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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증인.."경찰에 맞아 죽은 아버지 한 풀어야"

조희원 기자 입력 2021-01-01 07:40:04 수정 2021-01-01 07:40:04 조회수 0

◀ANC▶
여순사건이 발발한 지 7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억울한 희생을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지난 2010년 진화위가 피해 사례를 조사했지만 여러 한계로 인해 밝혀지지 않은 죽음들이 많은 탓인데요.
오늘은 금오도 대유리에 살았던 한 마을 주민, 박춘애 씨와 마병옥 씨를 만나, 그 실상을 들어봤습니다.
여수MBC 특별기획 증인, 조희원 기자입니다.
◀VCR▶

박춘애 씨의 사촌오빠 박병현 씨는
인민군 동조 세력의 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손위 사촌 형을 유난히 잘 따랐던
박 씨의 친오빠 박병오 씨는,
형의 부탁으로 종종 심부름을 하곤 했습니다.

그러다 6.25가 발발했고,
박 씨의 친오빠와 사촌 형이
후퇴하는 인민군을 따라 사라져 버린 이후
비극이 시작됐습니다.

◀INT▶
"우리 큰집 오빠도 도망가고, 우리 오빠도 전부 다 도망을 가버렸어요. 도망을 갔는데 그 뒤에 지서에서 우리 집을 습격하면서 아들 찾아내라고 와서 번번이 경찰들이 집에 와서 습격하고 그랬단 말이야."

어느 날, 평소처럼 고기잡이를 나갔던
박 씨의 아버지는
경찰에 끌려가 고문을 당한 뒤
피투성이가 되어 돌아왔고,
그날 새벽 눈을 감았습니다.

분하고 원통했지만
할 수 있는 건 없었습니다.

박 씨의 아버지뿐만 아니라
남면 금오도에서만 수많은 사람이
하루아침에 죽거나
행방불명되던 시절이었습니다.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고흥 소록도 한센인 마을까지
도망간 사람도 있었고,

◀INT▶
"한센인 중에는 그런 사람이 없을 거라고 경찰
이 많이 안 갔지. (그러다) 결국은 경찰에 잡혀
서 만성리 굴 앞에서 총살을 당했다고.."

신원을 알 수 없는 시체가
마을 앞바다에 떠밀려 오는 일도
종종 있었다고,
살아남은 주민들은 회상합니다.

◀INT▶
"시체가 밀려서 우리 집 앞으로 와서 소문이 나고, 말이 난 거지. 그 죽은 걸 다 말하려면 한이 없고.."

살기 위해서는 침묵해야 한다는 말에
70년 동안이나 기억을 묻어둔 채 살던 박 씨는
지난 2018년 뒤늦게 유족회에 가입했습니다.

◀INT▶
"유족회가 있는 걸 몰랐어. 모르고 늦게 2018년에 서울에서 전화가 왔더라고. 고향 친구가. 전화가 와서 자기도 가입을 했다고.."

그리고 올해, 유족회에서 같은 마을 사람이었던
마병옥 씨를 만난 건 행운이었습니다.

당시 16살이었던 마병옥 씨가
박 씨의 아버지가 경찰에게 맞아
숨지는 장면을 생생히 목격했기 때문입니다.

◀INT▶
"(경찰이) 딱 체포해버린 거야. 담벼락에 가서 15m 떨어진 곳에 가서 보고 있는데 그, 사람 눈 뜨고는 못 보게 고문을 하는데... 개머리판으로 내리치다가, 몽둥이로 때리다가, 발로 밟다가..."

올해 전라남도가
여순사건 피해 실태 자체 조사를 시작하자
마병옥 씨는 증언을 해주겠다고 나섰고,
덕분에 박 씨는 72년 만에
피해 신청을 할 수 있었습니다.

◀INT▶
"내가 친족은 아니고 하지만 이웃의 부모, 형제간이 억울하게 죽었으니 이걸 가지고 법에 호소해서 돈도 타고 재판에서 이겨서 해야지.서로가 협조해서 빨리 억울함을 풀어줘야지."

지난 4개월간 진행된 조사에서
전라남도에 접수된 피해 신청 건수는
모두 633건.

이들 대부분은 박 씨의 아버지처럼,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는 이유로
1기 진실화해위원회의 조사에서는
진상 규명을 받지 못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INT▶
"우리가 나이가 다 많고 그러니까 우리가 죽어버리면 우리 손주들은 되지도 않고, 우리 살아서 어서 좀 분이라도 한 번이라도 풀게..."

◀INT▶
"우리 여순 사건 해결은 국회에서 해야 합니다. 우리 전라남도 국회의원들 힘내고, 이 억울한 백성들 좀 살려주십사 하고 호소를 합니다, 제가."

MBC NEWS 조희원입니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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