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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좋은생각

숙제 등록일 : 2018-06-21 08:45

[숙제 / 김덕곤] 
 
하늘이 까만 구름을 피워 올리면
바다는 하얀 이빨을 드러낸다 
 
하늘과 바다가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이다 
 
거울을 보며 평생 이빨을 닦아도
여전히 배우지 못한 언어다 
 
수평선에서 태어나 산을 넘나드는 바람을
과외선생으로 두고서도
여전히 기역니은 해독 불가의 문장이다 
 
하늘이 잿빛으로 흐려진 날
오늘도 미뤄둔 숙제를 하려 손바닥을 편다
손가락 연필에 침을 발라 써 보지만
금세 말갛게 말라버리는 질긴 망각이다 
 
이 만개의 이빨을 가졌다는 달팽이도
입을 다물고 어지러운 끈끈이 흔적만 남긴 채
호박잎 아래로 몸을 숨긴다 
 
내게만 벅찬 문제가 아니라서
그나마 다행이라 믿는다
숙제 검사를 받는 날이 오늘이거나 내일
어쩌면 내 후년 일수도 있다는데 
 
손바닥 공책은
오늘도 어제와 같이 텅 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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