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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고 아도바요르의 경기 후(펌) 등록일 : 2006-06-22 20:54

졌다.
아쉽다.
테레비가 없어 거리응원 나왔을 동포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물론 첫 경기였고 두 경기가 남아 있지만 스위스와 프랑스가 한국보다 못한 팀이 아니기에
남은 두 경기 모두 우리가 이길 가능성은 한국전 보다 낮다.

어쩌면 내 축구 인생에 월드컵에서 이겨 볼 유일한 기회였는지도 모를 경기를 날려 버렸다.

다음 월드컵에서 또 다시 나이지리아, 카메룬, 이집트...등의 강자들을 꺽고
본선에 오르기도 자신할 수 없는 노릇인데.

축구는 11명이 모여서 하는 조직 협동의 게임인데 우리의 조직력은 너무 허술 했고
동료들과의 짜임새를 다지지 못했다.

월드컵 시작전 부터 돈 때문에 빚어진 협회와의 갈등은 우리를 분열 시켰고
우리들 다리의 힘을 뺐다.

내 책임이다.
....토고선수들을 보면...안타깝다는 생각이 넘 많이 들어요!
이유가 뭘까요?
1954년 우리나라 첫 월드컵 출전때와 비슷한 환경이어서 일까요.
지금은 많이 ...넘 많이 달라진 환경이지만.
프로란...우습지만....돈이 곧 자신을 나타내는것이기에...!

돈도 돈 이지만 일생에 두 번 오지 않을 기회를 이런 식으로 잃어선 안되었는데.
하지만 우리의 속사정을 그대들이 알런지.

한국에선 경기에 질 경우, 걸핏하면 '어릴때 부터 잔디구장에 익숙치 못해서...'란 이유를 내세운다.
나는 어릴적 신발 신고 공을 차 본 기억이 없다.
아예 축구공이 아니라 그저 둥글고 찰 만 한 것이면 그걸 축구공 삼아 차고 자랐다.
맨땅에서 맨발로.
나 뿐이 아니라 내 동료 모두가 그렇다.

토고 정부는 우리를 '은행원'에 비유하며 돈만 밝힌다고 야단치지만
우리에게 국가가 무엇이었던가.
2차대전 이후에도 독립된 국가가 되어 보지 못한 우리다.
정부가 언제 우리의 그늘이 되어주고 방패막이가 되어 준 적 있었던가.
내 어릴 적 부터 항상 프랑스가 단물 쪽쪽 빨아 먹고 내 부모 형제들은 커피밭
코코아밭 에서 등이 휘도록 일하고 기껏 야자열매에서 나는 물로 목을 축이며 살아왔다.
축구만이 내게 희망 이었고 내 가족의 배를 채울 수 있는 수단 이었다.
인삼 녹용으로 보신하는 건 꿈도 못 꿔 봤다.

그렇기에 내게 축구는 곧 '돈' 이었고 내 가족의 '희망'이었다.
다른 대부분의 축구선수들 처럼.

우리 나라는 당신들 보다 훨씬 약하다.
정부 역시 힘이 없다.

그런 형편에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올린다고 당신들 처럼 몇 억 씩 약속 받을 수가 없다.
경기장엔 당신네 나라 응원단이 멀리서 대규모로 비행기로 날아 왔지만 우리는 그저
독일에서 노예 처럼 일하는 동포 몇몇과 부자 몇 명만이 응원하러 왔을 뿐.
약속도 손바닥 뒤집듯이 잘 뒤집는다.

그렇기에 경기수당은 우리가 뛰는 중요한 이유가 되었고 그 약속을 분명하게 하고 싶었던거다.
당신들도 성적이 좋으면 온갖 보장 다 받잖아.

어찌 되었건 우리팀 선수들은 돈벌레가 되었고 축구선수가 아닌 죽일 놈의 은행원이 되어 버렸다.
돌아 가서 받을 비난이 끔찍하지만 어쩌겠는가.
다음 경기 역시 '돈 보장'이 분명치 않으면 우리는 힘을 낼 수가 없다.
축구가 곧 우리의 생존 이기에.

당신네 팀이라고 크게 다르겠는가.
애국심 만으로 죽을 힘을 다하는 팀이 대체 월드컵에 몇 팀 있겠는가.
우리는 더욱 절실하다.
당신네는 약속하면 보장 받겠지만 우리는 형편이 다르다.
당신네 잣대로 우리를 가늠하려 들지마라.

어제 지붕 덮힌 축구장은 지독히 더웠다.
아프리카 출신이 더위에 허덕댄다는게 아이러니일 수도 있겠지만
돈문제로 길게 줄다리기를 하며 훈련을 부실하게 했더니 더욱 힘에 부쳤다.

우리도 진작에 돈 걱정 털고 보양식 먹어가며 훈련에만 전념했더라면...

이미 화살은 시위를 떠났고 물은 엎어 졌다.
결과는 나왔고 우리는 중요한 한 경기를 졌다.
하지만 아직 예선 두 경기 남았다.

돈 문제를 분명히 해 다오.
준다고 했으면 줘라, 얼룩말 풀 뜯어 먹는 소리 말고.
죽을 힘을 다 할 테니.

한국,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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