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인 아들이 책꽂이에서 책 하나를 꺼내자, 사이에 흰 종이가 삐져나와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혹시..."
예감이 맞았습니다. 남편이 끼워놓은 종이더군요. 낯익은 글씨로 또박또박 적은 그의 편지를 보자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더군요.
아가야, 네가 이 글을 발견할 때쯤엔 나는 이 세상에 없을 거야. 책을 읽을 정도면 아빠가 없다는 게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이 책에 편지를 끼워놓게 되는구나.
내가 많이 아프단다. 오래 살지 못한다는 선고를 의사에게서 들었을 때, 가장 걱정이 되었던 건 너희들이 아빠가 없이 어린 시절을 보낸다는 것이었어.
물론 네 곁에는 엄마가 있겠지만 아빠가 없다는 느낌은 굉장히 쓸쓸하고 서글프단다.
그래서 생각해봤어. 어떻게 하면 네가 아빠랑 같이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까?
내가 감명 깊게 읽었던 책이 어떤 것이었는지,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를 알려준다면,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약간은 알 수 있을 거야. 그건 다른 사람들이, 엄마나 할머니가 아빠는 어떤 사람이었다고 전해주는 거랑은 완전히 다른 거야.
글은 신기한 도구지. 비록 나는 이 세상에 없지만 이런 글을 남김으로써 너와 함께 있을 수 있으니까. 부디 그런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
아빠가 항상 함께 있으니까 슬퍼하지 마. 화이팅.
편지 뒷장에는 책에 대해 느낀 점들이 몇 장에 걸쳐 적혀 있었습니다.
- 장영애 (새벽편지 가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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