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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에도 ‘명당 자리’ 있다 등록일 : 2008-05-21 15:05
대부분의 직장인은 회식에 대해 불만스러워한다. 이유도 제각각이다. 최근 하나은행의 자체 여론조사에 따르면, 과음 강요 같은 강제적인 분위기(35%)나 매번 똑같은 방식(33%), 늦은 귀가(19%) 등 때문이다. 그 결과 화합을 명분으로 한 자리는 오히려 갈등만 양산하고 만다. 기업으로서는 돈과 시간 낭비다. 직장인으로서도 고민이다. 즐기기는 늘 어렵고, 그렇다고 마냥 피할 수만도 없어서다. 각종 포털 사이트에는 회식과 관련한 직장인들과 기업의 고민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그들이 토로한 회식 관련 고민에 대한 답을 구해본다.
◇필참 회식 구별법=
회식 참석 여부에 대한 동료 직장인들의 충고는 한결같다. 반드시 참석하라는 쪽이다. 이런 충고를 또 무조건 따르는 것이 직장인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다. 항상 참여한다고 상사가 늘 대견해하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매번 빠져도 위험하다. 따라서 꼭 참석해야 할 회식과 그렇지 않은 회식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서원 전체를 위한 회식에는 가능하면 참석하되, 부서 서열 1위의 상사가 주최한 회식에는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 『부하직원이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진실』의 저자인 박태현(39)씨의 조언이다. 회식이 계속 이어진다면, 고참보다는 직속 상사가 주관하는 쪽을 택해야 한다. 직속 상사가 고참에게 당신의 칭찬을 하게 만들면 일석이조다.
◇'끝차'까지 가서 끝장을 봐야 하나=
회식은 1차에서 끝나는 법이 없다. 이런 경우 대놓고 먼저 일어나는 사람은 이목을 끌게 마련이다. 이때 얌체형으로 비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우선 1차는 정직하게 치러라. 1차에서 상당수 참석자의 취기가 오른 경우라면, 2차로 옮기는 과정에서 자리를 뜨면 된다. 이때 친한 동료 몇에게만 인사 하면 된다. 과음한 분위기에서 모든 사람에게 일일이 인사하는 것도 실례다. 처세술 작가 드미트리 리가 쓴 칼럼 '회식 생존 가이드'가 권하는 회식 에티켓의 하나다.
◇분위기는 어느 선까지 띄울까=
얼마 전 경력직으로 입사한 김경주(가명·30)대리는 동료 대리와의 경쟁심에서 지나치게 튀는 노래에 막춤까지 선보였다. 열렬한 반응을 기대했지만 정반대였다. 후배에게 "왜 그렇게 오버했어요"라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 회식 분위기를 띄우되, 지나치지 않는 선은 과연 어디일까.
상사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듯 회식은 업무의 연장이다. 그런 만큼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 자칫 방심했다가는 지울 수 없는 낙인이 찍힐 수도 있다. 아무리 취중이라 하더라도 지나치게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이 좋다. "회식 자리에서 사람들에게 큰 즐거움을 주겠다는 욕심부터 버려라. 있는 듯, 없는 듯 하는 무난함을 최고의 미덕으로 삼아야 한다." 인간개발연구원의 양병무(53) 원장의 조언이다. 실수담의 주인공 김 대리의 고백이 이를 입증한다. "회식 자리의 주인공은 언제나 상사라는 사실을 한순간 망각했다."
◇풀리지 않는 고민, 회식 장소=
'오늘은 20대가 좋아하는 곳으로 가자'는 팀장의 제안에 와인을 곁들이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예약한 영업사원 박근영(가명·29)씨. 그런데 팀장이 와인 리스트를 들여다보는 회식 도입부부터 그녀의 계획은 일그러져 버린 느낌이었다. 팀원 8명이 와인을 부어라 마셔라 한 회식이 끝나자 아니나 다를까 불길한 예감은 적중하고 말았다. 팀장이 법인 카드를 내밀며 뼈아픈 한마디를 건넸던 것이다. "그렇게 안 봤는데, 박근영씨 수준 꽤 높구먼."
회식 장소 예약은 가능하면 떠맡지 않는 것이 좋다. 법인 카드를 지닌 상사와 신입사원의 취향은 트로트와 힙합만큼이나 거리가 멀다. 일단 회식 장소 예약을 담당하게 되면, 1차를 마친 후 다음 장소에 대한 부담까지 고스란히 떠안게 될 가능성이 높다. 1차 삼겹살, 2차 호프집, 3차 노래방이란 공식은 괜히 생겨난 것이 아니다.
"젊은 사람들의 참석률과 만족도를 높이려면 깔끔한 와인바가 좋지만 비용을 생각해 와인 뷔페를 권한다. 게다가 1, 2차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다." 회식에서 젊은 층과 경영진의 입장을 두루 고려한다는 경호회사 FTS 박상균(34) 본부장의 조언이다.
◇회식 문화, 어떻게 스타일리시하게 바꿀까=
남성지 '에스콰이어'의 회식은 남다르다. 여느 회식처럼 술이 주연이 되고, 참석자가 조연에 머무르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회사 주변 술집 대신 요즘 뜨는 맛 집에서 열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회식은 서먹한 직장 동료끼리 화젯거리로 삼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 잡지의 김민정(36) 기자는 "요즘 성공하는 남자들은 회식에서도 과음을 꺼린다. 그 트렌드를 읽다보니 남성지 기자들의 회식도 이렇게 변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우리 직장인과 기업들이 회식 문화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고 덧붙인다.
사실 회식 문화에 대해 직장인보다 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주체가 기업이다. 이는 단순히 회식 장소를 술집에서 맛집으로 바꿔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양 원장은 "술의 비중은 줄이는 대신 대화의 비중은 늘려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려면 회식 장소도 달라져야 하지만, 무엇보다 회식을 주관하는 상사의 마인드가 바뀌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