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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주소의 원리를 알면 집찾기 쉽다 등록일 : 2012-01-08 21:30
우리 집의 위치를 알려주는 주소가 새롭게 바뀐다.
번지와 통·반으로 나타내던 주소가 도로이름과 건물번호로 바뀌는 것이다.
새 주소는 간단하면서도 편리한 수학적 원리를 담고 있다.
새 주소의 원리를 알아보자.
새 주소 쓰면 모르는 집도 쉽게 찾아
“쪽지에 적힌 주소로 빨리 찾아오세요.” 같은 미션을 받은 호동이와 승기는 자신의 쪽지를 펼쳐 봤다. 호동이의 쪽지에는 ‘서울 중구 소망동 146번지’라는 주소가, 승기의 쪽지에는 ‘서울 중구 소망로 8’이라는 주소가 적혀 있었다. 호동이는 스마트폰으로 중구 소망동을 금방 찾았다. 하지만 문제는 이때부터다. 146번지가 어딘지 알 방법이 없었다. 힘들여 145번지를 찾았지만 옆 건물은 149번지였다.
한편 승기는 ‘소망로’라고 적힌 표지판을 발견한 뒤 금세 목적지를 찾을 수 있었다. 소망로 입구에서 오른쪽 네 번째 건물이 목적지였던 것이다. 호동이는 한참 뒤 자장면 배달원의 도움을 받아 목적지에 도착했다. 둘의 목적지는 같은 곳이었지만 주소를 나타내는 방법에 따라 목적지를 찾는 데 걸리는 시간이 크게 달랐다.
2011년 7월 도로이름과 건물번호로 이루어진 새주소가 전국적으로 동시에 고시 되었다.
호동이가 받은 주소는 오래 전부터 쓰던 ‘지번주소’다. 1910년대 일제 강점기 시절 세금을 걷기 위해 토지를 나누면서 번호를 붙인 ‘번지수’를 사용한 것이다. 처음에는 하나의 토지 위에 건물이 하나씩 있었지만 그 뒤 건물이 많이 들어서면서 번지수를 계속 추가해야 했다. 결국 번지수의 순서가 복잡해지면서 번지수만 보고는 위치를 찾기 힘든 상태가 됐다. 주소를 쓰는 새로운 방법이 필요해졌다.
승기의 쪽지에 적힌 주소는 ‘새 주소’에 해당한다. ‘도로명주소’라고도 불리는 새 주소는 도로명과 건물번호로 나뉜다. 도로마다 이름을 붙이고, 도로 주변의 건물에는 규칙에 맞춰 건물번호를 붙인 것이다. 원래 있던 도로이름은 그대로 쓰고 새로 지을 때는 지역의 고유한 역사를 반영하거나 산과 강, 동식물 등의 이름을 따와 붙였다.
지번주소와 새주소(도로명주소)의 차이.
도로 크기와 건물 위치 담는다
새 주소는 도로와 건물을 분류하기 위해 간단한 수학적 지혜를 사용했다. 먼저 도로명은 대로나 로, 길로 끝난다. 도로의 폭이 40m를 넘거나 왕복 8차선 이상의 도로는 ‘대로’라고 쓴다. 세종대로나 영동대로와 같은 경우다. 대로보다 작지만 폭이 12m를 넘거나 왕복 2차선 이상의 도로는 ‘로’라고 쓴다. 중앙로나 학동로처럼 말이다.
이 밖의 도로에는 명주길이나 한나래길처럼 ‘길’이라는 이름이 붙는다. 큰 도로에서 작은 도로가 갈라진 경우에는 큰 도로명과 함께 숫자를 써서 ‘반포대로23길’처럼 이름 짓기도 한다. 이때 도로의 진행 방향을 기준으로 해서 큰 도로의 왼쪽으로 갈라진 도로에는 홀수가, 오른쪽으로 갈라진 도로에는 짝수가 붙는다. 반포대로23길은 반포대로에서 왼쪽으로 갈라진 작은 도로를 뜻한다.
건물번호는 도로가 시작하는 곳에서부터 20m 구간마다 붙여진 기초번호를 사용한다. 도로 왼쪽의 건물에는 홀수, 오른쪽 건물에는 짝수번호가 붙기 때문에 20m마다 숫자가 2씩 올라가는 셈이다.
건물번호는 건물의 정문과 만나는 도로를 기준으로 번호를 붙인다.
도로가 시작하는 곳에서 끝나는 곳 방향으로 20m 구간마다 붙여진 기초번호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때 번호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남쪽에서 북쪽으로 갈수록 올라간다.
동쪽이나 북쪽을 바라볼 때 도로 왼쪽의 건물에는 홀수 번호, 오른쪽 건물에는 짝수 번호가 붙기 때문에 20m마다 숫자가 2씩 올라가는 셈이다.
한 구간 안에 여러 건물이 있다면 두 번째 건물부터는 가지번호가 덧붙는다. 예를 들어 2번 구간에 건물 3개가 있다면, 첫 번째 건물은 그대로 2, 두 번째 건물은 2-1, 세 번째 건물은 2-2라고 쓴다.
새주소는 지번주소와 앞부분은 동일하게 쓰되, 동과 번지, 리 대신 도로명과 건물번호를 쓴다.
새 주소 전체를 보면 지금까지 쓰던 지번주소와 앞부분이 똑같다. ‘시·도’ 다음에 ‘시·군·구(+읍·면)’까지는 그대로 쓰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과 번지나 리 대신 도로명과 건물번호를 쓴다. 그 뒤 자세한 주소는 쉼표(,)를 찍고 동과 호수 등을 쓴다. 새 주소에는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 이름을 쓰지 않는다. 아파트 이름이 지나치게 길거나 아파트 이름이 바뀌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새 주소가 자리 잡을 때까지는 주소 맨 뒤에 괄호를 써서 참고항목을 덧붙여도 된다.
우리나라의 새 주소는 외국 여러 나라에서 오래 전부터 쓰던 주소 체계다. 영국은 1666년 런던에서 대화재가 일어난 뒤, 도시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도로명주소를 쓰기 시작했다. 도로명주소의 편리성이 알려지면서 현재 대부분의 나라가 도로명주소를 도입했다. 북한 역시 1960년대부터 도로명주소를 쓰고 있다.
새주소는 외국 여러 나라에서 오래 전부터 쓰던 주소 체계다.
새 주소에 줄자와 나침반 있다
새 주소는 지도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위치뿐 아니라 거리까지 알려주기 때문이다. 도로명과 건물번호를 붙이는 방법을 뒤집으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가장 먼저 건물 주변에 있는 도로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 도로명이 대로, 로, 길 중 어떤 이름으로 끝나는지를 보면 된다. 도로가 시작하는 곳을 기준으로 건물의 위치도 알 수 있다. 건물번호가 홀수면 도로의 왼쪽, 짝수면 도로의 오른쪽에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학동로 2번 건물과 5번 건물은 ‘로’로 끝나는 도로명과 건물번호가 홀수, 짝수로 다르다는 점에서 왕복 2~7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대각선으로 마주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건물번호를 보면 방향도 알 수 있다. 길을 갈 때 오른쪽에 늘어선 건물의 번호가 커지고 있다면 동쪽이나 북쪽으로 가고 있다는 뜻이다. 도로명 팻말도 마찬가지다. 막 들어선 도로의 도로명 팻말에 ‘1→100’처럼 작은 숫자부터 적혀 있다면 동쪽이나 북쪽으로 가고 있다는 뜻이다. ‘100→1’로 적혀 있다면 서쪽이나 남쪽을 향하고 있다는 의미다. 도로의 시작 지점부터 건물까지의 거리도 알 수 있다. 건물번호는 20m마다 숫자가 2씩 올라가므로 건물번호가 1씩 커질 때마다 도로 입구에서 약 10m씩 멀어지는 것으로 계산할 수 있다. 물론 건물번호가 1번과 2번인 건물이 똑같이 도로 입구에서 20m 구간에 있다는 점에서 정확한 거리보다는 건물이 위치한 구간을 아는 셈이다.
예를 들어 주소가 ‘세종대로 110’인 서울시청은 세종대로 시작점에서 약 1.10km(110×10m) 떨어진 구간의 오른쪽에서 만날 수 있다. 하지만 건물이 커서 여러 구간에 걸쳐 있다. 이 때문에 바로 옆에 있는 프레스센터의 주소는 ‘세종대로 124’이다. 같은 방법으로 건물 사이의 거리도 계산할 수 있다. 학동로 2번 건물과 학동로 10번 건물을 비교해보자. 10번 건물은 2번 건물에서 동쪽 또는 북쪽으로 약 80m 떨어진 곳에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도로명 팻말에도 거리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다. 강남대로가 시작하는 곳에는 과 같은 팻말이 세워져 있다. ‘1→699’라는 표시는 강남대로의 전체 거리가 약 6.99km(699×10m)라는 사실을 나타낸다. 팻말은 사임당로 92지점에 세워져 있는 것이다. 사임당로의 전체 거리는 약 2.5km인데 이곳은 920m 지점이며, 사임당로 끝까지 약 1.58km[(250-92)×10m]가 남았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새주소에서는 건물의 용도에 따라 다른 모양의 팻말을 적용한다.
행정안전부에서 운영하는 새주소 안내 시스템(http://www.juso.go.kr/openIndexPage.do) 에서는 새주소에 대한 정보와 기존에 사용하던 지번 주소의 새주소를 검색해 볼 수 있다.
건물이 어떤 용도로 쓰이는지를 알 수 있는 방법도 있다.
비밀은 건물번호판의 모양에 있다.
집이나 아파트처럼 주거용 건물은 위가 뾰족한 오각형의 팻말을 쓴다.
빌딩과 같은 상업용 건물은 직사각형, 관공서는 원형 팻말을 이용한다.
문화재나 관광지는 식빵 모양의 갈색 팻말을 쓴다.
특히 관공서, 문화재나 관광지의 팻말에는 국가표준 그림표지를 같이 넣는다.
그림표지는 한글을 모르는 외국 관광객도 쉽게 알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