 아내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금혼일 저녁을 보냈습니다.
 

 

- "따뜻한 하루"에서 온 멜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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