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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생강나무꽃이 반겨주는 봄 - 봉화산 등록일 : 2008-04-14 11:41
차가운 바람은 어느새 간데없다. 따스하게 부서지는 햇살은 나를 가만 두지 않는다.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조금이라도 남쪽으로 내려가면 봄꽃들을 하나라도 더 볼 수 있을 거라는 욕심에 여수 화양면 봉화산(371m)에 가기로 하였다.
구불거리는 22번 지방도를 타고 달리다 보니 붉은 깃발들이 도로 양편으로 서있다. 도로 위로 산에는 ‘화양지구골프아일랜드존사업지구’라는 표지판을 커다랗게 세워놓았다. 이곳은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 화양지구로 개발사업이 한창이다. 백야도 가는 길에서 벗어나 장수리로 향했다. 해안을 따라 구불구불 따라가다 여수요양원이라는 작은 표지판을 보고 시멘트 포장길로 올라섰다.
노란 생강나무 꽃이 반겨주는 산길
노란생강나무 꽃은 김유정의 유명한 단편소설 <동백꽃>이 생각나게 한다. 소설속 무대인 강원도에는 붉은 동백은 피지 않고 노란 생강나무꽃을 동백꽃이라고 부른단다.
그리고 뭣에 떠다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폭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 소설 <동백꽃>중에서
남쪽을 바라보고 있는 산비탈은 아직 꽃들을 피우지 못하고 있다. 노란양지꽃, 하얀 남산제비꽃 두 송이, 그리고 피다만 솜나물이 전부다. 산길은 봄 가뭄으로 건조해서인지 푸석푸석하다. 누가 만들었는지 석축을 쌓아 갈지자로 만들어진 길은 산정까지 계속 이어진다.
옛날의 통신수단인 봉수대
그렇게 30분 올랐을까? 산정으로 잘 놓은 나무계단 길. 그 끝에 봉수대가 하늘을 보고 있다. 백야곶 봉수대다. 봉수대 위는 5m정도의 동그란 원에 1m정도 돌담을 쌓아 놓았다.
백야곶 봉수대(여수 화양면 장수리)는 조선시대 봉수로 중 제5거(第五炬)의 두 번째 봉수대로 동(東)으로는 시기봉(始起烽)인 돌산의 방답진 봉수대와 응하고 서(西)로는 고흥 팔영산 봉수대와 응했으며, 장흥 천관산, 진도 여귀산 등을 거쳐 서울 목멱산(南山)으로 전달했던 직봉(直烽)으로 전술상 요충지였으며, 이곳에는 봉수군 10명과 오장(伍長) 2명이 거주했다고 한다.<안내판에서>
근데 봉수(烽燧)로 어떻게 위급상황을 전달할 수 있을까? 안내판 설명에 의하면 평상시에는 불이나 연기를 한번 올리고, 적이 나타나면 두 번, 적이 가까이 오면 세 번, 적과 접전하면 네 번, 적이 육지에 상륙하면 다선 번을 올려 신호를 보냈다고 한다. 지금은 핸드폰 전화 한통이면 되는데···.
벌써 나비가 나왔네
봉수대에 서니 바다가 훤히 보인다. 백야대교를 지나 백야도, 개도 등 금호열도가 이어진다. 다른 한쪽으로는 낭도, 적금도, 조발도 너머로 고흥 팔영산이 우뚝 솟아있다. 바로 아래로는 장등해수욕장이 그림같이 펼쳐져 있다. 사람의 눈은 다 똑같은가 보다. 내가 서있는 이곳이 해양리조트와 골프장 등 대규모 관광단지로 개발된다고 한다.
할미꽃은 왜 무덤가에 필까?
아름다운 경치를 마음에 담고 자리를 일어섰다. 올라왔던 삼거리를 지나 고봉산 방향으로 가다가 내려가기로 하였다. 산능선을 따라 편안하게 이어지는 길은 걸어가는 기분을 좋게 한다. 아래로 바닷가와 해안도로가 같이 따라가고 있다.
산길 바로 옆 무덤가에 할미꽃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아직 활짝 피지는 않았지만 하얀 솜털을 잔뜩 펼친 채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런 꽃 모양 때문에 할미꽃을 백두옹(白頭翁)이라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