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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좋은생각

(추천도서)신해철의 쾌변독설 등록일 : 2008-03-04 14:52

나는 나이가 안들 줄 알았는데,

아니 나이가 든다 해도 나의 모든 일상들이

몇년이고 몇십년이고 다 빼곡하게 기억에 남을 줄 알았는데

아주 사소한, 나 고3 때가 몇년도였지? 라는 것조차 쉽게 기억하지 못하는 요즘..

그래도 아주 정확히 확실히 기억하는 한가지는

내가 초등학교 6학년일 때가 1992년도였고

그 해는 내가 처음으로 용돈을 모아 "앨범"이라는 것을 산 역사적인 해라는 것.

내 생애 처음으로 구입했던 그 앨범이 바로 넥스트 1집이었다.

솔로 신해철의 안녕, 슬픈 표정하지 말아요 때부터

그 어린 초등학생이 뭘 안다고 좋아하는 가수를 묻는 질문에

무조건 '신해철'이라 대답했는지..

벌써 십수년 째 마음 속에 담아둔 그분.. 어흑~

얼토당토 않게 고스에도 몇번 내 사연이 읽히기도 했고..

잠결에 듣다가 "야순님" 소리에 벌떡 일어나 보니

라디오에서 뫙의 그윽한 음성으로 내 사연이 읽히는 걸 알고

방방 뛰었던 적도 있고..

작년에 뫙이 싸이 처음 시작할 적에 잽싸게 일촌도 맺고..

(덕분에 나는 일촌공개인 뫙의 싸이를 마음껏 볼 수 있다. ㅎㅎ)

정확히 말하면 결혼을 하고 윤진규씨(우리 서방)을 만나기 전까지는

뫙의 말 한마디, 그의 생각 하나하나가 나에겐 곧 진리요, 생명수였기에

무조건 맞아맞아 그래그래 옳소옳소~ 했던.. ㅡ_ㅡ;;

요즘은 나이 좀 들었다고 '에이~ 그건 좀 아니다~' 딴지도 좀 걸게 되는.. ㅡㅡa

필라미 임신해서 부른 배 안고 넥스트 5집 쇼케이스에도 가고

여전히 넥팬 공홈을 들락이며 나름 팬이라 자부하면서도

아직까지 그의 콘서트 한번 못가본 촌녀.. ㅠㅡㅠ

아무튼.

이 나이 먹기까지..

아직까지도 좋아하는 연예인이 누구냐 물으면

무조건 신해철. ㅡ_ㅡ;

얼마 전 그의 책이 나온다는 기사를 접하고 곧바로 대기상태에 들어가

예스24에 책 풀리자마자 주문..

어제 책을 받아보았다.

(... 무슨 배송이 나흘이 걸리냐.. 콱 ㅡ_ㅡ^)

책만 제때 왔다면 나는 분명 어제 오후..교보문고의 그의 싸인회에 가있었겠지..(먼산..)

책을 받아들고 대충 후루룩 넘겨보면서

나는 맨 처음 "낚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하게 그 책은 인터뷰 형식이었던 것이다.. ㅡ_ㅡ;;

사람이 말로 하는 것과 그리고 그 말로 한 것을 또 글로 누군가 대신 옮기는 것과

본인이 직접 글을 쓰는 것은 큰 차이가 있는데..

뫙이 직접 쓴 글 모음집..정도로 생각했다가 순간 굉장히 실망.. ㅡㅜ

어쩐지..

책 낸다 할 때 뭔가 이상했어..

그 냥반이 몇개월 동안 책상 앞에 얌전히 앉아

책 한권 분량의 글을 토닥토닥 쓰고 있을 거라

생각한 내가 바보 ㅡ_ㅡ;;

일종의 난독증이랄까..

유독 기사나 글 중에 인터뷰 형식의 글, 특히 이랬어요, 저랬어요 하는

구어체의 글에는 무지하게 약한 나인지라

읽는 내내 어색하고 집중이 되지 않아 힘들었다.

일단 쾌변독설이라는 제목에 어울리지 않게

그의 이야기들은 꽤 선량한 편.

오히려 고스에서나 공홈 게시판이나 그의 싸이에 올라오는

그가 직접 쓴 글들이 훨씬 독설스럽다는 느낌이 든다.

아무래도 인터뷰어 앞에 놓고 말하는 것을 책으로 옮긴 것이다 보니

꽤 긴 분량의 인터뷰 기사를 읽는 듯한 느낌이고,

확실히 말로 이야기하는 것 보다는 차분히 앉아

자신의 생각을 글로 옮기는 것이 더 알차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책 읽는 중간 중간 많이 낄낄거렸고 푸하하 웃었고

넥스트에 대한 이야기, 음악에 대한 이야기 등

꽤 재미있는 부분들이 많다.

수많은 안티를 만들어낸 논란의 100분 토론에 대한 이야기도 좋았고,

100분 토론장이 아니라 차분하게 다시 그의 생각을 정리해서 읽을 수 있다는 것도 좋았고

역시 그는 박식하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끔

그가 가진 상식이나 인용 사례들은 꽤 흥미로웠다.

그의 말처럼 나 역시도 멋모르던 10대에 넥스트를 들으면서

점점 메탈리카로, 핑크플로이드로 다른 음악에 호기심을 느끼고

그것들을 찾아 듣게 되는 등

넥스트의 영향을 많이 받은 어린 팬 층 하나였는데..

이제는 그의 회고 속에 한 부분이 되었다는 것이

어느새 그렇게 세월이 지났는가.. 놀랍기도 했다.

넥스트 1집이 나온 것이 1992년..

지금은 2008년..

아. 정말 오랜 시간이 흘렀구나.

그리고 아직까지도 그는 건재하구나.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있구나..

책 말머리에

이 책을 사줘서 '졸라' 고맙다는 그의 인사..

책 내줘서..

책 낼만큼 오래 오래 활동해줘서

나도 '졸라' 고맙수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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