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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수 15만원… 뼈 부러져도 리어카 끄는 할머니 등록일 : 2007-12-12 17:28

월수 15만원… 뼈 부러져도 리어카 끄는 할머니

할머니(76)가 리어카를 끌고 골목길에 들어서자 손자 진원(가명·15)이가 재촉했다. “할머니, 빨리 오라니까. 날씨도 추운데.” 리어카에 실린 박스와 전선뭉치가 할머니 체구의 두 배는 돼 보였다. 방 안에 들어선 진원이는 빨갛게 언 할머니 손발을 이불로 덮었다.

김치와 밀가루를 섞어 만든 ‘김치떡’으로 저녁을 때운 뒤, 할머니와 진원이는 마주 앉아 연필 깎는 칼로 전선 피복을 벗겼다. 1㎏에 4000원 쳐주는 구리선과 1㎏ 30원 하는 폐지를 팔아 버는 수입은 월 15만원. 정부보조금과 구호단체 ‘기아대책’ 지원금을 합쳐 월 42만원으로 겨울을 난다. 진원이는 6년 전부터 할머니와 단둘이 살았다. 부모가 이혼한 뒤 엄마는 소식을 끊었고, 조선소 기술직으로 일하던 아빠는 두세 달에 한번 전화로 안부를 묻는다. “진원이가 고등학교 갈 때까지는 내가 살랑가. 고등학교는 졸업시켜야 편히 눈을 감는디.”

요즘은 학교가 끝나면 밤늦도록 할머니 일을 돕지만, 6년 전 진원이가 처음 혼자 살던 할머니네 집으로 왔을 땐 말썽만 부렸다. 철이 든 건 그로부터 2년쯤 지난 어느 날. 약수터에서 물통을 들어달라는 할머니의 재촉에 심통이 나 돌멩이를 던졌는데, 할머니 발목에 맞아 뼈가 부러졌다. “할머니 부축하면서 엉엉 울었어요. 할머니한테 너무 미안해서….”
그 이후로 진원이는 달라졌다. 중학교에 입학해 복싱에 재능을 보인 진원이는 지난해 경북체전 복싱 라이트급에서 동메달까지 땄지만, 몇 달 전 복싱을 과감히 포기했다. 합숙에 들어가면 할머니 혼자 남기 때문이다. 지난해 할머니가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도 진원이는 의사를 붙들고 “할머니 없으면 못 산다”고 엉엉 울었다. 갈비뼈가 부러져 치료를 받은 할머니는 두 달 만에 다시 리어카를 끌었다.

진원이의 가장 큰 소원은 할머니가 오래오래 사는 것이다. 그래서 조선일보·사회복지공동모금회 주관 ‘62일의 행복나눔’에 ‘할머니 건강검진 한번 받아보게 해달라’고 사연을 신청했다. 그러나 할머니 소원은 달랐다. 진원이 고등학교 갈 학비랑 교복값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이에 조선일보·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할머니 건강검진비와 치료비, 진원이 학비·교복비 등 500여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추운 겨울 난방비는 여전히 문제다. 내년 6월 지금 살고 있는 사글셋방을 비워주면 갈 곳도 없다.
출저 : 다음뉴스

여수의 사랑을 아프리카에만 전할것이 아니라 우리 소외된 이웃에게도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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