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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 등록일 : 2018-03-05 17:09

삼월 / 손택수



1
  소식 없던 친구들에게서 전화가 온다
목련이 피었느냐, 벚꽃은 아직 멀었느냐,
진달래 꽃망울은 얼마나 더 도톰해졌느냐,
대개 내 안부보단 꽃의 안부가 더 궁금하다는 투다
남쪽에 산다는 이유 때문일까 그 이유 하나만으로
꽃의 대변인 꽃의 수행비서가 된 기분은


  삼월이 되니 감감 무소식 친구들에게 용기를 내어
나도 더러 전화를 걸어볼까 영 서먹서먹하면 꽃기별 앞세워
오늘은 봄비가 내렸다, 초록초록 내리는 빗소리를 향해
하루종일 창문을 열어놓고 있었다, 그 바람에 에취 고뿔이
들어서 기침을 하면서 피어나는 들꽃, 꽃들은 없었던가
삼월이 되니 꽃이 자꾸만 전화기를 들었다 놓게 한다
남쪽에 산다는 그 이유 하나만은 아닌 것이


2
  내게서 꽃이 지니 네게는 꽃이 피었구나
어여 가라, 어여 가라, 등을 떠밀어보낸 꽃이
네게로 서둘러 북상했구나 징검돌처럼 박힌 너와 나, 사이의

 아득함을 생각는 하루 허리를 시큰하게 휘감고 도는
그 아득함을 건너간 꽃들의 여린 뒤꿈치가 다 보이는 하루


  북망까지 가기는 갈까 먼저 떠난 친구라도 찾아서,
그 친구 앞에 놓을 한 묶음이라도 되어서, 네게서도 꽃이
지고 나면 너는 또 무슨 힘이 남아 그 등을 떠밀어보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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