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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말랑한 금고 등록일 : 2007-01-10 18:03

창고를 열어젖히자
썩은 내가 진동을 한다
금은 보화는 사라져 버리고
매장도 못한
시체만 널브러져 있다
살과 뼈를 파고든
벌레만 들끓고 있다
도굴한 흔적이 아직도 남아서
쇠문이 부서져 있고
한 차례 물길 휩쓸고 간
폐허처럼 건질 것이 하나 없다
무심한 동굴같이
찬 바람만 불어온다
먼저 차지하면 임자라고
제가 주인이라고
꿀꺽 삼켰던 도둑이 잡혔다
손가락에, 목에 지녔던
빛나는 삶들을 빼앗아
머리에 쓸 관을 만들고
하루를 보낼 궁을 지었다
금 그릇에
은가루를 뿌린 고기를 먹었다
제 배만 채우는 짐승같이
어떤 열쇠로도 결코 열 수 없는
금고에 가두어야 할
욕망의 마음이 있다
볕 들어오지 않는 무덤 속의
말랑말랑한 육신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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