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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맛집 소개 번개한번 할까요 등록일 : 2007-01-09 12:10

전주에 오면 누구나 '맛난 음식'에 대한 기대로 설렌다. 인터넷 검색사이트를 조금만 두들겨봐도 전주에서 맛을 쫓아 찾아다녀야 할 집은 꽤 된다. 전주의 음식점들도 대개 그 기대에 충분히 보상해 준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은 전주에 있는 식당이라고 해서 모두 맛있는 음식을 내놓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 아주 맛있지는 않으나, 무난한 곳도 꽤 되고, 형편없는 맛에 돈은 받을 대로 다 받아내는 곳도 있다. 맛은 없어도 음식에 정성만 들이는 집은 그나마 웃는 얼굴로 나설 수 있지만, 정성은커녕 매너리즘에 빠져 사는 몇 몇 음식점 주인들의 모습은 기가 찬다. 그래서 '~방송 출연한 집'이라는 간판도 그다지 신뢰할 만한 것은 못된다.
전주국제영화제가 소개하는 맛난 집들은 장식도 분위기도 하나 없는 허름한 식당이지만 음식에 대한 확실한 느낌은 갖게 되는 곳이며, 주인 아주머니의 푸짐한 인심을 여러 차례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음식의 맛은 정성이 깃들이고 오랜 손맛의 내력이 더해질 때 완성된다. 맛있는 음식에 가격까지 싸다면 요란하게 광고하지 않아도 알음알음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게 마련이다. 소개하는 집들이 바로 그렇다. 싸고, 빠르고, 맛있고, 주인마저 수더분한…. 격식을 차리지 않고 지나가는 길에 잠깐 들리면 될 것 같은 그런 집. 편하게 아무 때나 찾아가도 됨직한 그런 곳이다. 기왕에 소문난 집도 가능한 빼지 않았고, 전주부성 너머에 있는 전주의 맛집들도 거론했다. 이들 모두 '땅기는 맛'또한 일품이라 한번 맛 본 사람이면 최소한 한 달에 한번은 찾아야 직성이 풀린다. 이를 어찌할꼬.
못 믿겠으면 전주시내 택시기사님들께 물어보면 된다. 누구나 인정하듯 택시기사님들은 최고의 맛집만을 찾아다니는 미식가들이다.
백문(百聞)이 불여일식(不如一食). 당신은 들어선 지 불과 몇 분만에 굶주린 야수처럼 돌변할 것이다.
전주의 주객(酒客)은 느긋하다. 믿는 구석이 있는 탓이다. 밤새 혹사당한 몸을 쉬 풀어주는 콩나물국밥….
그래서 전주의 술꾼들은 대개 자신이나 혹은 무리들이 즐겨 다니는 콩나물국밥집이 있다. 게다가 전주는 유명한 콩나물국밥집들이 많고, 웬만한 식당에선 콩나물국밥을 흉내라도 낼 줄 아니, 이 얼마나 다행인가.

〈장뻘해장국〉은 전주 술꾼들에게만 은근히 소문난 집이다.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진 곳은 아니지만, 술 꽤나 한다는 사람이면 결국 기어이 한번은 들르게 되는 집. 그러나 전주 술꾼들은 웬만큼 친한 사람이 아니면 이 집을 추천하지 않는다. 워낙 식당이 작고 찾기도 힘든데다, 혹시라도 자신과 비슷한 시간대에 만난다면 그로 인해 10여분을 더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 집은 실내가 좁아 주인 아주머니가 밥을 마는 것이 그대로 노출된다. 그래서 다른 콩나물국밥집에 비해 시간이 조금 더 걸리지만, 국밥을 마는 과정을 보는 색다른 재미가 있기도 하다. 토렴의 깊은 맛을 미각과 후각뿐 아니라 시각과 청각으로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주인 아주머니의 입담이 구수해서 더 좋다. '어제 또 술 마셨구만, 애지간히 마셔야~' 툭, 내뱉는 한마디는 완벽한 '안방'을 연출한다.
메뉴는 콩나물국밥 달랑 하나. 다른 집들과 달리 신김치로만 승부를 건다. 순수 그 자체의 시원한 국물은 개운함의 경지를 일깨운다. 반찬은 장조림과 깍두기, 김치 정도. 간혹 잘게 썬 고추절임이 올라오기도 하는데, 이런 날은 횡재수가 있는 것처럼 기쁘다. 고추절임의 짭짤하면서도 매운 맛이 콩나물국밥의 국물과 섞이면 완벽한 조화를 선물한다. 평소보다 더 맵게 먹고 싶으면, 청양고추를 더 넣어달라고 말해야 하고, 풍채에 따라 밥의 양을 다르게 주는 만큼, 식욕이 땅기는 날은 양을 넉넉하게 달라고도 말해야 한다.
이 집은 무척 좁다. 탁자는 두 개. 실내는 겨우 10명 남짓 앉을 수 있다. 가장 안쪽에 있는 사람이 밖으로 나가려면 가게 안에 있는 반 이상의 사람들이 일어서야 하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한다. 그렇게 불편한데도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왜? 〈장뻘해장국〉의 콩나물국밥은 물 한 모금도 허락하지 않는 몸을 다스려주기 때문이다. 3박4일 맥주와 소주와 막걸리에 푹 잠겨 있었던 속이라도 가뿐하다. 식은땀과 함께 속이 싹 풀린다. 이 집에서 숟가락을 한번이라도 넣어본 주객이라면 단골이 아니라 매니아가 되는 이유다. 그래서 이 집에 서너번 가면 대개 낯익은 얼굴이 된다. 어제 그 시간에 봤던 얼굴을 또 보는 일도 많다. 그다지 술을 즐기지 않게 보이는 젊은 여성들이 많이 찾는 것 또한 희한한 일. 술꾼들이 아닌 일반인(?)들에게도 특별한 맛이 있는 모양이다.

단점은 찾기 힘들다는 것. 팔달로 코오롱스포츠 사거리에서 남쪽으로 직진하거나(150m), 도청에서 천변 쪽으로 오다 삼성생명건물 골목으로 들어오면 된다(50m). 백화주차장 바로 앞에 있다. 아, 점심시간이면 당연히 줄을 서서 기다려야한다.

*전화번호: 231-2895
*위치: 중앙동4가 31-24번지
*영업시간: 오전 7시30분 ~ 오후 6시00분
*주요메뉴: 콩나물국밥(3천5백원)
*** 남도 주유소 쪽으로 이전 ***
'술이 좋아 마신 술이 아니랍니다. 간장 맛에 마신 술에 내가 취해서~'
안주를 먹기 위해 술을 마시는 경우가 있다. 안주가 지독히 짜거나 매워서 연거푸 물 마시듯 술 마시는 것은 아니다. 술보다 안주의 미각에 도취돼 주객이 바뀐 상황이다. 그런 장면이 자주 연출되는 곳이 〈전일슈퍼〉다. 앞자리에 앉은 동료의 이야기나 그가 권한 술잔보다 안주에 먼저 눈길과 손길이 머무는 곳. 이곳 안주는 술의 적당한 주전부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안주가 입에 맞으면 손의 출입이 잦은 것은 인지상정. 어쩌면 다른 이들이 안주를 다 먹기 전에 서둘러 술이라도 마셔 타당성을 얻으려는 마음일련지도 모른다.

〈전일슈퍼〉는 전주 '가맥' 문화의 1번지다. 맥주 애호가가 아니라고 해도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선호하는 명실상부한 지존이다. 그렇다고 화려한 인테리어나 깔끔한 분위기가 있는 곳도 아니다. 하루에 판매되는 맥주의 양이 무색하게도 이 곳 실내는 너무도 초라하다. 작은 점포 세 개를 뚫어 사용하는 것이 그대로 드러나는 데다, 50여평의 실내에는 30여 개의 탁자와 그 아래 80년대 중국집 의자들이 정확히 네 개씩 놓여 있을 뿐이다. 유독 눈길이 가는 장식물은 온갖 자태로 유혹하는 달력과 주류 포스터의 '수영복 여성'. 남자만으로 짝을 이룬 손님이 유난히 많은, 소박한 이유이기도 하다.
화장실은 더 심하다. 2층으로 가면 남녀가 구별되는 상식적인 화장실이 있지만, 1층은 조금 황당하다. 간혹 세모꼴의 1층 여자화장실을 이 집이 가진 또하나의 매력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지만, '술 취한 장사'들의 '막무가내'를 누가 이기리. 하긴, 불편하다고, 불편하다고 토로하면서도 결국 또 찾고야마는 여성 동지들의 심리 역시 알쏭달쏭하다.
〈전일슈퍼〉가 매니아들을 거느릴 정도로 인정받는 이유는 남다른 장 맛 때문이다. 북어나 계란말이를 찍어 먹는 이 집 장은 짜다기보다 짭조름하다. 달짝지근하고, 고소해 입에 쩍, 달라붙는다. 넘긴 뒤에도 맛깔스러운 뒷맛이 혀에 감기듯이 남아 있어 입술을 한번 더 훑게 된다. 마음을 휘감아 여운을 남긴다. 양념장을 그냥 한 모금씩 마신다고 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
장맛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짓궂은 주당들이 생떼를 쓰는 장면은 십여년째 계속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장에 감초와 물엿, 홍고추 등 10여가지의 특별한 재료들을 넣고 끓인다는 것만 술잔 돌려지듯 퍼져있다. 간혹 시민사회단체의 일일호프에 간장을 제공하기도 하는데, 이때 일일호프는 당연히 대박이다.

양념간장은 잘게 썬 청양고추를 한 숟가락 정도 얹어주지만, 여러 맛으로도 즐길 수 있다. 청양고추를 더 수북하게 담아내면 매운 맛의 감칠맛이 그만이다. 고소한 맛을 원하면 마요네즈를 넣어달라고 하면 된다. 특별한 비밀 한가지. 장에 마요네즈와 겨자를 2:1 분량으로 섞어 찍어 먹으면 입안 전체에 감도는 맥주의 상쾌함은 배가된다.
그렇다고 이 곳이 장 하나만으로 승부를 건다고 단정지으면 곤란하다. 주인아저씨가 정성스레 다지고, 연탄 화덕에서 직접 구워내는 갑오징어와 황태는 일류 안주다. 여기에 보는 순간 침부터 꿀꺽, 큰 소리를 내며 넘어가는 먹음직스러운 계란말이는 더 더욱 압권이다. 그 속에서 다정한 이들과 격식 따지지 않고 시끌벅적 나누는 이야기는 더 맛나다. 제각기 고민과 신세 한탄이 주를 이루지만 어느 탁자이건 늘 북적이며, 빈 병은 산처럼 쌓여간다.
이곳에선 술잔이 깨지는 것은 용서받지만, 맥주병이 깨지면 주인 아저씨의 눈총을 심하게 받게된다. 주문 내용을 따로 적어두는 것이 아니라, 탁자에 쌓인 맥주병과 접시로 계산을 하기 때문이다. 신기한 것은 빈 병을 가방에 숨기거나 옆 테이블에 슬쩍 밀어둔 사실을, TV만 보던 주인 아저씨는 다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내가 눈이 뒤에도 옆에도 달렸어!!!'. 사실이다.

*전화번호: 284-0793
*위치: 전북대 평생교육원 사거리
*영업시간: 오후 1시 ~ 익일 새벽 2시
*주요메뉴: 맥주(원), 계란말이(원), 북어(원), 갑오징어(원)
'~쭘마,
고기 하나, 김밥 하나, 소주 하나'

중앙시장의 북쪽 끝자락인 한양예식장 사거리는 막창집사거리·닭내장사거리·농협사거리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그래도 사거리를 통칭해 가장 즐겨 부르는 명칭은 '오원집'이나 '진미집'이다.
〈오원집〉과 〈진미집〉은 오랫동안 이곳에서 장사해온 터주대감. 그 거리를 부산하게 만든 대표 주자다. 특징은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고, 음식이 빨리 나온다는 것. 주문을 하기도 전에 깍두기, 풋고추, 쌈장, 상추, 미역국(어묵국) 등 밑반찬이 담긴 커다란 양은쟁반부터 식탁에 놓인다. 가게의 한 쪽에서는 벌써 고기 굽는 소리가 요란하다. 연탄불과 석쇠, 고추장과 돼지고기…. 덥석덥석 한 입 크기로 잘라 내지는 돼지고기는 거뭇거뭇 약간 그을린 자국이 더 먹음직스럽다. 돼지고기에서 배어 나온 기름이 연탄불 위에 떨어지면서 훈제한 듯한 효과를 내는 탓이다. 촉촉한 만큼의 육즙에 적당한 정도의 기름기가 잘 어우러져 있는데 씹히는 질감과 함께 부드러움이 묻어난다. 친근한 조화. 소주를 절로 부른다.
3~4년전까지만 해도 이 부근에는 직화구이집이 꽤 있었다. 한양집, 매봉집, 완산집, 임실집 등등. 허나 모두 어림없는 경쟁상대였다. 간혹 다른 메뉴를 개발해 잠시 분주해진 곳도 있었지만, '뜨거운 냄비'에 불과했다. 결국 업종변경을 선언하거나, 다른 터를 찾아 이동했다.
사거리의 모퉁이에서 각각 북서쪽과 동남쪽인 두 집은 대각선으로 연결됐지만, 조금씩 벗어난 탓에 서로의 가게를 바라볼 수 없다. 그래서인지 두 집은 비슷한 주방과 그에 걸맞은 차림표를 가지고 있어도 전혀 다른 맛을 안겨준다. 윤기가 반지르르한 〈진미집〉 돼지고기는 나오자마자 바로 먹기에 안성맞춤. 오래두고 시나브로 먹기에는 〈오원집〉 돼지고기가 제격이다. 두 집의 맛은 연탄구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계란과 시금치, 당근만 들어간 김밥은 필수 음식. 가락국수도 주요 메뉴다. 때깔 좋은 멸치로 육수를 우려내 어묵을 넣어 함께 끓인 후, 갖은 양념을 넣은 국수는 따로 이 맛을 즐기는 이가 있을 정도. 고명은 고춧가루·김·참기름·파. 인심 좋은 아주머니에게 부탁하면 계란을 통통한 놈을 '왼 놈'으로 넣어주기도 한다. 또 〈오원집〉은 양념족발과 꽃게탕, 닭도리탕, 〈진미집〉은 쭈꾸미와 닭똥집이 일미다.

술집이라기 보다 밥집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때도 있었다. 지금은 좀처럼 보기 힘든 풍경이지만, 5~6년전 만 해도 두 집은 살림이 넉넉하지 못한 가족들의 나들이 장소로도 인기였다. 고기 한 접시에 1천5백원하던 당시 4식구의 외식은 오천원짜리 한 장만으로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쓸쓸한 가장(家長)의 어깨를 토닥여주는 주인 아주머니와 도우미 아주머니들의 서비스는 그들의 식탁을 더 풍성하게 했다. 지금도 밤 11시쯤 되면, 아버지와 딸, 어머니와 아들의 진지하거나 혹은 유쾌한 부딪침이 있기도 하다.

출출한 사람은 공기밥을 시켜서 함께 싸 먹어도 좋지만, 그보다 〈오원집〉의 김치국밥을 시켜 먹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김치찌개, 돼지밥, 꿀꿀이죽 등 여러 닉네임이 있는 김치국밥은 여느 곳과 비슷한 김치찌개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한 그릇에 3천원이며, 한 냄비는 7천원. 술국으로도 제격이다. 물론 꽃게에 알이 들어차는 4월이면 꽃게탕이 더 일품이다.
가게 분위기와 달리(?) 신용카드로도 계산이 가능하며, 〈오원집〉은 거리에 따라 기본이 다르지만 배달도 된다(시내권은 1만원이상, 송천동·삼천동·평화동 2만원이상, 완주군(신리)은 3만원이상).
두 집 모두 음식 맛과 분위기는 별 5개가 틀림없다. 허나, 허름한 곳을 싫어한다면 권하기 곤란하다. 완벽한 서민 분위기인 탓이다. 조금은 어수선하고, 조금은 깔끔하지 못하다. 그러나 그곳은 고기 굽는 냄새보다 인정이 익어 가는 냄새와 소리가 더 정겨운 곳이다. 두 집은 달 떠 있는 시간이나 달이 떠야만 하는 시간에 영업을 한다.

※ 오원집
*전화번호: 275-1123
*위치: 중앙시장아래 한양예식장 사거리 서쪽
*영업시간: 오후 5시 ~ 익일 오전 5시
*주요메뉴: 연탄양념돼지구이(3천원), 김밥(2천원), 가락국수(2천원), 양념족발(5천원), 똥집(5천원), 닭발(5천원), 오징어볶음(6천원), 낙지볶음소면(1만원), 닭도리탕(1만2천원), 꽃게탕(1만8천원) 맥주(원), 소주(원), 막걸리(원)
*매니아들의 카페: http://cafe.daum.net/owonhouse

※ 진미집
*전화번호: 254-0460
*위치: 중앙시장아래 한양예식장 사거리 북쪽
*영업시간: 오후 5시 ~ 익일 오전 5시
*주요메뉴: 연탄양념돼지구이, 김밥
'(최대한 느끼하게) 오랜만에 같이 마셔보는군'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아, 행복해요. 더 많이 따라주세요'

영화'별들의 고향'(감독 이장호)의 김문오(신성일 분)와 경아(안인숙 분)가 구석진 자리에서 소주라도 홀짝이고 있을 것 같은 술집이 있다. 동문거리 내 아리랑제과 사거리에 있는 '별들의 고향'.
이곳은 입구에 커다랗게 붙어있는 '별들의 고향' 영화간판을 시작으로 '영자의 전성시대' '자유부인' '로맨스 빠빠' '미워도 다시 한번' '만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등 60~80년대 영화포스터들이 입구부터 오밀조밀 붙어 있다.
실내 벽엔 빛 바랜 신문지가 덕지덕지 누더기처럼 붙어있고, 그 위로 날려 쓴 낙서들이 어지럽다. 실내는 희뿌연 백열등 불빛 아래 깊게 잠겨 있다. 좀 어둡지만, '조명빨'은 최상이다. 시골 초등학교 교실 같은 바닥에는 나무로 만든 탁자와 연탄난로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탁자를 5개도 더 배치할 수 있을 만큼 탁자들의 간격이 넓어 더 편하다.
이 곳의 명물은 도시락과 식판이다. 특히 계란 프라이가 얹어진 양은 도시락, '벤또'는 보는 이를 미치게 한다. 주황색 식판에는 멸치와 고추장, 오이와 당근, 건빵 등이 담겨 기본 안주로 내어진다. 생맥주를 전용 잔이 아니라 흑갈색 청주병(정종병)에 담아서 주는 것도 재미있다. '술자리 예절을 위한 설정'이란다. 실제로 병이 무거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두 손으로 따를 수밖에 없다. 메뉴판 역시 꼭 눈여겨봐야 할 명물이다. 1960년대 국정교과서를 넘겨볼 수 있다.
주인장이 음식을 잘해 돼지고기를 숭숭 넣은 김치찌개이건 고추씨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고추부침개이건 무얼 시키든 후회는 없다. 삼겹살을 비롯해 여러 고기도 판다. 겨울이면 연탄난로에 '주인장 싸모의 보신용'으로 군고구마를 굽기도 하는데, 기분이 좋은 날엔 손님들에게 거저 주기도 한다.
손님은 천차만별. 술집 분위기는 70년대지만, 이제 갓 성인인증을 받았을법한 솜보송이 아가씨들부터 중년의 신사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서로 눈치보지 않고 잘 마신다. 예술인들의 출입도 잦다. 근처 다른 술집보다 실내가 넓어 단체 모임을 할 경우 꼭 찾게 된다. 특히 미술인들과 연극인들의 출입이 잦다.

주인장 또한 걸작이다. 'UDT 1급 대원'을 연상시키는 카리스마를 가진 탓인지 항시 무표정하다. 내가 쉬엄쉬엄 가져다 줄 것인데 뭘 그리 보채냐는 듯, 귀찮은데 굳이 안주를 시켜먹어야겠냐는 듯, 도무지 장사에는 관심이 없어 보이는 표정이 재미나다. 단골 손님의 경우, 가끔 눈웃음을 보여줄 때도 있지만 이때는 우선 피하고 볼 일이다. 해드락이 들어온다는 암시이기 때문이다. 주인장은 깊은 관심을 꼭 해드락으로 전해준다. 그래도 주인장 무서워 그 집 다시 못 가겠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으니 안심하시길. 알고 보면 여린 감성의 사나이다.
대개 주인 아저씨 혼자서 일을 하기 때문에 술과 잔은 일행이 직접 가져다 알아서 먹는 것이 낫다.

*전화번호: 232-7942
*위치: 경원동2 7-1 2층(동문거리, 창작소극장사거리)
*영업시간: 오후 5시 ~ 익일 오전 5시
*주요메뉴: 소주(3천원), 맥주(3천원), 도시락(1천원), 찌개류(8원), 삼겹살(5천원), 마른안주류(5천원)
'딱, 한잔만 더 '를 외칠 때 문득 떠오르는 곳이 있다. 동문거리 〈오뎅마을〉이다. 이곳은 퍼더버리고 시나브로 먹기보다 1차, 2차를 거치고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에 최상이다. 이곳을 권하는 이유는 따끈한 정종(청주) 때문이다. 코끝 찡하도록 데운 술 한 잔은 그 자체로 행복하다. 차게 해서 마시는 것도 나름대로 맛이 있지만 따뜻하게 가슴을 적셔 오는 느낌을 직접 체험하면, 늘 청주를 데우게 된다. 그 향이 은은하게 감돌면 실내는 어느새 온화한 부드러움으로 가득 찬다.
〈오뎅마을〉은 다다미로 된 이층 방이나 꼬챙이에 새고기를 끼워서 구운 야끼도리는 없지만, 소박하고 포근한 분위기는 청주의 온기 같다. 값도 저렴하다. 한 잔에 3천원.
실내는 좁다. 인테리어란 개념은 아예 없고 TV도 손님에 상관없이 돌아간다. 실내포장마차를 생각하면 좋을 듯. 한 가운데 어묵을 데우는 네모난 '어묵 전문 솥(?)'이 올려진 테이블과 얼음맥주를 마실 수 있는 테이블이 각각 놓여 있다. 그 오른쪽으로 4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 두 개가 있다. 중앙에 있는 테이블엔 각각 적게는 10명, 많게는 15명까지 앉아서 마실 수 있다. 비좁은 실내이다 보니 서로에 대한 배려가 큰 탓도 있다.
그래서인지 동료들과 함께 커다란 어묵 테이블에 둘러앉아 고치어묵을 빼 먹으며 한 잔 술을 마시는 풍경은 꽤 운치 있고 정겹다. 어묵은 원하는 만큼 낱개로 먹으면 되니 부담이 없어서 좋고 수시로 따끈한 국물을 떠먹을 수 있으니 속이 든든해 좋다.
청주에 어울리는 안주는 어묵말고도 또 있다. 생선구이다. 굳이 어묵탕을 따로 시키지 않아도 인심 좋은 주인 아주머니가 맛보기 어묵탕은 주기 때문에 그 곳에선 잘 구운 생선살 한 점에 욕심을 내는 것이 더 좋다. 생선을 구울 때 피어나는 희뿌연 연기와 비릿하면서도 고소한 냄새는 우선 술맛을 자극한다. 특히 굵은 소금을 뿌려가며 구운 고등어살은 별다른 양념 없이도 먹을 만하다. 비린내가 거의 없고 살이 촉촉하다. 젓가락을 갖다 대면 얇고 바삭한 껍질 밑에 배어있던 기름이 접시 위로 흘러내리고, 기름진 고등어살을 간장에 찍어 먹으면 고소하기 이를 데 없다.

청주는 '딱 한 잔'이 아니라도 좋다. 눈 내리는 밤이나 비 오는 날엔 어묵탕에 따끈한 청주 한 잔이 문득 떠오른다. 문득 외로움을 타는 밤, 선선한 바람과 따끈한 취기가 그리운 이들이라면 청주 한 잔을 권한다. 따뜻한 청주 한 잔은 마음을 따뜻하게 풀어주고, 몸의 피곤함도 어느 정도 풀어 준다. 감기기운이 느껴진다면, 청주를 부글부글 끓을 정도로 뜨겁게 만들어 그 속에 계란을 두 세 개 넣고 잘 섞어 단숨에 마시면, 두통이나 오한이 깨끗이 사라지기도 한다. 계란술, 난주(卵酒)라고 한다. 그러나 과유불급(過猶不及). 늘 명심해야 한다. 청주는 마시고 난 뒤 한참이 지난 뒤에야 술의 진가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주인 아주머니가 왕년에 남자들 꽤나 울렸을법한 미인이라는 것도 그곳의 장점이다. 손님에게 무엇을 더 해줄까, 고민하는 모습에 '이모'라는 단어가 서슴없이 나온다.

*전화번호:
*위치: 동문거리, 창작소극장사거리에서 남쪽
*영업시간: 오후 5시 ~ 익일 오전 1시
*주요메뉴: 소주(원), 맥주(원), 청주(원), 어묵찌개(원), 고등어구이(원)
*정종: 우리가 흔히 정종이라고 부르는 청주는 쌀로 빚어 만든 일본 술을 부르는 말. '마사무네'라는 사람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이 술을 정종이라 부른 데는 다음과 같은 유래가 있다. 일본 전국시대를 누볐던 네 사람 중 다테 마사무네가 있다.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뒤를 잇는 다테 마사무네 가문이 자랑하는 두 가지는 정교하고 예리한 칼과 쌀·국화로 빚어 만든 술이었다. 그런데 이 술맛이 너무나 기가 막혀 사람들이 이 술을 가리켜 국정종이라 불렀다. 마사무네를 우리식 한자발음으로 그대로 읽은 것이 청주의 대명사로 통용되고 있다.
전주비빔밥은 전주에서 먹어야 제 맛이다. 다른 지역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비빔밥이 매운 고추장으로 승부를 건다면 전주비빔밥은 각종 재료가 빚어내는 깊고 은근하고 오묘한 맛이 승부수이기 때문이다. 고명을 요리하는 손끝. 전주에서 비빔밥의 층하를 두는 일은 쉽지 않지만, 반찬이 맛있는 집이 비빔밥도 맛있게 하는 집이라는 것은 명백하다.
전북예술회관 앞에 있는 〈한국집〉은 3대째 전주전통비빕밥의 맛을 지키고 있다. 특히 화려하면서도 소박한 밑반찬은 예술의 경지다. 허튼 재료 없이 애써 신경 쓴 색과 내용의 조화, 재료의 다양함과 맛의 어울림. 또한 고향의 정취가 배어있는 한옥에 아늑한 실내 정원의 풍광은 맛에 운치를 더한다.

〈한국집〉은 속에 부담을 주지 않고 담담한 맛을 내는 집이다. 찬이 고루 갖춰진 깔끔한 상차림이 특징. 어느 것을 딱 집어 맛있다기보다 두루두루 손맛이 뛰어나다.
금세 지은 듯 김이 솟는 기름진 밥은 보기만 해도 달다. 여기에 뜨끈한 찌개 하나만 있으면 집에서 먹는 밥 열 그릇 안 부럽다. 곁들여 나오는 반찬은 하나같이 입맛에 너무나 잘 '앵겨'붙는다. 주방장 아주머니의 손맛으로 매일 바뀌는 맛깔스런 밑반찬은 단골들의 식욕을 돋우는데도 문제가 없다. 감칠맛 나는 젓갈이며 여러 가지 나물, 생선조림, 아욱을 넣어 끓인 된장국, 시원한 물김치, 잘 익은 김치까지 반찬 접시 어느 하나 옆으로 밀쳐 둘 일이 없다. 일정한 맛의 기준이 따로 없고, 찬을 만들 때마다 새로운 소박한 맛이 평생을 두고 먹어도 물리지 않을 것 같다. 그 감동적인 맛은 어머니의 손맛을 닮았다. 그래서 인지 한민족 고유의 향수(鄕愁)와도 같다.

비빔밥뿐 아니라 삼계탕에 관한 한 한국집의 명성은 확고하다. 여느 집과 다른 이 가게만의 맛과 스타일이 있기 때문이다. 삼계탕 국물은 진하고, 기름지고, 걸쭉하다. 그 진한 국물은 맑은 삼계탕에만 익숙해진 사람이라면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로 무거운 맛이다. 쫄깃한 육질과 진한 맛을 내기 위해 반드시 450~500g의 영계를 사용한다. 국물 속에서 푹 익은 닭이지만 졸깃한 육질이 제대로 느껴진다. '삼계탕'이라는 이름은 역시 삼과 계의 어울림. 다른 집들에 비해 조금 큰 삼을 쓰고, 마늘, 생강, 대추, 밤 등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삼계탕이라면 들어가야 할 것들이 다 들어간다. 시간이 흐르면 어느새 담백한 맛에 입맛이 돈다.
오전에는 숙취를 해소하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해장국으로 얼큰하고 개운한 생태탕이 인기다. 간혹 콩나물국밥 전문집을 지척에 두고, 콩나물국밥을 끓여달라고 애걸복걸하는 이들도 있단다. 이곳에서 밥을 먹으면 옆집에 마실 온 듯 편안한 느낌이어서 일까?
전통 가옥으로 된 식당의 내부는 정성스럽게 꾸며놓은 정원만으로도 음식에 대한 각별한 정을 짐작할 수 있다. 좋은 자연 풍경과 함께 먹는 음식이기에 더욱 근사한 맛을 뽐내는 지도 모르겠다. 담백하고 정갈한 음식을 먹은 후 주변 경기전 담벽을 따라 자연과 역사와 대화를 나눌 수 있어 더 좋다. 단체로 찾아갈 계획이라면 예약을 하는 게 낫다.

*전화번호: 284-2224
*위치: 전북예술회관 맞은편
*영업시간: 오전 7시 30분 ~ 오후 9시
*주요메뉴: 전통비빔밥(8천원), 생태탕(원), 삼계탕(원),
닭 한 마리를 통째로 다 먹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보기보다 챙겨야 할 살점이 많은 탓도 있거니와, 오도독오도독 뼈까지 다 씹어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사람도 주위의 눈치를 살피느라 손놀림이 분주하지 못한 탓이다. 그러나 〈해태바베큐〉에선 누구나 가능하다. 45㎏도 되지 않는 사람이라고 해도 눈 깜짝할 사이, 한 마리가 거뜬하다. 허겁지겁. 주위를 둘러볼 수 있는 시간은 앙상하게 남은 뼈무덤을 확인하고서다. 그렇다고 조리된 닭이 '영계'이거나 살이 빼빼 마른 닭이어서는 절대 아니다.
〈해태바베큐〉의 닭 한 마리는 보글보글 끓는 소리를 내면서 나온다. 게다가 양손에 포크를 들고 살을 떼어 가면서 스테이크처럼 먹는다. 육질이 부드럽고 쫄깃쫄깃하다. 소스가 가득 밴 고기는 입에서 살살 녹는다. '붉게 끓는 통닭'의 불타는 매력. 매콤새콤한 맛이 닭이라고만 할 수도 없을 것 같다. 그래서 그곳에서 포크를 집으면 다이어트 생각할 겨를도 없이 서두르게 된다.
〈해태바베큐〉는 규모가 작다. 테이블과 의자의 디자인도 평범하기 그지없다. 조리공간을 출입구 쪽에 설치해 손님들이 오가며 '해태바베큐' 탄생을 지켜볼 수 있게 했다. 이곳에서는 무엇을 먹을까 고민할 필요도 없다. 메뉴는 오직 하나, 철판에 다시 구운 전기구이 통닭 한 마리. 우선 생닭을 전기구이통닭으로 만든 다음, 80% 이상 기름을 빠진 통닭에 소스를 묻혀 철판 위에 놓고 다시 열을 가한다. 철판 위에서 요리가 됐기에 우선 지글지글 끓는 소리가 군침을 돌게 하고, 중간에 식지 않아 끝까지 따뜻하게 먹을 수 있는 효과도 있다.
조금은 게걸스럽게 먹어지는 탓에 맞선 장소로는 적합하지 않지만, 허물없는 사이라면 서로 입 주변도 닦아주면서 정이 도타워진다. 가격이 저렴하고 간단하게 술 한 잔 걸칠 수 있으니 퇴근길 출출한 배를 달래려는 행자들로 언제나 만원 사례이다.
해태바베큐는 유난히 총각들의 출입이 잦다. 가게주인인 엄마를 도와 서빙을 보는 딸의 미모에 반해 찾는 발걸음으로 추정된다. 물론 예쁜 '써빙 아가씨'는 '우리 동네 담배 가게 아가씨'처럼 콧방귀도 안 뀐다.

*전화번호: 282-9509
*위치: 동문거리, 창작소극장사거리에서 북쪽
*영업시간: 오후 5시 ~ 오후 12시
*주요메뉴: 소주(3천원), 맥주(3천원), 바베큐(1만2천원)
술 예찬은 시인들의 마른 입술에서 즐겨 새어나온다. 술이 있는 곳에 시가 있고, 시가 있는 곳에 술이 있는 것처럼 술과 문인은 땔래야 뗄 수 없는 관계. 문인에게 있어 술은 언어의 고갈을 촉촉이 적셔 주는 유일한 통로이자 오아시스인 탓이다. '술이 없으면 단 하루도 시를 쓸 수 없다'던 보들레르의 말처럼 술은 시인의 입을 통한 또 하나의 싯줄이다.

'술'. 촌스럽게 매달린 빨간 바탕의 간판에는 검은 글씨로 '술'이라고 써 있다. 동문사거리 〈새벽강〉을 알리는 이정표다. 제 구실을 못하는 이정표 덕에 새벽강은 눈에 보이는 이름을 잊었지만, 그곳에서 파생된 다종다기한 감정들은 전국에 퍼져, 꽤 유명세를 탄다.
아담한 크기의 실내에 들어서면 낡은 풍금이 먼저 반긴다. 그 옆엔 북과 쇠, 장구 등이 나 좀 쳐주소, 한다. 거문고도 보인다. 상처난 기타도 의연하게 자리를 차지했다. 대충 널브러져 있는 악기들을 둘러보며 악기에 따른 사연을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사방 벽에는 단골 작가들의 작품이 조금 많다 싶게 걸려 있다. 마치 갤러리인냥 작품이 촘촘히 걸려 있는 벽은 부담스럽지만, 작품 살 돈이 없는 이들이라면 오히려 더 잦게 출입해야 할 곳이다. 단골손님들이 주최·주관하는 행사들의 포스터를 통해 꽤 괜찮은 문화행사들의 일정도 엿볼 수 있다.
이곳에는 맛있는 안주가 없다. 투박한 그릇에 담긴 멸치와 멸치간장을 굳이 맛있다고 하면 억지일까. 억지다. 굳이 안주를 말하자면, 흡연자들은 담배, 비흡연자들은 수다다. 누군가 힘차게 소리쳐 부르는 노래와 불현듯 일어나 흐느적거리는 춤은 서비스. 특별안주는 새벽강에 뛰어든 소리꾼의 판소리 눈대목이나 소설가이자 교사인 한 중년여성의 풍금연주. 간혹 정양 시인이 특유의 두터운 목소리로 '이별이 너무 질다. 슬픔이 너무 질다'하며 '직녀에게'를 터트리는 날에는 이병천 김저운 박남준 안도현 등 둘러앉은 시인과 작가들의 변죽마저 들어야 한다. 이건 코스요리다. 가끔 공식안주로 부침개를 부쳐주기도 하는데, 종류는 그 날 그 날 재료에 따라 다르고, 주인장 기분 따라 다르다.

안주도 부실한 이곳을 즐겨 찾는 이유는 이곳에서 마시는 술이 유난히 맛나기 때문이다. 여느 술집에서 파는 술과 다를 것은 없지만, 수줍은 흥겨움과 발칙한 발랄함과 과분한 진지함이 있어서다. 아, 탐나는 음식이 있긴 하다. 주인장인 '은자언니'(강은자씨)가 뜬금없이 찾아온 누군가와 함께 먹고 남겼을 찬밥과 청국장 혹은 김치찌개다. 〈새벽강〉을 서너번 다니게 되면 그 찬밥에 미련을 둔 이들이 꽤 많음을 알게 된다. 먹다 남긴 음식을 탐하는 이유는 뭘까.
이곳 주인장은 강은자씨다. 판화가 유대수씨는 검은 뿔테 안경에 희끗희끗한 단발머리의 유쾌한 아줌마를 새긴 판화작품을 그리고는, '새벽강엔 은자가 산다'라고 이름을 붙였지만, 〈새벽강〉엔 은자만 살지 않는다. 은자를 염모(艶慕)하는 숫한 사내들과 처녀들이 함께 산다.
이곳은 이른바 예술인들의 출입이 잦다. 외롭다고 소문내는 이들이다. 모여든 치기들은 외롭다고, 외로워서 미칠 지경이라고 한 소리를 내다가, 전혀 외롭지 않게 춤을 추다가 다시 외로운 표정으로 빠져나간다. 그리고 그 다음날 또 외로워서 미칠 지경이라고 다시 찾아온다. 그리고 문학과 예술을 이야기하고, 인생을 논하며 사랑의 밀어를 속삭인다. 그곳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 들으면 시시껄렁한 이야기일 뿐이지만.
새벽강은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도 편하게 놀 수 있는 곳이다. 이야기하고 노래하고 춤추고…. 왜 그곳에만 가면 남녀노소 정신 놓고 놀까. 그곳의 진미는 강은자씨다. 욕심 없는 주인장. 푸진 주인장. 없는 듯 하면서 있는 사람. 주인과 손님이 아니라, 한 인간과 나란히 혹은 비스듬히 시선을 맞출 수 있는 '은자표 특별 감미료'가 있고, 그 맛에 중독된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전주가 탄생시킨 또다른 무형의 맛이다.

*전화번호: 282-9509
*위치: 동문사거리에서 농협건물(북쪽)쪽
*영업시간: 누구도 알 수 없음.
*주요메뉴: 소주(3천원), 맥주(3천원)
*'하늘이 술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 하늘에 주성이 없었으리라 / 大地가 만약 술을 좋아하지 않았다면 / 이 땅에 주천 또한 없었으리라 / 하늘과 땅이 이미 술을 사랑하였거니 / 술을 사랑함이 하늘에 부끄럽지 않아라 / 이미 들었노라 맑은 술은 성인에 비하고 / 탁한 술은 현인과 같다더라고 / 성현이 이미 같은 술을 마셨거니 / 하필 신선을 구하리오 / 석잔 술은 대도에 통하고 / 한 말 술은 도리에 합치하느니 / 다만 취중의 아취를 얻으면 그 뿐 / 깨어있는 자들에게 전하지 말라'(이태백의 시 '독작(獨酌)')
죽은 조상 대대로 먹어온 우리 고유의 음식이며, 밥과 다른 경지의 맛과 효능을 지닌 탁월한 먹을거리다. 세상에 태어나 제일 먼저 접하게 되는 먹을거리도 미음 형태의 죽. 이유식이다. 그러나 지금은 미식가이거나 입맛을 잃었을 때 별미로 찾아가 먹은 것쯤으로 인식되고 있다. 술이 과하거나 병후 회복기에 있는 환자들한테 밥 대신 죽을 권한다. 나이를 먹을수록 죽을 멀리하게 되는 것. 어려운 시절 초근목피까지도 밀과 보리를 갈아넣고 죽을 쑤어 먹으며 살아온 한국의 중·노년층들이 자손한테까지 죽을 먹일 수는 없다는 일념이 젊은 세대들과 죽을 단절시켜놓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팥죽이나 호박죽은 특별한 맛을 간직하고 있어 찾는 이가 적지 않다. 소문난 죽집도 꽤 된다. 전주에는 예전의 맛을 잃지 않고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토담〉이 있다.
〈토담〉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늘 가볍다. '언제나 똑같은' 모습에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 집의 죽은 한 숟갈 떠보기만 해도 따뜻한 감촉이 느껴진다. 모든 음식이 기를 북돋워 주는 데 맞춰져 있다. 호박죽과 팥죽, 흑임자죽, 잣죽, 녹두죽 등 곡물로 쑨 죽을 옛날 그대로 쑤어낸다. 세팅은 화려하지 않지만 그 맛은 보장! 모든 재료를 전주와 임실 등 인근 산간에서 나는 유기농산물들을 사용해 더 믿음이 간다. 신선한 재료의 질감과 맛을 살리면서 천연조미료로 요리하여 담백하고 깨끗하다.
호박죽은 한 숟갈만으로도 입맛을 돋워준다. 달콤하면서도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맛이 자랑. 팥죽은 특유의 고소한 맛이 자연스레 우러나와 몸에 스며드는 듯 하다.
맛도 맛이지만 밑반찬을 최대한 깔끔하고 푸짐하게 차려 내놓는 것도 한 특징. 특히 찬으로 나오는 무우들깨즙나물을 한 숟갈 뜰라치면 어째 맛이 다르다. 아삭아삭 씹히다가 사르르 녹는다. 죽을 먹을 때면 열무김치를 얹어 먹는 것도 좋다. '아가리 딱딱 벌려라 열무김치 들어간다 열무김치 맛만 보면 달고 쓰고 시고 짜고'(임동권편·한국민요집1) 너 한 숟갈 나 한 숟갈 썩썩 씹으면 소리부터 상쾌하다.
'뚱뚱한' 김밥도 이 집만의 자랑이다. 2인분 가격으로 판매하는 한 접시를 시키면 셋이 먹어도 충분하다. 이 곳은 '그 아래 음식점이 있을 것'이란 상상을 도무지 허락하지 않는 계단을 내려가야 한다.

*전화번호: 288-6966
*위치: 도의회 앞 우리은행 옆
*영업시간: 오전 10시 ~ 오후 6시
*주요메뉴: 김밥(4천원), 팥죽(4천원), 호박죽(4천원), 흑임자죽(5천5백원), 잣죽(7천원)
출출한 올빼미들에게 최상의 선택은 우동. 전주의 우동 매니아들은 우동을 먹기 위해 굳이 고속도로를 타지 않아도 된다. 이름만큼이나 우동 하나는 끝내주는 곳이 있기 때문이다. 서노송동 시청 부근에 있는 〈정통우동〉이다. 무심히 보면 그냥 지나칠 정도로 허름한 이 집 우동은 말 그대로 진짜 맛있다. 먹을수록 젓가락 움직임이 더 분주해지고, 젓가락을 쥔 손에 힘이 실린다. 후―. 입김을 불어대느라 한껏 부푼 볼에도 만족한 웃음이 가득하다. 그러다 곧 뜸을 드리게 된다. 아까워서다. 결국 줄어들면 곧 채워지는 요술항아리가 세상에 없음을 아쉬워하게 된다.
후루룩, 우동 면발을 먹어 보자. 면발은 쫀득하다 못해 묵직하다. 속까지 꽉 찬 것 같아 뱃속도 덩달아 든든해지는 느낌이다. 밀려드는 손님을 감당하기에 면을 직접 반죽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음식은 정성과 손맛이라는 생각에 이를 고집하고 있단다. 미역, 다시마, 멸치 등 해산물만 15가지 정도를 넣고 끓인 국물은 시원하고, 깔끔하고 세련됐다. 그래서 지금까지 다른 곳에서 먹어봤던 우동들이 일시에 얄미워진다. 고속도로 휴게실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간혹 씹지 않아도 그냥 스르륵 넘어갈 만큼 부드러운 느낌이 들기도 한다. 서로 각각의 목소리를 내던 면과 국물이 서로 어울려 한 맛으로 섞여질 때다. 조화를 뛰어 넘은 상생. 이럴 때는 우동의 맛이 깊고도 깊다는 표현이 적당하다.
우동을 주문하면 3분을 기다려야 한다. 금세 뽑아낸 면을 데치고, 적당히 숙성시켜 놓은 국물을 붓고, 그 위에 김, 유부, 어묵 등을 고명으로 얹는다. 정확히 3분이다. 그래서 맛이 숨을 쉰다. 다른 우동집과 달리 주린 배를 충분히 채울 만큼 양도 푸짐하다. 우동 이외에 자장면도 별미이며, 함께 제공되는 반찬들도 생기가 있다.
야참 전용 공간이기에 낮엔 영업하지 않고, 밤늦게 시작한다. 격식을 차리지 않고 지나가는 길에 잠깐 들리면 될 것 같은 그런 집이다. 흠이라면 가게가 다소 좁다는 것이지만 오히려 그런 느낌이 우동을 더욱 맛나게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배달은 되지 않지만, 포장은 가능하다.

*전화번호: 286-5564
*위치: 서노송동 전북은행 기린로지점 앞
*영업시간: 오후 6시30분 ~ 익일 새벽 6시
*주요메뉴: 우동·짜장(2천5백원), 김밥(2천원)

김치는 재간둥이다. 두부를 숭덩숭덩 썰어 넣어 함께 끓이면 얼큰한 김치찌개가 되고, 돼지고기 몇 점 더 넣으면 소주 안주로도 손색없다. 먹다 남은 김치는 잘게 썰어 밀가루 반죽으로 지진다. 부슬부슬 비 내리는 날이면 생각나는 김치전이다. 김치소를 툭툭 털고 토닥토닥 다져 만든 김치만두도 빠질 수 없다. 누구에게나 친숙한 김치의 화려한 탈바꿈. 그래도 가장 선호하는 건 찌개다.
김치찌개는 푹 익힌 김치에 숙성시킨 돼지고기를 듬성듬성 썰어 재료의 기운들이 다 빠질 때까지 끓여내면 매콤한 기운이 냄새부터 다르다. 부글부글 소리를 내며 끓는 찌개에 중파를 송송 썰어 맑은 기운을 더하면 이마엔 땀방울이 쏙쏙 맺힌다.
전주시 고사동 오거리 국민은행 뒷골목에 자리하고 있는 〈명원〉. 이 집은 김치찌개로 유명하다. 한 사람이 가도 네 사람이 가도 한 상 가득 먹음직한 밑반찬과 잘 끓인 김치찌개가 한 냄비 가득 나온다. 적당히 비계가 달린 돼지고기를 큼직하게 잘라 함께 익혔다. 김치를 손가락으로 쭉쭉 찢어 밥 위에 걸쳐 먹는다. 워낙 잘 익어 혀로 살짝 눌러도 김치 육즙을 내며 입안에서 녹아 내린다. 사이사이 김치간이 밴 돼지고기를 젓가락으로 갈라내 김치에 싸서 먹는다. 돼지기름이 입가에 느껴지지만 전혀 거부감이 없다. 자박자박한 국물을 한술 뜨면 짭짜름하며 칼칼한 맛이 일품이다. 밥 위에 얹어 비벼 먹어도 좋다. 밑반찬으로 김치, 멸치고추볶음, 오이무침, 김 등 십여가지가 오른다. 손님들은 찌개에만 정신팔려 다른 반찬엔 손댈 틈이 없을 성싶지만, 한번 진미를 경험한 이들의 식탐은 끝간데 없다. 특히 기름을 바르지 않고 구운 김은 특미다. 마른 김과 양념장만으로도 두 그릇 뚝딱이다. 식사를 마치면 식혜나 녹차를 대접한다. 식혜 역시 직접 담근 것으로 살얼음 낀 시원한 단맛이 탕의 텁텁한 뒷맛을 씻어 내준다. 1인분에 5천원.

사실 이 집의 대표 메뉴는 '토시구이'다. 토시는 한우의 갈비 안쪽 하단부위. 소 한 마리에서 2kg 밖에 나오지 않는데다, 가장 신선할 때 요리해야 하는 귀하고 까다로운 부위다. 약간 덜 익은 상태에서 제 맛을 느껴볼 수 있는데, 담백하고 물리지 않는 맛은 어느 고기도 따라올 수 없다. 입안에서 설설 녹는 연한 맛을 좋아하는 어린이나 숙녀들이라면 소금이나 된장만으로 간을 맞춰 먹어도 생고기 특유의 맛을 즐길 수 있다. 토시구이 대신 육전을 시켜도 이 집 특유의 고기맛을 즐길 수 있다. 곁들이는 된장찌개도 깔끔하니 좋다. 집에서 먹는 듯 구수하고 깊은 맛이 난다.
식당 건물이 전통한옥이기 때문에 외지에서 온 손님을 안내할 경우 전주의 맛에다 멋까지 소개할 수 있는 장점까지 있다. 미리 예약하고 방문하면 만남의 성격이나 손님 수에 따라 필요한 공간을 제공받을 수 있어 편리하다.

*전화번호: 285-6072
*위치: 서노송동 전북은행 기린로지점 앞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 ~ 오후 10시
*주요메뉴: 청국장(4천원), 김치찌개(6천원), 생태탕(8천원), 토시구이(1만5천원)
쌀밥에 김치만 얹어도 푸근하게 배를 채울 수 있고 된장에 호박잎이면 더없이 풍요로운 것이 우리네 한 끼 식사다. 소박한 차림이더라도 전통의 맛이 살아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그런데 '전주 가정식 백반'은 너무 거창하다. 한정식도 울다 갈 푸짐한 상차림을 자랑한다. 가격은 너무 저렴하다.
주머니 사정이 열악한 대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식사 조건은 맛있고 푸짐하면서도 값이 싼 것. 이에 걸맞은 백반집이 전주는 곳곳이다. 프리머스 앞 골목의 〈금일회관〉과 KT&G사거리 〈은행집〉, 동문거리의 〈삼호식당〉 동부시장 뒷골목의 〈정이가네〉, 웨딩거리의 〈귀향〉. 익숙하지만, 아주 특별한 맛을 가진 백반집들이다.

이들의 특징은 소박하되 남루하지 않은 상차림과 정갈하고 구뜰한 음식. 반찬 하나 하나에도 격이 있다. 정성스레 다듬은 재료와 만드는 이의 마음 씀씀이가 배어있기 때문이다. 또 대부분 장소가 좁다 보니 자리 차지하기가 쉽지 않다. 살림방까지 손님을 받지만, 손바닥만 한 공간들이어서 다른 손님과 합석하는 것은 기본이다. 문 밖에서 줄을 설 각오도 해야 한다. 일단 음식을 차리기 시작하면 밥상이 좁게 느껴질 정도로 반찬이 깔린다. 등어조림·조기구이·파김치·배추김치·호박볶음·마늘종볶음·무생채·깻잎장아찌·밴댕이젓·콩나물·시래기된장 등 열 댓가지는 금세 넘는다. 바다, 산, 들판이 골고루 펼쳐지며, 반찬 접시는 결국 2층으로 쌓인다. 음식 맛도 달콤하고 풋풋하다기보다 깊고 곰삭은 맛이 난다. 탁자의 한 중앙에 보통 애호박과 두부로 맛을 낸 된장찌개와 돼지고기를 숭숭 썰어 넣은 김치찌개, 얼큰한 동태찌개 등 두 세 가지의 찌개도 놓인다. 간혹 나오는 순두부찌개는 해장용으로도 어울릴 만큼 얼큰하다. 손님이 붐비지 않는다면, 쉽게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 손님들에게는 눈치대신 눌은밥이나 누룽지를 안겨준다. 그래서 처음부터 너무 배부르게 먹지말고 적당히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허나, 입맛 따라 먹다보면 나중에 일어서기가 곤란한 정도가 되므로 미리 조절할 것.

외지에서 온 손님들이라면 대부분 반찬의 가짓수와 맛, 가격의 비례를 놓고, 이들이 자본주의 경제의 원리를 이해하는 것인가, 도대체 장사를 하는 목적이 뭔가, 궁금해 질 것이다.
아쉬운 것은, 기어코 밥 한 공기를 더 먹어야 하지만 그릇 위까지 수북하게 담은 감투밥을 주지 않는다는 것. 힌트 하나. '공기밥 하나 더 주세요'하면 공기밥 값을 내야 하지만 '식은 밥 남은 것 있으면 조금만 주세요(반찬 남기는 게 너무 아까워서요)'라고 말하면 추가된 공기밥 값은 받지 않는 게 전주인심이다. 애지간하면 말이다.
〈귀향〉은 웨딩거리 〈이시계점〉(이창호 바둑기사 본가)의 옆 후미진 골목 안에 있다. 게다가 골목 입구에 번듯한 간판도 없어 그냥 지나치기 쉽다. 하지만 손님들은 끊이지 않는다. 사람이 들어올 것 같지 않은 골목에 있는 허름한 집에 어떻게 알고들 찾아오는지 신기할 노릇이다. 아마도 진하면서도 토속적인 구수함에 침이 절로 고이는 음식 탓일 게다. 대개 시골밥상을 연상시키며 꽤 오래 전에 맛을 본 기억이 있거나 어르신들께 말로만 듣던 음식 등 옛날 음식이 주로 나온다. 젊은 층이 가면 부대찌개를 해 주기도 한다.
동부시장 뒷골목 길에 있는 〈정이가네〉는 점심 한 끼만 밥을 판다. 뉘엿뉘엿 해가 저물기 시작하면, 밥 대신 막걸리를 찾는 손님을 위한 주막이 된다. '몸을 벌벌 떠는' 도토리묵을 먹을 수 있는 것도 큰 즐거움. 양념장 또한 일품이다. 실내가 그다지 아름답지도 않은데, 미술인들이 자주 찾는 명소다.
프리머스 앞 골목에 있는 〈금일회관〉은 주변 커다란 간판들 뒤에 숨어 있는 까닭에, 대부분의 손님들이 단골이거나 그 단골손님의 일행이었던 사람들이다. 시골냄새가 물씬 풍기는 상호처럼 소박함이 느껴지는 식당이다. 실내는 어깨를 맞대고 먹어야 할 만큼 좁고, 탁자는 그릇들을 다 담지 못할 만큼 더 좁다. 돼지고기볶음을 따로 시켜먹으면 더 환상적인 식사가 된다.


〈삼호식당〉은 동문사거리에서 남쪽으로 향하는 길에 있다. 시민운동단체 상근자들이 자주 찾는 집. 생선구이와 동태찌게, 맛깔스럽게 구운 김이 특히 인기다. 잘 차려진 밥상을 받은 느낌. 안방에서 먹는 것처럼 편안하지만, 점심식사 시간이 지나면, 이런저런 계모임이 많은 탓에 조금은 소란스럽다.




〈은행집〉은 짙은 풍미의 걸쭉한 청국장이 일품이다. 문짝부터 허름하고 실내가 어두컴컴하지만, 문을 여는 순간부터 음식의 향에 취해 생각이 단번에 바뀐다. 백반 한 상을 받으면 아무 생각 없이 수저부터 챙긴다. 칼칼하면서도 개운하다. 전주가 고향인 시나리오 작가 송길한씨가 적극 추천하는 집.
〈금일회관〉과 〈은행집〉 〈삼호식당〉 〈정이가네〉 〈귀향〉. 한번 찾은 손님의 발길을 다시 붙잡는 이들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 금일회관
*전화번호: 288-9279
*위치: 고사동 프리머스 앞 골목
*영업시간: 점심식사부터 오후 9시까지
*주요메뉴: 백반(4천원), 생태탕·대구탕(8천원), 돼지고기볶음(1만원)

※ 은행집
*전화번호: 287-1394
*위치: KT & G사거리
*영업시간: 오전 11시 ~ 오후 9시 30분
*주요메뉴: 백반(4천원), 생태탕(1만원)

※ 삼호식당
*전화번호: 283-3950
*위치: 경원동 동문사거리에서 남쪽
*영업시간: 오전 11시 ~ 오후 9시 30분
*주요메뉴: 백반(4천원)

※ 정이가네
*전화번호: 232-5770
*위치: 전북대평생교육원에서 동부시장쪽
*영업시간: 오전 11시 ~ 오후
*주요메뉴: 백반(4천원), 막걸리(2천5백원)

※ 귀향
*전화번호: 288-3550
*위치: 웨딩거리 이시계점 골목
*영업시간:
*주요메뉴: 백반(원)
먹음직스럽게 생긴 만두 하나를 간장에 찍어 입에 넣는 상상. 맛이 터진다. 숙주와 야채들의 씹는 질감이 좋다. 담백하고 깔끔하다.
출출할 때 생각나는 음식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두와 찐빵이다. 전주에는 대기업 브랜드제품보다 더 맛있는 찐빵과 만두가 있다. '불량 팥앙금 사건'이나 '불량 만두소 사건'에도 끄떡없이 단체주문이 밀려왔던 곳. 전주시청 부근 〈백일홍〉과 동부시장 내 〈동포만두〉. 작은 가게지만 정직하게 상도(商道)를 지킨다는 사실을 소비자들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두 집은 일일이 손으로 곱게 빚은 찐빵과 만두를 모두 판매하지만, 〈동포만두〉는 만두, 〈백일홍〉은 찐빵이 더 유명하다. 물론 두 곳 모두 맛은 수준 급이다.
〈동포만두〉의 맛을 좌우하는 것은 역시 소. 부추와 파, 양파, 당근, 마늘, 생강 등 갖가지 야채와 양념을 넣는다. 고슬고슬한 만두소는 구수하고 담백한 맛을 이끌어 낸다. 느끼하지 않은 맛을 내기 위해 고기의 지방질은 밑천 생각 없이 깨끗하게 제거하고, 개운한 맛을 살리기 위해 화학조미료는 전혀 쓰지 않는다. 큰 밤알만 한 만두는 속 야채가 살짝 비치며 시각을 자극한다. 만두피는 얇지만 단단하고 알차게 속을 잘 감싸준다. 크기는 작지만 혀끝에서 풀어지는 만두 속은 왕만두 못지 않아 만두는 속을 먹는다는 이야기를 실감하게 한다. 알맞게 익힌 신김치를 꼭 짜서 다져 넣는 전통적인 김치만두의 맛도 격식대로 갖춰낸다. 아삭아삭 씹히는 새콤한 뒷맛. 구수하면서도 은은하게 배어 나오는 새콤한 뒷맛이 신선한 맛을 살려내 흐뭇하다. 기름지거나 비린 냄새가 나지 않고 구수하면서 맛이 한없이 깊다. 배달해 시켜먹는다면, 집에서 오이소박이를 곁들이는 맛이 별미 중 별미다.
오래된 식당이 드문 현실에서 백일홍의 찐빵을 먹는 건 '역사'를 먹는 것과도 같다. 66년 동안 '백일홍'이라는 간판을 이어가는 〈백일홍〉은 찐빵과 만두, 단 두 품목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두 가지만으로도 힘이 부치기 때문이란다. 이곳은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부부가 영업을 한다. 만두소로 사용하는 무는 겨울에 대량 구입해 저장해두고 당근과 부추 고기 등은 그날그날 장을 본다. 생 무를 채 썰어 삶은 후 다른 재료와 함께 볶아 소를 만드는데 여름철에는 변질이 빨라 주문량도 줄인다. 수입재료와 가격차이가 3배 이상 나는 국산을 고집하고, 재료구입부터 배달까지 직접 한다. 대(代)를 이어가며 찾아오는 손님들의 믿음을 저버릴 수 없어서다. 찐빵에 들어가는 팥앙금도 값싼 중국산의 유혹을 뿌리치고 3배나 비싼 국산만 고집한다. 그것도 하루 팔 것만 그날그날 삶아 쓴다.
〈동포만두〉와 〈백일홍〉 모두 가게는 허름하다. 그러나 엄선한 재료와 정직한 영업으로 고객들의 두터운 신뢰를 얻고 있어 가게는 광채가 난다. 사람의 체온이 빚고, 체온의 온기로 판매를 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정직한 마음씀씀이가 장독 안에 고스란히 녹아 있는 듯해 마음까지 따뜻해진다.

※ 백일홍빵집
*전화번호: 286-3697
*위치: 전북은행 기린로지점, 전주시청에서 300m
*영업시간: 오전 9시 ~ 떨어질 때까지(예약을 하면 좋다)
*주요메뉴: 만두·찐빵(8개·2500원)

※ 동포만두
*전화번호: 231-9231
*위치: 전주 동부시장 조약국 네거리
*영업시간: 오전 10시 ~ 익일 새벽 1시
*주요메뉴: 만두(10개·2천5백원), 찐빵(6개·2천원)
막역지우의 선·후배인 소설가 이병천씨와 안도현 시인은 전북문단을 대표하는 주당이기도 하다. 술 향기 사람 향기도 언제나 그윽하게 이들을 감싸고 있다. 지난해부터 막걸리의 흥취에 빠져 있는 이들에게 전주의 막걸리집을 듣는다. 지인들과 더불어 만날 때 이씨가 먼저 전화를 하면 '마이산~'에서, 안씨가 먼저 전화를 하면 '홍도~'에서 만나야 할 만큼 이 집은 특별하다.

○ 이병천 소설가
맥주보다 시원하고 소주보다 깨끗해요. 순도 100%라는 그 느낌 그대로지요. 바닥을 말끔하게 비워도 티끌 만한 찌꺼기조차 발견되지 않아 여성들이 더 좋아한답니다. 그래서 그 집 막걸리에 반한 부인이 밤마다 남편을 꼬드겨서 데리고 온다는, 바로 그 막걸리입니다. 진안 성수에서 나온다는 말도 있고, 섬진강의 발원인 뜬봉샘이나 어느 인적 없는 골짜기 물을 길어다 만든다는 말도 있고, 유례조차 신비에 쌓여 있지요. 마이산청정막걸리입니다. 김치를 새로 담아서 내놓기도 하는데, 막걸리 한잔에 김치 한 가닥 죽 찢어서 입가 벌겋게 묻히고 먹으면 참, 그 날 행복하지요. 다만 아쉬운 건, 그 집을 처음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 다만 또 아쉬운 건, 그 집을 한번 가 본 사람이면 절대 그 집을 잊지 않고 찾아온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막걸리와 상호가 똑같은 그 집에는 언제나 손님이 많아요. 더할 나위 없이 맛있으니까. 평화동 동신아파트 후문에서 큰 길 건너 효문여중 가는 길로 오르다보면 오른쪽에 조그마한 간판이 보입니다. 어떤 막걸리도 비교할 수 없는 그 집이지요.(마이산청정막걸리: 223-0890)

○ 안도현 시인
항아리에 넣은 뒤 푹 삭여서 톡 쏘는 맛이 나는 홍어에다 삶은 돼지고기를 얹어 묵은 김치에 싸먹은 삼합을 아십니까? 그 삼합에 막걸리를 곁들이는 홍탁은 또 어떻고요. 막걸리는 전주막걸리입니다. 효자동 실내아이스링크장 앞에 있는 '홍도주막'에 가서 전주막걸리 세 주전자를 마시면 삼합이 나옵니다.
막걸리 한 주전자가 9천원인데 더 좋은 건, 주전자가 늘어날 때마다 각양각색의 맛있는 안주들이 따라 나온다는 겁니다. 기본 안주야 열 가지도 넘지요. 그 집 사장님이 예전에 횟집을 하셔서 안주는 더없이 맛있고 깔끔하지요. 아, 광어회나 우럭회도 있습니다. 막걸리와 회. 멋지지 않습니까? 막걸리가 건강에도 좋은 거 아시죠? 특히 변비에 좋은데, 막걸리 먹은 다음 날 아침에는 보기 좋은 황금똥이 나옵니다.(홍도주막: 224-3894)
〈영화의 거리에서 영화만 선택하나? 음식도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영화관이 몰려있는 고사동과 중앙동에도 싸고 맛있는 먹거리는 풍부하다. 백반과 분식류가 주를 이루지만, 워낙 숫자가 많아 선택의 폭은 넓다. 내놓은 요리도 각양각색, 맛 또한 천차만별이다. 특별한 맛보다는 일반적으로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파는 곳이 많지만, 맛난 집으로 소문난 집들도 꽤 있어 짧은 기간 전주에 머무른다면, 메뉴를 선택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메가박스》는 김밥과 콩, 치킨이 삼각형을 만들며 감싸고 있다. 즉석김밥전문점 〈김밥천국〉과 콩요리전문점 〈맘은 콩밭에〉, 치킨집 〈치킨펍〉이다. 주변에는 백반전문 〈와우식당〉, 국수집 〈새참국수〉, 분식전문 〈신포우리만두〉, 치킨집 〈다사랑〉, 중화요리집 〈흥명각〉이 있다. 젊은 층이 맥주를 마시기 위해 자주 찾는 〈다사랑〉은 전북지역 곳곳에 유행처럼 번지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전북 산(出)' 통닭집이다.

사거리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함흥냉면〉이 있다. 전주에서 함흥냉면 아직 함흥에 가서 직접 먹을 형편이 못되니 이 집에서 전주의 맛에 어울린 함흥의 맛에 빠져보는 것도 좋다. 전주 사람들 입맛과는 이미 타협점을 찾았다. 얼음 동동 띄운 열무냉면이나 회냉면도 좋지만 이 집 대표 메뉴는 매콤달콤 시원한 비빔냉면이다. 쫄깃한 면발과 보기만 해도 입 맛 다셔지는 소스. 5천원짜리 비빔냉면 한 그릇엔 20년 전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게다가 자리에 앉자마자 나오는 뜨거운 육수는 기력을 회복시켜주는 일종의 보양음료. 푹 고운 한우 뼈에 양파와 대파, 무를 넣고 한소끔 끓여내 감칠맛이 살아있다. 냉면을 먹고 난 뒤 후식으로 마시는 매실차 한잔 역시 이 집만의 별미다. 직접 발효시켜 만들어 손님들에게도 인기가 좋다. 점심시간에는 명성 높은 냉면 집답게 사람들로 붐빈다.
나란히 붙어 있는 《CGV》와 《아카데미아트홀》 주변은 분식이 주다. 라볶이가 유난히 맛있는 〈맛있는 마을〉과 냄비라면이 주특기인 〈리치빌〉이다. 《CGV》의 바로 옆에 있는 치킨집 〈하림맥시칸〉은 영업을 시작한 지 꽤 오래 된 곳이다. 낮에는 학생, 밤에는 샐러리맨들의 미각을 돋워왔다. 바로 옆 골목 끝에 있는 백반전문 〈골목집〉의 출입문도 열어볼 것을 권한다.

두 극장과 'ㄱ'형태로 연결된 《시네마》 주변은 제법 맛깔스러운 색감을 내는 우동과 초밥 전문점이 강세다. 강약국사거리에 있는 우동전문점 〈우동가〉와 퓨전초밥 〈스시마당〉. 그 사거리의 북쪽으론 백반전문 〈자매님식당〉이, 동쪽으론 저가의 한정식전문점인 〈백만회관〉〈안채〉가 있다. 부담 없는 가격으로 깔끔한 한정식을 맛보려는 손님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대학가 가격으로 분식을 판매하는 〈N세대김밥〉〈신포우리만두〉 역시 꽤 쓸만한 맛집이다. 특히 새우 특유의 향이 짙은 〈신포우리만두〉의 새우만두는 꼭 맛볼만하다. 〈돼지박사2000〉에서는 저렴한 가격으로 삼겹살을 꿔먹을 수 있다.
《프리머스》 주변은 골목골목 이어진 음식 광맥이다. 분식전문점 〈맛도랑〉〈옴시롱감시롱〉, 맛있고 흥겨운 고깃집을 좋아하다면 〈털보네솥뚜껑생구이〉을 '강추'한다. 바로 옆 〈동창갈비〉는 은근하고 담백해 먹을수록 감칠맛 나고 쉽게 물리지 않는다. , 돌솥밥전문점 〈팔도돌솥밥〉은 어른 손가락만한 인삼이 들어간 '특'으로 주문하면 더 좋지만, '보통'도 '특'별하다. 순대전문점 〈기와집회관〉에서는 전통한옥의 뜨끈뜨끈한 온돌방에 엉덩이를 붙이고 먹는다. 한 접시를 주문하면 순대, 머릿고기, 염통, 간, 내장이 푸짐하다. 순댓국물은 다른 곳과 달리 맑다. 이 부근은 최근 아담한 규모에 젠 스타일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돈가스 전문점이 부쩍 늘어난 것이 특징이다. 돈가스 우동전문점 〈돈지〉〈댓짱돈까스〉다.

프리머스사거리(완산보건소사거리)에서 남쪽으로 중화요리 〈일품향〉이 있으며, 맞은편 골목의 시작과 끝 부분에 있는 〈신한양불고기〉〈한양불고기〉의 매운 고추장 불고기도 꽤 그럴싸하다. 이 골목의 한쪽 끝에 있는 명동사우나를 지나면 콩나물국밥으로 유명한 〈삼백집〉〈삼일관〉이 나오고, 이어지는 골목은 감자탕이나 해물탕 등을 파는 식당들이 많다. 〈향미식당〉 〈수정회관〉 〈송가네감자탕〉 〈명숙이네집〉 〈또숙이네집〉 〈명동식당〉 등이다.

극장 앞에서 이어진 골목은 〈깨돌이김밥〉을 시작으로 〈일번지춘천닭갈비〉〈놀부부대찌개〉, 백반전문점 〈금일회관〉이 차례로 늘어 서 있다. 이 골목이 'T'자형으로 연결하고 있는 좁은 길 역시 주목해야 한다. 프리머스 영화관과 에프샵 사이의 골목인 중앙동길. 이 길에는 각각 순대볶음과 수제비를 주로 판매하는 〈자연촌〉〈황산항아리수제비〉가 있다. 가격은 보통 1인분에 4천원이지만, 생각보다 양이 많아 셋이 2인분이면 충분하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다른 메뉴들의 값은 더 저렴하다. 게다가 맛 또한 소박하다.
프리머스 바로 옆에서 맵콤달콤 한 떡볶이를 자랑하는 곳이 전주에서 가장 유명한 분식점인 〈옴시롱감시롱〉이다. 전주의 입맛들이 단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떡볶이의 지존. 굵직한 떡과 고구마가 함께 나오는 떡볶이는 'Good'. 순대를 떡볶이 양념에 찍어먹으면, 'Very Good'. 한 번 맛을 보면 매료돼 다른 집은 못 가게 된다. 그래서인지 멀리서 찾아와 떡볶이를 포장해 가는 경우도 많다. 떡볶이·김밥·순대·튀김·삶은 달걀이 주 메뉴이며, 모두 1인분에 2000원이다. 단, 두 사람이 1인분만 주문하면 안 된다.

《시네마》와 《프리머스》의 중간, 동서를 가르는 2차선에는 오랜 연륜으로 소문난 집들이 모여 있다. 양식당 겸 카페인 〈TEAM〉에서부터 한성여관까지이며, 길의 중간쯤 효자문이 있어 효자문길로 이름지어졌다. 우동소바전문점 〈다린〉을 시작으로 민물장어전문점 〈임진강민물장어〉, 갈비탕전문점 〈효자문〉, 백반집 〈정다운〉, 동창갈비집의 분점인 〈동창면옥〉, 갈비·우족탕전문점 〈초만원식당〉, 갈비집 〈유정숯불갈비〉, 해물짬뽕이 맛있는 분식전문점 〈가본집〉, 분식전문점 〈해오름분식〉이다. 특히 〈유정숯불갈비〉는 점심시간이면 우렁된장찌게·뚝배기불고기·김치불고기·양푼비빔밥 등 특별메뉴를 3천원 이하의 저렴한 가격으로 먹을 수 있다. 〈효자문〉의 갈비찜은 비용이 조금 부담되지만, 큼직한 갈비살과 단내 나는 국물이 입맛을 당긴다. 한성여관 골목 부근에 있는 〈마린보이회전초밥〉은 회전식 회초밥으로 인기가 높다. 허나 싸다고 여러 접시를 비우면 나갈 때 곤란하다.
고품격 분위기를 원한다면 〈바나나숲〉 〈베네치아레스토랑〉 등 팔달로에 늘어선 레스토랑의 런치타임(평일 오전11시~오후4시)을 추천한다. 근사한 음악을 들으며, 느긋하게 '칼질'이 가능하다. 후식으로 커피한잔의 여유도 가질 수 있다. 가격은 4천5백원에서 7천원까지.
피자와 햄버거, 자장면과 통닭은 전국 어디에서나 맛볼 수 있는 메뉴지만, 전주에서라면 조금 특별한 맛을 기대해도 좋다. 피자·햄버거 체인점은 '영화의 거리'로 들어서는 관통로 부근에 줄지어 늘어서 있다. 〈이태리스파게티〉 〈피자파스타인〉 〈피자헛〉 〈맥도날드〉 〈롯데리아〉 등이다.
시원한 맥주한잔이 생각나면 한성여관사거리의 〈밀러타임〉을 적극 추천한다. 깔끔한 인테리어가 눈길을 끄는 실내는 탁자와 탁자 사이, 의자와 의자 사이가 널찍하게 떨어져 있어 상쾌하게 마실 수 있으며, 호프집 특유의 퀴퀴한 냄새도 없어 깔끔하다. 맥주와 안주의 상품적 가치는 최고수준이다. 특히 소시지 안주는 프레시하다. 입안에 퍼지는 육즙이 일반 소시지보다 훨씬 풍부하고 깊은 맛을 낸다.
차고 넘치는 전주의 맛집들을 다 소개하기에 전주부성은 아무래도 좁다. 시간적 여유가 있는 음식 사냥꾼들을 위해 전주부성의 성벽을 뛰어 넘어, 또다른 전주의 만난 음식점을 소개한다. '영화의 거리'에서 그리 멀지 않지만, 택시로 이동하는 것이 편하다. 대개 2천원에서 4천원 거리이기 때문이다. 아중리에서 삼천동까지 동서로, 평화동에서 동산동까지 남북으로 횡단한다 해도 1만원을 넘기지 않기에, 전주에서는 택시비를 아끼지 않아도 좋다.

한국 사람과 가장 친근한 음식이 김치와 돼지고기다. 두 재료를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집이 효자동 완산구청 뒷길 돼지고기찌개전문점 〈엄마손회관〉이다. 이곳 돼지고기찌게는 부글부글 소리와 매콤한 냄새부터 다르다. 시큼하게 익은 김치에 돼지고기를 큼직하게 듬성듬성 넣어 끓인 김치찌개는 순박한 맛이 그대로 살아 있어 고향의 맛을 느낄 수 있다.
교동 싸전다리 근방에도 최고의 맛집이 숨어 있다. 〈국일떡갈비〉의 다슬기탕과 〈진미집〉의 소바·냉면·콩국수다. 〈국일떡갈비〉의 주 메뉴는 떡갈비지만 얼큰하면서도 깔끔한 맛을 전하는 다슬기탕도 꽤 유명하다. 술 속을 달래러 찾는 손님도 많다. 섬진강과 전남 곡성의 하천 등에서 잡은 신선한 참다슬기를 사용하고 인공 조미료는 쓰지 않는 것이 한 특징. 봉동·임실에서 기른 콩으로 직접 담근 간장과 된장을 사용한다. 한 번 다진 후 양념을 잘 한 떡갈비도 입안에서 부들부들 녹는다. 〈진미집〉의 소바와 콩국수는 매니아들이 있을 정도. 특히 한 여름이면, 진미집의 소바가 있어 행복하다는 사람들도 많다.

교동 성심여중고 앞에 있는 〈베테랑칼국수〉(칼국수·만두·쫄면)와 〈엄마손분식〉(A4돈까스)도 뺄 수 없는 맛집이다. 〈베터랑칼국수〉는 학교 앞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분식집과 다르지 않지만, 꽤 오랜 전통을 자랑하며 찾아오는 손님은 각계각층, 세대와 세대를 넘어선다. 푸짐한 면발은 둘째치고 라도 걸쭉하고 구수한 국물의 맛이 탁월하다. 밀가루 음식을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꼭 한 번 들려볼 것을 권한다.

금암동 전북일보사빌딩(우석빌딩)의 뒷골목도 눈여겨봐야 한다. 뽕나무3길과 기와골길로 이름지어진 'ㅁ'자형 길은 잘 알려지지 않은 음식 광맥이다. 2분 거리 안에서 소바와 국수, 삼겹살과 피순대, 감자탕과 설렁탕, 백반과 황태정식, 냉면과 떡국, 팥칼국수 등을 경험할 수 있다. 〈봉이설렁탕〉(설렁탕·수육), 〈정둔면옥〉(국수), 〈전주뚝배기〉·〈교보식당〉(백반), 〈아리랑보쌈〉(보쌈·떡국), 〈유천칡냉면〉(감자탕·냉면), 〈단지촌〉(삼겹살), 〈진부령황태〉(황태찜) 등이다. 특히 피순대의 진미를 보여주는 〈금암순대〉는 인근 전북일보사와 KBS전주방송총국 직원 등 언론인들이 즐겨 찾는 맛집이다. 소주를 한 잔 마시는 데도 아주 잘 어울린다. 진한 국물이 혀끝을 자극하는 〈금암소바〉는 〈진미집〉·〈서울소바〉와 함께 전주 3대 소바집으로 명성이 높다. 〈정주분식〉은 말그대로 초라한 식당이지만, 이곳 팥칼국수는 꽤 유명해 외지인들의 출입이 잦다.

남노송동 직행버스터미널 건물에 있는 〈남노갈비〉의 물갈비탕도 별미다. 돼지갈비를 불고기처럼 붉게 양념해서 당면·콩나물을 듬뿍 얹어 먹는 전골. 소주나 막걸리와 어울리면 더 좋다. 위치가 좋은 곳이 아니어서 단골이 아니면 입소문으로 애써 찾아오는 사람들이지만, 손님은 늘 바글바글하다. 음식을 잘 하는 집은 아무리 외진 곳에 있어도 꼭 찾아내기 때문이다.
〈이조국수〉〈정둔면옥〉은 국수의 최정점에 있는 곳이다. 두 곳의 맛은 확연히 다르다. 전북대학병원 맞은 편 백제로 변에 위치한 〈이조국수〉는 시원한 멸치 국물에 말아먹는 양푼 국수 한 사발을 단돈 2천원에 즐길 수 있는 곳. 육수가 일품이다. 매콤한 양념에 비벼먹는 비빔국수도 입맛을 돋군다. 더 이상 단순하게 만들 수 없을 만큼 단순한 국수 한 그릇. 입맛도 다양해지고 매번 색다른 맛을 찾아내려고 혈안이 된 요즘, 수수하다 못해 초라해 보이는 이 국수 한 그릇에서 따뜻한 위로를 얻는다. 조금만 더 단순하게 살면 삶이 좀더 편안해 질 거라고 커다란 국수 그릇이 속삭이는 듯 하다. 최소한 100년 동안 장사를 하겠다거나 고유한 맛을 지키기 위해 체인점을 절대로 내지 않겠다는 다짐이 벽에 쓰여 있어, 주인에 대한 믿음도 괜스레 배가된다. 반찬은 김치와 고추가 고작이지만, 옛 국수 맛을 옛 정취를 느끼며 즐기기에 제격이다. 부족하면 얼마든지 리필이 가능하다.

전북대학교 신정문 앞에 있는 〈정둔면옥〉은 12가지 다양한 맛의 국수를 만날 수 있다. 특히 철판을 이용한 국수의 맛은 특별하다. 얼큰하고 매콤한 국수를 다 먹고 밥을 볶아 먹으면 그 맛 또한 일품이다. 국수란 이름이 아닌 '국시'란 이름을 쓰는 것도 한 특징.
젊은 층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전북대학교 구정문 앞은 대부분 5천원으로 두 사람의 식사가 가능하다. 식욕은 왕성하지만 용돈은 그다지 넉넉지 않은 대학생들을 상대하려면 저렴하면서도 푸짐하게 차려야 하기 때문. 그래서 더러는 맛보다는 양, 질보다는 가격이 우선시 되는 곳도 있지만, 소수다. 아무리 저렴하고 양이 많아도 맛이 뒤따르지 않으면 학교 앞이라도 식당을 계속 운영하기 어려운 시대라는 것을 아는 탓이다. 그래도 의심스럽다면 우르르 학생들이 떼로 몰려다니거나, 깨끗한 곳을 선호하는 학생 커플들이나 양보다 맛을 따지는 여학생들의 뒤를 밟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전북대 앞은 없는 음식 빼곤 다 있을 만큼 다양하지만, 특히 상추튀김집은 꼭 들려 볼만하다. 상추튀김은 상추에 튀김가루를 묻혀 튀겨 먹는 것이 아니라, 여러 튀김을 상추에 싸먹는 것이다. 튀김 1인분에 2천원이지만 튀김만으로도 충분히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옛날 상추튀김〉은 상추튀김만 16년째 고수하고 있는 곳이다. 〈다솔원〉의 감자수제비, 〈만선횟집〉의 참치회덮밥도 추천 음식. 뭔가 묵직한 음식이 필요하다면, 〈다락방〉의 뼈다귀 해장국이 제격이다. 그릇에 쌓여 놓여지는 수북히 뼈다귀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오후 10시면 문을 닫기 때문에 서둘러야 한다.

삼천동 〈호돌이감자탕〉은 돼지뼈와 감자가 들어간 감자탕에 콩나물과 당면을 넣은 색다른 감자탕을 취급하는데 기름기가 없어 젊은 여성들도 즐겨 먹는다.
중화산동과 아중리는 꽤 번잡한 유흥가다. 부산한 만큼 맛있는 음식점이 곳곳이다. 아중리의 〈군산꽃게탕〉(꽃게장·꽃게탕), 아중리 아중역 앞 〈브레스핸 치킨〉의 치킨, 중화산동 전주문화방송 부근 〈흙집〉(무우밥·콩나물밥)이 대표적이다. 특히 〈흙집〉은 청국장을 넣고 비벼먹는 콩나물밥이 일품이며, 인삼막걸리 또한 특별한 즐거움을 안긴다.
중화산동 빙상경기장 맞은 편에 있는 〈남원 논두렁 추어탕〉은 남원 추어탕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자연산 미꾸라지에, 직접 담은 된장, 지리산에서 나는 젠피(초피) 열매를 양념으로 만든 추어탕은 담백하고 걸쭉한 맛으로 유명하다. 고소한 추어탕과 숙회가 건강에도 좋다는 사실은 두 말하면 잔소리.
송천동은 〈보영갈비〉 〈시골흑돼지〉 〈참숯갈비〉 등 각 아파트 부근에 맛있는 고깃집이 있다.
그런가하면 가게의 독특한 분위기와 특별한 이벤트로 사랑 받는 곳도 있다. 평화동 화이트힐 부근 라이브카페 〈축제〉는 전북지역 통기타 가수들의 공연으로 중년들의 광기 어린 행동을 볼 수 있는 곳이다. 평화동 화이트힐 부근 레스토랑 〈바이올라〉와 아중리 부영아파트 사거리 부근 〈로체〉, 전북대 구정문 앞 레스토랑 〈산체스〉는 생일파티가 근사하다.

이외에도 오거리 공무원 연금매장 앞 〈느티나무떡집〉의 떡케이크, 중앙시장 버드나무사거리에 있는 〈버드나무 피순대〉의 순대국밥, 삼천동 삼익수영장 부근 〈마포갈매기집〉의 연탄불을 사용하는 운치와 누룽지, 팔복동·서신동(분점) 〈함씨네토종콩종합식품〉의 수육과 콩요리, 중화산동 포탈 보석사우나 앞의 〈장터 칼국수〉의 칼국수, 팔복동 용산다리 부근 〈용산다리양념족발〉의 양념족발, 효자동 기독병원 앞 〈계곡가든〉의 생태찌개, 서신동 국민은행 뒷골목의 참치전문점 〈나고야〉의 참치회, 인후동 〈전원일기〉의 장수산 생갈비, 송천동 도립국악원 부근 〈족보설렁탕〉의 설렁탕과 수육, 금암동 전북대학병원 입구 〈군산아구탕〉의 아구찜, 금암동 〈전주우족탕〉의 도가니탕과 우족탕, 금암동 고속버스터미널 앞 〈무심〉의 정통채식한정식도 추천한다. 〈무심〉은 흐벅지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음식을 만나는 순간부터 곱게 기르고 애써 우리 것을 고집하는 정성에 감동 받는다. 과식을 해도 나물로 채워진 속은 금세 편안해진다.
숙박시설은 아중리와 중화산동, 금암동, 전주역과 고속버스터미널 부근에 지천이다. 가격은 보통 2만5천원이지만, 주말이면 4만5천원까지 받는 악덕업주들도 있다. 특히 최근에 지어진 아중리와 중화산동의 모텔들은 깨끗하고 시설도 좋다. 인터넷이 가능한 곳도 많다. 규모가 큰 찜질방도 아중리의 오케스트라를 비롯해 여러 곳이다.
특별한 민박을 원한다면 한옥마을을 권한다. 조금 비싸긴 하지만, 한옥생활체험관과 양사재 등 구들장에 몸을 지지며 단잠에 빠져들 수 있다. 정갈한 한식으로 아침식사를 제공한다. 근처에 분위기 좋은 전통찻집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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