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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따라 봄 마중.. 지리산 숲길 & 하동 토지길 걷기 등록일 : 2010-04-08 09:21

꽃피는 봄은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 하고 발길을 간질인다. 한층 따스해진 봄의 기운이 온 몸으로 느껴지는 봄이면 일상의 고단함을 잠시 내려놓고 어디론가 떠나고픈 생각이 가득해 질 것. 벌써 남녘에서는 꽃 소식이 들려온다. 지리산 자락에는 봄을 여는 꽃 매화가 움을 틔우고, 산수유가 노란 꽃불을 피운다. 조금은 느리게, 그리고 천천히 걷기 좋은 '길'도 마련돼 있다. 이번 주말에는 지리산 숲길과 하동 토지길을 따라 섬진강 자락에 스며든 봄을 맞으러 떠나보자.




지리산 숲길

'둘레길'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지리산 숲길은 사람과 자연, 생명과 문화가 속삭이는 길이다. '관광'을 위해, '여행'을 위해 개발된 여행지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마을과 마을을 이어 걷는 '느린 길'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나온 자연적인 '길'이다.

'사단법인 숲길'이 산림청의 녹색자금 지원을 받아 추진하고 있는 지리산 숲길은 지리산 둘레 800리(약 300km)를 잇는 장거리 도보길이다. 지리산 둘레를 한 바퀴 돈다는 뜻으로 '둘레길'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2011년까지 조성될 300km 지리산 숲길은 전라북도·전라남도·경상남도 3개도와 남원시·구례군·하동군·산청군·함양군의 5개 시·군, 16개 읍·면의 80여 개 마을을 잇는다. 옛길은 최대한 원형 그대로 복원하고 숲·산·강 등 자연을 적극 활용해 다양한 즐거움을 맛볼 수 있도록 조성하고 있다. 지리산 곳곳의 숲길, 강길, 마을길, 고갯길, 논둑길 등을 연결하기로 했으며 가능한 한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고 지리산과 마을의 고유한 문화와 역사를 그대로 살리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전체 300km 중 현재까지는 전북 남원시 주천면 장안리부터 경남 산청군 금서면 수철리까지 5개 코스가 개통되어 있다. 한 땀 한 땀 수놓듯 이어가고 있는 지리산 숲길에서는 만나는 사람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등 모든 생명의 속삭임을 들어볼 수 있다. 이맘때면 모진 겨울 추위를 이겨낸 자연의 생명력을 생생히 느낄 수 있을 것. 인심 좋은 시골 마을 사람들의 훈훈한 정은 덤으로 따라온다.

1코스 주천 - 운봉 구간 14.3km, 소요 시간: 6시간

전라북도 남원시 주천면 장안리 외평마을에서부터 운봉읍 서천리를 잇는 길로, 시골마을의 소박한 풍경과 훈훈한 정을 느낄 수 있고 곳곳에 볼거리도 많아 아이들과 함께 둘러보기에 적합하다. 해발 500m 운봉고원의 너른 들과 6개 마을을 잇는 옛길과 제방길로 구성되는데, 옛 운봉현과 남원부를 잇는 옛길이 지금도 고스란히 잘 남아 있다. 특히, 구룡치와 솔정자 사이 4km 정도의 옛길은 경사가 완만하고 길도 잘 정비되어 초보자도 쉽게 솔숲을 즐길 수 있다.

2코스 운봉 - 인월 구간 9.4km, 소요 시간: 4시간

전라북도 남원시 운봉읍 동천리와 인월면 인월리를 잇는 구간으로, 너른 운봉 들녘을 따라 오른쪽으로는 지리산 서북 능선을, 왼쪽으로는 백두대간을 감상하며 걸을 수 있는 길이다. 구간 대부분이 제방길과 임도로 되어 폭이 넓기 때문에 여럿이 함께 걷기에 좋다. 황산대첩비, 국악의 성지, 송흥록 생가 등 문화·역사적인 요소가 가득한 길이기도 하다.

3코스 인월 - 금계 구간 19.3km, 소요 시간: 8시간

전라북도 남원시 인월면 인월리와 경상남도 함양군 마천면 의탄리를 잇는 지리산길이다. 넓게 펼쳐진 다랑논과 6개 산촌 마을을 지나 엄천강으로 이어진다. 제방길, 농로, 차도, 임도, 숲길 등이 전 구간에 골고루 섞여 있어 거리는 길지만 지루할 틈이 없다. 길을 따라 제방, 마을, 산, 계곡 등의 풍경이 다채롭게 펼쳐지므로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4코스 금계 - 동강 구간 15.2km, 소요 시간: 6시간

경상남도 함양군 마천면 의탄리와 휴천면 동강리를 연결하는 코스로 지리산 자락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6개 산중 마을과 사찰을 지나 엄천강을 만나게 된다. 지리산 북부의 대표적 사찰인 벽송사와 한국 3대 계곡으로 유명한 칠선계곡을 마주한 서암으로 향하는 고즈넉한 숲길이 특히 아름답다. 강과 산이 함께 흐르는 듯한 동강마을도 절경을 자랑한다.

5코스 동강 - 수철 구간 11.9km, 소요 시간: 5시간

경상남도 함양군 휴천면 동강리와 산청군 금서면 수철리를 잇는 지리산 숲길. 계곡을 따라 걸으며 산행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구간이다. 양민학살사건이 얽혀 있는 함양산청사건추모기념관에서는 아픈 한국 현대사를 되새길 수 있다. 야생화들이 흐드러진 상사폭포와 계곡길은 지리산길의 백미 중 하나로 꼽힐 만큼 눈을 즐겁게 한다.



1 지리산 숲길을 걷다 보면 지역 주민들이 실제 생활하는 마을을 거치게 된다. 정겨운 시골 풍경에 옛 생각이 물씬 날 것이다. 2 소설 「토지」속 최참판댁 사람들의 삶을 상상해볼 수 있는 최참판댁. 3 옛날 양반댁의 위세를 가늠해볼 수 있는 조씨 고택

# 책임지는 마음으로 느리게 걷다

지리산 숲길은 느리게 걷고 느끼며 에둘러 가는 수평의 길이다. 따라서 걷다가 만나는 모든 것들을 존중하고 해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길을 떠나야 한다.

이곳은 '관광지'가 아니다. 기존의 마을과 농로, 임도, 숲길을 이은 것이기 때문에 기대만큼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지 않다. 홈페이지를 통해 걷는 구간과 숙박 시설 등을 미리 확인한 뒤 길을 떠나도록 하고 도시락, 물, 간식 등은 각자 준비하는 것이 좋다. 공중화장실 또한 거의 마련되어 있지 않다. '걷기 여행'을 시작하기 전 터미널이나 관공서, 숙소 등에서 미리 준비하도록 하고 걷다가 마을 안 개방 화장실을 발견하면 이용하도록 한다.

길을 걷다 보면 구간 곳곳에서 지역 주민들이 실제 생활하고 있는 마을을 거치게 된다. 정겨운 풍경의 마을에서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모여 걷기 여행객들을 맞아주기도 한다.

도보 여행을 위한 길인 이곳에서는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차를 가지고 왔다면 각 구간이 시작하는 마을에 세워두거나 인월면에 있는 안내센터에 주차하도록 한다. 산악자전거는 길을 훼손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이용이 금지되어 있다. 또 가급적 호젓한 걷기 여행의 참맛을 느끼기 위해 단체보다는 가족, 친구 등 5명 이내의 인원이 함께할 것을 권한다.

지리산 숲길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사단법인 숲길과 지리산길 안내센터로 문의하면 된다. 홈페이지에는 '길동무 찾기' 코너가 있어 함께 길을 걸을 사람을 찾아볼 수도 있다.
문의 063-635-0850, www.trail.or.kr

하동 토지길



화개장터를 지나 늘어선 '십리벚꽃길'. 연인이 손을 잡고 걸으면 영원한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말이 전해 내려온다.

섬진강을 따라 펼쳐진 80리 길을 잇는 '하동 토지길'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추진한 '스토리가 있는 문화생태 탐방로' 사업을 통해 만들어졌다.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역사 자원을 특성 있는 스토리로 엮어 탐방객들이 느끼고 배우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걷기 중심의 길을 조성한 것. 박경리의 소설 「토지」의 배경인 경상남도 하동군 악양면과 화개면을 중심으로 구성된 '토지길'은 특히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다.

아름답게 펼쳐진 자연환경을 감상할 수 있는 것 외에도 각종 문화 체험의 기회가 다양하게 주어진다. 「토지」 속 인물과 함께하는 문학 체험, 섬진강을 따라 걷는 생태 체험, 화개장터 '역마' 체험, 십리벚꽃길 '사랑 나누기' 체험, 동편제 가락 따라 찾아가는 섬진강 투어 등이 마련되어 여행의 재미를 더한다.

# 하동 토지길 탐방로 소개

'하동 토지길'은 2개의 코스로 이루어진다. 소설 「토지」의 무대가 펼쳐지는 곳곳을 따라 문화 체험을 하는 1코스와 '눈 속에 꽃이 핀 고장' 화개길을 걷는 2코스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1코스 소설 「토지」의 무대 따라 걷기 18km, 소요 시간: 5시간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이 눈앞에 펼쳐지는 평사리 공원에서부터 여행은 시작된다. 입구에 서 있는 장승이 사람들을 반긴다. 공원 잔디밭 위에는 섬진강 위를 떠다녔을 나룻배가 자리하고 있다. 사람들의 떠들썩한 이야기와 추억을 잔뜩 품고 있을 것만 같은 나룻배다. 오래전 섬진강 뱃길이 번성하던 시절의 나루터 모습도 재현되어 있다.

공원 너머로는 평사리 들판이 펼쳐진다. 봄을 재촉하는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들판 한가운데는 '부부송'으로 불리는 소나무 두 그루가 서 있다. 탁 트인 넓은 들판을 지나면 백제 의자왕 20년 나당연합군이 백제를 침략할 때 당나라 장수 소정방이 지나다 당나라 악양의 '동정호'와 흡사하다고 해 이름 붙여진 동정호를 만날 수 있다. 흙길을 따라 1시간 남짓 걸어가면 고소성이 나타난다. 600년대 신라가 백제를 공격할 때 나당연합군이 백제의 원군인 위병의 섬진강 통로를 차단하기 위해 만든 성이다. 성은 복원이 잘 되어 있다. 가파른 언덕도 있어 숨이 차기도 하지만 길이가 길지 않고 일단 올랐을 때 경치가 좋아 힘듦을 잊게 한다.



1 드넓게 펼쳐진 평사리 풍경 2 걷기 여행은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와 이제껏 보지 못했던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을 갖게 해 준다.

고소성에서 섬진강, 동정호를 따라 내려오면 들판 끝자락 즈음에서 아스팔트로 된 오르막길을 만날 수 있다. 한국 문학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박경리 선생의 「토지」의 배경이 되는 곳이다. 천방지축 어린 서희와 순수한 봉순이를 떠올려보며 최 참판댁 곳곳을 구경해본다. 각종 생활용품과 소품들도 잘 전시되어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신발을 벗고 대청에 올라볼 수도 있다. 사랑방 마루에 앉아 '양반놀이'를 해봐도 좋을 듯하다.

최 참판댁을 나와 길을 따라 악양면사무소를 지나면 '조부잣집'이 나온다. 1870년 즈음 조재희라는 사람이 중국 무역을 통해 큰돈을 번 뒤 이 집을 지었다고 한다. 완공하는 데 총 17년이 걸렸다는 이 집이 소설 「토지」 속 최 참판의 모델이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지금은 그 부잣집의 위세보다는 쓸쓸함이 깃들어 있는 '조씨 고가'를 지나 계속 걸음을 재촉하면 500년 나이를 자랑한다는 커다란 향나무가 보인다. 악양천 중간 즈음에 자리한 이곳은 물을 막는 역할을 하도록 나무를 심어 일군 '취간림'이다. 간단한 운동을 할 수 있는 기구도 마련되어 있고 지친 다리를 쉬게 할 자리도 있으니 잠시 짐을 풀고 여유를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 이곳에는 일제 강점기 위안부의 존재를 세상에 처음으로 알린 고 정서운 할머니의 추모비도 세워져 있다.

다시 평사리 들판을 가로질러 악양루에 도착한다. 그리고 다시 강을 따라 굽이진 길을 걷는다. 넓게 펼쳐진 들판에 흐드러지게 핀 봄꽃들이 성큼 우리 곁으로 다가온 봄을 실감하게 해준다. 자운영 꽃이 만개한 들판은 황홀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올해부터는 섬진강변을 따라 대나무길, 녹차밭길 등 트레킹 코스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하니 더욱 기대가 된다.

2코스 산과 강, 인간이 만든 '화개길' 걷기 13km, 소요 시간: 4시간

봄맞이 여행에 있어 이곳만큼 적합한 곳이 또 있을까. 지리산과 섬진강이 만나 꽃이 만발하는 고장이라 하여 '화개'라 불렀다는 지명의 유래에서 알 수 있듯이, 이곳에서는 피어오른 봄이 가슴에 가득 번짐을 느낄 수 있다.

'꽃의 고장' 화개를 중심으로 조성된 2코스는 화개장터에서 시작한다. 조선시대 전국 7대 장에 속했던 화개장터는 전라도와 경상도를 잇는 남도의 요충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소설 「역마」의 배경이기도 한 이곳에서는 '없는 건 없다'는 노래 가사처럼 볼거리가 가득하다. 화개장터를 지나면 '십리벚꽃길'의 시작이다. 일제 강점기 때 화개장터에서 쌍계사까지 신작로가 개설될 때 주민들이 직접 벚꽃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벚꽃이 만발하는 4월이면 발 디딜 틈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다. 사랑하는 청춘 남녀가 두 손을 꼭 잡고 이 길을 함께 걸으면 영원한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해서 '혼례길'이라고도 불린다.

설레는 마음으로 벚꽃길을 지나 쌍계사 방향으로 걷다 보면 신라 흥덕왕 3년 때 당나라 사신으로 갔던 이가 차 종자를 가지고 와 심었다는 '차 시배지'가 나온다. 잘 알려진 대로 지리산 녹차는 최상품이다. 바람에 따라 초록 물결이 인다. 이곳에는 녹차 체험 코스도 마련돼 있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입구에 세워진 쌍계 석문바위를 지나 쌍계사에 도착한다. 고색창연한 자태와 웅장한 모습을 자랑하는 쌍계사는 천년 고찰의 단아함을 보여준다. 길이 크게 가파르지 않아 산책하듯 기분 좋게 걸을 수 있다. 쌍계사에서부터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불일폭포가 나타난다. 남명 조식 선생이 '열 걸음에 한 번 쉬고, 열 걸음에 아홉 번 돌아보면서' 불일암에 도착했다고 할 정도로 절경을 뽐내는 폭포다. 고즈넉한 불일암을 한 바퀴 둘러보는 것으로 여정은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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