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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생활의 지혜

걷기의 정석 등록일 : 2009-11-24 22:15

대한민국은 지금 걷기 열풍이 드세다. 이유가 뭘까? 무엇이 야밤에 사람들을 밖으로 불러내는 걸까? 수많은 발길이 오가는 11월의 낮과 밤. 감기에 걸리지 않으려면 아침이든 밤이든 카디건은 필수, 긍정적인 마인드는 플러스다.

# 재미있게 걷고픈 이들을 위한 걷기

걷다 보면 꼴불견인 커플들의 행렬을 봐야 할 때도 있다. 여자는 뾰족구두를 신고 어쩜 그리도 아무렇지 않게 걸을 수 있는 건지, '발 아파 죽겠지, 요것아?' 약이라도 올리고 싶을 정도로 여자를 이끄는 남자의 손이 새삼 부럽기도 하다. '남자'였을 땐 저랬던 그이가 '남편'이 되니 경보 경주처럼 일렬로 걷잔다. 겨우 뒤따라가 손을 잡으니 '땀나!' 하고는 또 저만큼 멀리 가버리는 남편이 야속하기만 하다. 그래도 이렇게 산책하는 게 좋은 걸 어떡해?

부부가 함께 자주 걸으면 사이가 더 좋아지는 건 사실이다. 걷다 쉬다 간간이 '
콩쥐 팥쥐'나 줄넘기를 준비해 내기를 하자. 밥 사기, 설거지 내기 등등. 걷기의 즐거움뿐 아니라 금슬까지도 20% 상승이다. 더 재미있게 걸으려면 만보계를 차고 얼마나 걸었는지 확인하거나 다이어트 등의 어떤 목적도 갖지 말아야 한다.

걷기의 묘미를 만끽하려면 헨젤과 그레텔처럼 두고온 집은 잊어버리고 새로운 과자 궁전을 꿈꿔야만 한다. 아이와 손잡고 천천히 바람을 쐬며 느린 걸음을 걸어도 좋다. 그럼 아이에게도 엄마 아빠에게도 걷기가 더욱 즐거워진다. 요리조리 걷기, 아이와 계단에서 가위바위보 게임 하기, 똑같은 컬러의 타일만 밟고 걷기. 그러다 지치면 아스팔트나 놀이터에서 땅따먹기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순수한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서 말이다. 바지에 조약돌만 한 휴대전화를 넣고 무겁게 걷지도 말자. 그건 지혜가 아니라 삶의 잡동사니를 가득 담은 철물점과도 같으니 말이다.

# 건강이 목적인 이들을 위한 걷기

우리나라 국민 특유의 '건강 염려증'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사람들은 진시황제의 불로초를 캐러 가는 것처럼 걷는다. 조금이라도 걸음이 느려지거나 더디기라도 하면 금방 밟혀 죽을 태세다. 걷기가 좋다고 해서 무작정 걷는 것은 금물이다. 얼마만큼 걸었는지보다는 어떤 자세로 걸었는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남들 속도에 신경 쓰지 말자. 우리는 마라톤을 하는 '초원이'가 아니다. 남들의 걸음에 맞춰 걷다 보면 자세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가끔 좌우로 몸을 돌려주기도 하고, 또 걷다 잠시 쉬며 스트레칭을 해도 좋다. 매일 30분이라도 투자해 걸으면 무 다리도, 근육으로 무장된 다리도 말랑말랑해지면서 다리 형태가 슬림해진다. 너무 많이 걸어서 부었다면 사흘만 더 걸어보자. 다시 다리의 뭉친 근육이 풀려 있을 테니.

아침 걷기와 저녁 걷기 모두 장단점이 있다. 한낮보다는 저녁이 좋고, 호흡기 질환이 걱정된다면 대기 오염 물질이 최대 수준인 새벽 시간은 피하는 것이 좋다. 깜찍한 컬러의 트레이닝복 한 벌쯤 준비하는 것도 좋다. 가족들이 뭐라뭐라 놀리면 어떤가? 트레이닝복을 입고 걸어야 절로 신이 나는 것을. 예쁜 트레이닝복 때문에라도 더 걷게 되면 좋은 일 아닌가?

# 운동 효과를 톡톡히 보고픈 이들을 위한 걷기

'분노의 걷기'라고도 불리는 파워 걷기는 일반 걷기 동작에 비해 팔 동작이 크고 속도 역시 경보 수준에 가깝다. 일반 걷기가 1분에 6킬로칼로리를 소비한다면 파워 걷기는 12킬로칼로리를 소비해 뱃살이 쑥 들어가는 것은 시간문제. 운동의 강도를 높이고 싶다면 2~3킬로그램짜리 덤벨을 들거나 손목에 모래주머니를 차도 좋다. 하지만 파워 걷기는 보폭이 넓고 빨라 대퇴골을 잇는 고관절에 무리를 줄 수 있으므로 관절이 약한 사람은 피해야 한다.

노르딕 걷기는 걷기가 하체 중심 운동이다 보니 자칫 잘못하면 균형 잡힌 운동을 할 수 없다는 단점을 보완한 것이다. 상체 운동과 하체 운동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 피트니스 폴이나 덤벨을 꽉 쥐고 팔에 힘을 주며 발을 땅에 살짝 대는 느낌으로 걸으면 그냥 걸을 때보다 70% 이상의 운동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때 한 가지만 주의하자! 걷기만 하다 보면 전체적으로 피부나 근육이 처질 수도 있다. 그러니 걷기 운동이 끝나면 덤벨을 이용해 운동을 하면 가슴이 처지는 것을 예방하자. 팔꿈치를 직각으로 구부리고 덤벨을 눈높이로 맞춘 다음 뒤로 폈다가 가슴으로 모으는 동작을 20회 이상 반복하면 된다.

뒤로 걷기는 앞으로 걸을 때 쓰지 않는 근육을 사용해 근육의 고른 발달에 도움을 준다. 걸을 때는 발목에 무게가 실리기 때문에 관절에 통증이 있는 사람에게는 적당한 걷기다. 몸에 힘을 너무 주지 않고 허리를 살짝만 구부리면 어렵지 않게 걸을 수 있다. 뒤로 걷는 만큼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점에 유의, 보행자가 많지 않고 충분한 공간이 확보된 곳에서 걷는 것이 좋다.

이 세 가지 방법을 섞어 걷는 것도 재미있다. 뒤로 걷기와 노르딕을 합쳐도 좋고, 파워 걷기와 뒤로 걷기를 병행해도 좋다. 일단 '걷기'는 부담이 없어야 한다. 그래야 재미가 붙는다. 어떤 목적을 갖고 성취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때론 따분할 정도로, 귀찮을 정도로 싫은 일이다. 다행히 신곡을 그때그때 다운 받을 수 있는 MP3가 있으니 안심이다. MP3를 발명한 이의 운동화에 뽀뽀라도 해주고 싶다. 산책을 한다면 '안 트리오'의 음악이나 '신영옥'이 부른 영화 음악들을 권한다. 집안일 걱정을 잠시 내려놓고 상쾌한 밤바람을 맞으며 가볍게 사뿐사뿐 걸어보자.

파워 걷기를 하려는 이들은 의미심장하게도 메탈릭한 음악을 권한다. 이미
'어린 핏덩이'들에겐 뜨고도 남은, 테크토닉 'Mondotek'이나 'Ratatat'와 같이 다양한 멜로디가 특징인 곡을 들으며 걷자. 선선한 가을바람에도 송골송골 땀이 맺힐 테니. 만약 자녀들의 MP3를 빌려서 나왔다면, 요즘 '짐승남'으로 각광받고 있는 2pm이나 깜찍한 걸 그룹들의 노래를 들으면서 아이들 생각에 절로 웃음이 날 것이다. 미리 염두에 둘 것은 아이들의 MP3를 들고 나올 예정이라면 반드시 켜고 끄는 기능, 다음 곡으로 넘어가는 기능 정도는 탑재하고 빌리자. 기능 모르는 MP3는 귀찮은 짐이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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