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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옹~~ 등록일 : 2006-12-28 10:29

안데스 산맥 깊숙한 곳, 황량한 고원이다.

이 은둔의 장소에 거대한 생채기를 내고 산화해버린고독한 별똥별의 잔해를 찾고 있던 어느 늙은 천문학자 부부는 뜻밖에도 조그만 운석조각 아래 묻혀있던 이상한 물체를 발견했다.

그것은 별똥별에 버금가는 무한한 기운과 빛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내부로 물처럼 스며들려는 처연한 열망을 간직한, 극히 유한한 생을 살다간 한 쌍의 인간화석이었다.



소녀는 신전에 바쳐질 제물이었다. 갈색 피부와 윤기나는 검은 머리칼, 깊은 눈을 가진 소녀는 하늘을 향해 돌계단이 끝없이 이어지는 거대한 신전에 옮겨져서 가뭄과 기근과 불과 물의 재앙으로부터 왕과 백성을 구원해내야 했다.소녀의 몸이 씻겨졌고 향료가 뿌려졌다. 가늘게 떨리는 소녀의 어깨와 양팔을 장정 둘이 감싸안고 있었고 검푸른 검을 든 왕의 수하 한 명이 소녀의 등 뒤에 서 있었다. 제단 아래에 도열한 수하들과 수많은 백성들은 숨을 죽인 채 제사장인 왕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구름 한 점 없던 하늘 저편에서 긴 꼬리가 달린 거대한 불덩이가 신전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사람들은 공포감으로 얼굴이 일그러졌고, 허둥지둥 바위 뒤로 몸을 피했다.꼬리 달린 불덩이는 순식간에 신전의 반대편에 있던 산 하나를 형체도 없이 태우고 삼켜버렸다. 그 때였다.


신전에 신과 왕의 문양을 새기는 일로 일생을 소진할 석공 하나가제단에 덩그러이 놓여있던 소녀를 들쳐업고는 꼬리달린 불덩이가 떨어진 산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늘 눈물을 글썽이며 이 죽음의 의식을 바라보던 창백한 청년이었다. 청년에게 안긴 소녀의 숨결은 부드러웠고 표정은 평온했다.
그리고 그들은 대지와 별이 만든 뜨거운 돌가루에 서서히 묻혀갔다.



사람들은 채 가시지 않은 신의 노여움이 너무 두려워 이 고적한 터전을 떠나가기 시작했고 高都 마추픽추는 그렇게 버려지고 숨겨진 古都로 변해갔다.


별똥별과 함께 짧은 생을 마감한 젊은 석공과 소녀는 신비와 무한과 영원과 자유, 절대와 신성의 다른 이름인 우주와의 교감을 치열하게 시도했던 늙은 천문학자 부부의 영혼에 투영되어 지금 우리 앞에 다시 환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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