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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해달라'는 6시간 교신에도..'간첩 마을'의 한맺힌 사연 (R)

강서영 기자 입력 2022-10-25 20:40:00 수정 2022-10-25 20:40:00 조회수 0

◀ANC▶

재심을 준비하는 여수의 작은 섬마을,

또 다른 납북어부 피해자들의 이야기 전해드립니다.



피해자들이 탄 탁성호란 어선은

북한에 납치되기 전 6시간동안이나

구조를 요청했던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그럼에도 선원들은 물론 마을 주민들까지

간첩이란 누명을 쓰고 고통을 받아왔다고 합니다.



강서영 기자입니다.



◀VCR▶

여수 안도 북쪽 끝에 위치한 작은 마을, 동고지.



1971년 이 마을에서만 5명의 선원이

탁성호를 타고 오징어잡이를 나섰다 북한에 납치됐습니다.



◀INT▶

*김석봉 / 탁성호 선원(납북어부)*

"(아침에) 깨우는 거예요. 그래서 일어나니까

경비정이 와 있는 거라."



탁성호는 납치 직전 6시간 동안 해군에 구조를 요청했습니다.



국가기록원이 소장한 강릉경찰서 공문에는

납치되던 날 오전 8시 45분 처음으로

탁성호가 적색과 백색기를 단 200톤급 함정에게

강제로 끌려가고 있다고 교신합니다.



2시간 후엔, 북한 경비정이 발포 위협을 하며

항해를 지시하고 있다며 해군에 도움을 요청합니다.



그리고 오후 2시 40분쯤, 탁성호는 그대로 교신이 끊깁니다.



이 같은 기록에도 법원은 탁성호 선원들이

자의적으로 북한으로 탈출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고국으로 귀환한 안도 동고지마을 선원들은

모두 국가보안법과 반공법 위반 등으로

징역 1년 6개월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INT▶

*김석봉 / 탁성호 선원(납북어부)*

"(북한에서 지령 받은거) 모른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해야죠. 그러니까 (수사관이) 그렇게

두고 때리는 거예요."



유죄 선고는 다섯명의 선원 뿐만 아니라

동고지마을 주민 모두를 옭아맸습니다.



유죄 선고 10여 년이 지난 어느 날

마을 주민 한 명이 실종되는 사건이 있었는데



경찰이 '지령에 따라 주민을 북한에 넘겼냐'며

납북귀환 선원과 가족들을 소환해 고문했다는 겁니다.



주민들은 직접 사설 잠수부를 고용해

실종된 주민의 시신을 찾아내고 나서야

간첩이란 누명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INT▶

*서명철 / 탁성호 납북어부 유족*

"(시신을) 찾을 생각도 안 하고 무조건 간첩들

하고 접선해서 간첩들이 (실종자를) 끌고 가지

않았냐.// 시체를 안찾았으면 지금까지

도 그렇게 의심을 받고 있을 수도 있어요."



탁성호 선원 심여종씨의 아들 심명남씨도

1992년 군복무 도중 우연히 아버지가

간첩으로 감시당하고 있던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INT▶

*심명남 / 탁성호 납북어부 유족*

"(군복무 중 발견한 서류에) 아버지 동향이 그대로..

저한테는 너무 충격이었습니다. 그 날 저녁 내내

술을 먹고 잠에 들었던.."



발포 위협 속에서

북한 경비정의 강제 항해 지시를 받으며

6시간 동안 이어진 탁성호의 절실한 구조 요청



그럼에도 간첩으로 낙인찍혀 수십년을 고통받아온

여수 동고지마을의 선원과 유족들은

진실 규명을 위해 재심 신청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강서영입니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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