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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술잔엔 눈물이 반이다 등록일 : 2008-11-07 19:34




아버지 술잔엔 눈물이 반이다


물에 젖은 솜처럼 집에 들어온다.

어둠을 짊어지고 나갔다가
어둠을 짊어지고 집에 들어온다.

한 숟가락의 밥도 뜨기 전에
베란다에 나가 담배를 피운다.

한 대의 담배를 피우다가
창밖의 나무처럼 흔들린다.

나뭇잎처럼 떨어지고 싶은 충동이
입 안 담배 뿌리 끝에서부터 피어난다.

숲속에서 길을 잃은 짐승처럼
헐떡거렸던 하루다.

발을 잘못 내딛는 순간, 천길 낭떠러지로
미끄러질 수 밖에 없는 연속이다.

창밖에서 나무가
뼈빠지게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창밖에서 나뭇잎이
가지에 악악 목을 매고 산다.

아무래도 세상이 미쳤나 보다.

나무는, 나뭇잎은
바람을 안고 춤을 추고 있는데
바람은, 바람은 그들의 목을 쥐고 있다.

한 숟가락의 밥을 뜨고
어머니와 소주 한 잔 하는
아버지의 술잔엔 눈물이 반이다.
양복 호주머니 속, 사직서가 잠에서 깬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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